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는 말실수가 아니다

['줄넘기'이후](2) - 신동훈 조직부장, '혼선은 어디서..' 반박

7월 19일자 '혼선은 어디서 시작됐나' 기사가 나간 뒤, 기사 내용을 반박하는 메일을 받았다. 기사 내용의 당사자라 지난 24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장기투쟁노동자들의 동아일보 점거농성이 끝나고, 금속연맹 안에서는 작은 논란이 있었다. 연맹의 사무처 간부가 연맹의 결정을 무시하고, ‘외부에서 별도로 조직하고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조직운영과 사업의 질서와 체계를 위반한’ 행위를 벌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외부는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을 말한다. 주도적 개입은 공동투쟁단의 회의에 참석하고, 동아일보 점거투쟁에 참여한 것을 말한다.

동아일보 점거농성은 투쟁의 옳고 그름을 따져야하는 불행한 운명을 맞이했다. 그 논쟁이 정부나 자본, 또는 언론에 맞서는 논쟁이 아니라 함께 ‘동지’라고 부르는 사이에서 벌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다.

‘동지’...‘안타까운 일’

문제는 민주노총 장투사업장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신동훈 금속연맹 조직부장이 공동투쟁단에 결합하고, 동아일보 점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투쟁사업장들이 스스로 연대하여 구속을 각오하고 점거농성을 들어간 사건은 계속 주변에서 엉뚱하게 떠돌고 있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신동훈 조직부장을 만났다. 연맹에서 맡은 일이 있는데, 연맹의 사업이 아닌, 그것도 구속이 될 수 있는 투쟁에 참여한 것은 대중간부로 무책임한 일이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맞다. 그 지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공동투쟁단에 가장 많은 사업장이 금속이다. 연맹에서 사업을 받아않지 않았다고 연맹 조합원이 싸우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있는가?”

소속 조합원이 싸우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공동투쟁단에는 오리온전기, 하이닉스, 기륭전자 등 금속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포함되어 있다. 동아일보 점거농성에 참여한 노동자들도 금속연맹 소속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성산대교와 마포대교 투쟁과 달리 동아일보 점거농성은 구속을 각오해야 했다. 장기투쟁사업장 대표들에게 이 책임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했다. 사업장 대표들이 구속되었을 때 사업장의 공백도 감안하여야 했다.”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연맹 간부의 책임감을 져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금속연맹에서는 공동투쟁단의 9박10일 집중투쟁을 받아 안지 않기로 이미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연맹의 사업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예산과 담당자 배치 등은 지원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싸우겠다는 데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또한 연맹의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 조직실장 등 주요 간부들과 논의하였고, 동의를 얻은 뒤 공동투쟁단에 결합한 일이다.”

무책임한 간부인가

동아일보 점거농성과 구속이 예견되는 상황도 구체적인 장소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용은 주요 임원과 간부들에게 보고하였다고 한다. ‘책임자도 모르는 별도의 회의가 비선으로 진행’되었다는 말은 신동훈 조직부장에게는 허탈한 감정을 들게 하였다고 한다.

‘줄넘기’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나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무마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신동훈 조직부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6월 2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비정규, 장투 10차 대책회의’의 진행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6월 2일 회의 때 비정규 장투 사업장 집중투쟁 지원 건이 있었다. 상경투쟁을 하고 있는 코오롱, 하이닉스, 한국합섬 등 장투사업장과 KTX, 기륭 등 서울 사업장을 모아 집중투쟁 해 줄 것을 제안하고, 현수막 걸기, 자전거 순회 투쟁 등 다양한 전술을 제안하였다.”

이에 민주노총 참석자는 ‘이 자리는 노동부와 민주노총의 정례협의를 위한 토론 자리다’며 전술을 논의할 수는 있으나 결정할 자리는 아니니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고 한다. 또한 민주노총 장투 담당자는 ‘회의가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는데 잠깐 감옥에 갔다 온 사이 회의가 이상하게 되었다’며 불만도 표출했다고 한다.

장투 회의에서 논의 할 안건은

“6월 21일에 장투사업장 대표자들도 참여하는 확대연석회의가 열렸다. 9박 10일간의 장투사업장 집중 투쟁은 무리가 따른다고 채택되지 않았고, 7월 10일부터 2박 3일 집중투쟁을 결의했다. 일정이 축소된 것에 대해 장투사업장들은 실망을 한 것 같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22일 민주노총 비정규, 장투사업장 3차 집중투쟁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장투사업장 대표들은 모여 회의를 열었다. 신동훈 조직부장은 민주노총 장투담당자에게 제안을 했다.

“장투사업장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는데 가서 들어봐야 맞지 않느냐고 하자, 조직형식적으로 맞지 않는 곳에 왜 가냐, 신 부장이나 들어보라며 거절을 했다. 민주노총 간부지만 소속 조합원들이 그것에 담당인 장투사업장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무슨 생각을 가지는지 참관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조직형식이 맞지 않는다

신동훈 조직부장은 조합원을 찾아가는 게 운동의 기풍이라고 한다. 공식 통로와 공문만으로 투쟁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지방문도 가는데, 조합원들이 스스로 모여 투쟁을 준비한다는데 찾아가는 게 상급단체 간부의 올바른 사업작풍이 아니냐고 질문을 한다.

“보고된 투쟁만 민주노총이 책임지는 것인가? 건설노동자의 포스코 점거도 보고되지 않았으니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민주노총도 장투 투쟁과 관련하여 연맹 별, 단사 별 투쟁을 준비하고 전개할 것을 강조하였다. 민주노총이 모든 투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투쟁사업장끼리 모여 자주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거다. 이를 줄넘기니, 보고되지 않았으니 니네들끼리 하라는 식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순한 말실수도, 부적절한 표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민주노총의 2박 3일 집중투쟁과 함께 9박 10일 자체 투쟁 일정을 갖는다. “9박 10일 투쟁을 계획하면서 2박 3일 민주노총 투쟁기간은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점거농성도 처음에는 12일이 아닌 13일로 계획된 거다. 민주노총 일정에는 12일 오전에 선전전을 전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논의과정에서 12일 FTA투쟁을 더 적극적으로 싸우기 위해 동아일보 점거를 선택하였다.”

선전전 일정을 무시하고, 점거농성을 택한 것이 문제다. 하지만 단순 분리해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2박 3일 일정을 사수하였는가, 못하였는가도 평가의 내용이 될 수 있지만 일정사수가 평가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일정에 장투노동자가 적극 결합하였는가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3차투쟁의 준비과정에서 9박 10일 독자 투쟁을 세운 이유, 독자투쟁의 의미 등 전반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동아일보 투쟁이 비판 받을 일인가가 정확하게 판단이 된다.”

평가를 통한 비판 받겠다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노동자들도 자신의 행동이 모두 옳았다고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민주노총과 함께 평가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 있다. 비판을 받아야 될 부분은 받겠다고 한다. 보고되지 않은 투쟁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반발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민중언론 참세상의 인터뷰 기사(7월 19일, ‘혼선은 어디서 시작됐나’ 기사)에 점거농성 할 때 지회의 지회장도 모르게 재정담당자의 지휘를 받아 조합원이 참여했다는 말을 듣고 확인을 해봤다. 지회장은 구속이 되어 수석부지회장을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점거농성의 특성 상 장소는 알리지 않았으나 내용은 공유했다고 한다. 참여자도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동원한 걸로 확인 됐고.”

신동훈 조직부장은 신뢰를 이야기 한다.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객관화하기보다는 온갖 억측과 추측으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에게서 노동운동의 희망을 찾는다는 신동훈 조직부장. 최소한의 애정과 예의를 장기투쟁사업장을 바라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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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al

    말꼬리를 잡는 것은 아니지만 위 기사 중에 '연맹 간부로서의 책임을 져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는 부분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기자 개인의 느낌이므로 이의제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만..신동훈 조직부장님의 긴 설명에도 나와있지만 장기투쟁사업장의 투쟁에 결합하는 것이 연맹 간부로서의 진정한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금속연맹 그리고 민주노총이 장기투쟁사업장이 제안한 9박 10일의 투쟁을 받아안지 않기로 한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기사를 보며 지난 번 '혼선은 어디서 시작되었나'보다 인터뷰한 사람(신동훈 조직부장)의 말을 객관적으로 전달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지난 번 '혼선~'기사는 인터뷰한 사람의 의견이 사실임을 전제하고 기사를 쓰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간 기사를 열심히 읽었던 사람의 소회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 노동자

    오도엽기자님, 왜 이번 기사는 논점도 핵심도 안보입니까? 신동훈동지가 이런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을 거로 보이지 않는데 이건 모르는 일이니 그렇다 치고, 이번 기사는 대단히 의무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고민이 충분하지 못하고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기사가 올라온 것 같습니다. 그간 이 문제와 관련해 세차례나 글을 실을만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그래서 고민이 사실 깊었을 오도엽 기자님의 글로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의 관료화와 투쟁회피, 대중투쟁의 무원칙에 대한 본질적 문제제기가 빠진 반박기사는 다소 의외입니다.

  • 저도노동자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피터지게 싸우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함보다
    조직체계와 절차상의 문제가 더 중요해진것 같다.
    정말 이런 관료화가 너무 슬프다.
    개인적으로 신동훈 동지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