[논평] 범국민대회, 한미FTA 2차협상에 쐐기를

한국사회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한미FTA 2차협상 저지를 위한 투쟁의 날이다. 오늘 아침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41명이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동아일보사를 점거한 노동자들은 한국사회를 향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목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길게는 5년에서, 수백 일의 장기투쟁을 통해 하나로 모아진 목소리, "비정규직 철폐하라! 정리해고 철폐하라! 노동탄압 중단하라! 한미FTA 그만두라!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신자유주의 고공행진을 멈춰라!"

동아일보사를 점거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는 41명, 그러나 숫자는 의미가 없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홍수로 물이 불어나듯 늘어난 비정규직노동자와 41명의 노동자가 무엇이 다르랴. 이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요구 내용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41명의 노동자는 사업장도 다르고, 현장 투쟁 사안도 다른데,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요구내용이 같아졌다. 41명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가 한국사회를 향해 요구하는 내용, 이는 한마디로 자본의 노동유연화를 거부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단하라는 요구 그 자체이다. 이들 노동자가 한목소리로 내는 요구가 바로 "한미FTA 그만두라"는 것이다.

FTA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 사회적 빈곤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수단은 더욱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은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모든 법적 제도적 문화적 장치를 해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는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많은 장기투쟁사업장을 양산하게 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비정규직노동자, 해체된 농민, 심화되는 빈곤과 빈민의 삶을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오늘 한국사회는 41명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한미FTA 그만두라"는 것은 단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그만두라는 요구가 아니다. 노동유연화 강화와 빈곤 심화와 삶의 가치를 유린하는 자본의 협잡인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그만두라는 목소리다. 노무현정권과 자본의 비정규직 양산, 손쉬운 정리해고, 비일비재한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자본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다.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악한 시장화 정책을 중단하라는 분노의 몸짓이다.

한미FTA와 관계없이 노무현정권과 자본은 이땅 인민의 생존과 삶을 위협해왔다. 교육,의료 부문 개방은 이미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됨으로써 시장화를 부추겼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현행 금융서비스를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및 금융기관 등으로 크게 4개로 통합 재편하여, 금융노동자의 고용불안과 금융부문 공공성 해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 에너지, 철도 등 공공부문 민영화도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미 자유무역협정과 관계없이 자본의 요구가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추진되는 한미FTA는 미 제국주의와 초국적자본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소수의 한국 독점자본만 살찌우는 국가간 자본간 협잡인 것이다.

더 이상 억눌려 살 수 없다는 이 땅의 인민들이 한미FTA 2차협상 저지에 나섰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동아일보사 점거 소식은 비단 노동자만의 몸짓이 아니라, 자본의 횡포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땅 인민 모두의 분노에 찬 행동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중단하기는커녕 막바지 힘을 쏟는 정권, 그러나 노무현정권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이란 신기루에 불과하다. 초국적자본과 결탁한 한국 독점자본 소수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희생당할 수는 없다. 오늘 제2차 범국민대회에서는 한미FTA와 2차협상 자체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인민의 분노가 확인될 것이다. 나아가 자유무역협정 자체에 저항하는 인민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할 것이다.

저항과 투쟁으로 생존권을 지키려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의 오늘 투쟁에서 보이듯이, 노무현정권이 한미FTA를 중단하지 않는 한 범국민적인 저항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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