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디어 활동을 고함

[기자의눈] ‘객관적인 언론 종사자’.. 너무 몰개념이지 않은가

무릇 단단한 강철도 물이 스며들면 절단이 용이해지기 마련이다. 강철에도 ‘틈’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틈’은 아주 미세한 공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물리학적으로 성질변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여서 미세한 힘에 의한 파괴를 의미하는 시사적 비유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시장에서 도통한 전략(?) 중 하나인 ‘틈새시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틈’은 어느 집회, 시위 공간에서 자주 비유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투쟁’ 자체가 이른바 세상을 바꾸기 위한 ‘틈’을 자처하고 벌이는 것일 터이지만, 그 밖 투쟁현장 속에는 또 다른 형태의 ‘틈’을 자처하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제도언론에 대항하는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이 그들이다.

  25일 '독립미디어 활동 탄압 기자회견' 직전 김이찬 감독이 경찰청 앞에서 즉흥적인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반대여론이 우세하다는 등의 소식을 접할 때면 그들의 후과를 새삼 실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활동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정녕 오산이다. 그들의 활동은 “민중언론 참세상이 어디요? 뭐하는 곳이요?” 등과 같은 경찰의 말한마디에 무시되거나, “기자증을 제시하시오”와 같은 방식으로 제한되기 십상이다. 물론 기자의 경우, 출중한 미모와 함께(^^) 조용히 기자증을 제시하며 “민중언론 참세상은 인터넷언론입니다”라고 착하게(?) 말하는 센스까지 겸비(?)하고 있어 운좋게 취재가 가능했지만, 소위 제도언론에 포함되지 않은 독립미디어 활동들에 대해서 무차별 탄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2일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동아일보 일민미술관 옥상점거와 관련하여 당시 상황을 촬영하고 있던 한국독립영화협회 산하 한미FTA저지독립영화실천단 문성준 감독이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발점이 되었지만 사실 독립미디어 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은 하품나오게 한 지 오래된 일이다. 소소하게는 굴욕적인 검문을 포함해 카메라를 부수거나 심지어는 강제연행 되는 경우까지 탄압의 형태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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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기자회견은 경찰병력에 의해 경찰과 나란히 서서 진행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8년 노동절기념행사를 촬영하고 있던 기아자동차 영상패원 임문순 취재부장이 특수공무방해 치상죄라는 죄목으로 구속되는가 하면 2001년 대우자동차 총파업 당시 촬영을 하던 대우자동자노동조합 영상패 이춘상 해고노동자는 경찰의 폭력으로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5월 4일과 5일 평택 대추분교에 대한 군경 합동 작전이 진행되었던 당시 홍석만 RTV 피플파워 앵커가 기자증이 없다는 이유로 연행되어 48시간 구금되어 있었고, 평택 황새울방송국 ‘들소리’의 미디어활동가가 연행되기도 했다.

최근 문성준 감독 연행과 관련하여 경찰청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청 입장은 대략 들어볼 수 있었는데, 25일 경찰청 홍보실의 박상경 경감은 참세상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언론사 기자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취재를 보장하고 있다”며 “언론사에 대한 기준이나 경찰청 지침은 없지만 통상적이고 객관적으로 언론사에 종사하는 사람의 취재권을 보호한다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준이 없지만 ‘통상적이고 객관적인’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존재하고 있긴 있는 것. 이런 상황이다보니 홍석만 앵커 구금이나 문성준 감독 연행, 혹은 여타 미디어활동가의 구속 및 폭행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박상경 경감은 “초상권 침해 문제가 있지만 찍는 것은 자유”라며 “그럼에도 연행된 것은 시위에 가담했다는 현장 지휘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미디어활동가가 자신의 휴대폰을 커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경찰청에 적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미디어 활동에 대한 권리도 보장되는 것이 맞지만 여하튼 시위 가담자라는 현장지휘자의 판단에 따라 연행이 가능하다는 경찰청 측 입장은 결국 독립미디어 권리에 대한 통제를 공공연히 남발하겠다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이 “시민저널리즘 확산에 따라 미디어 교육을 하면 뭐하느냐, 현장에 가도 촬영을 못하는데”라고 항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독립미디어 활동이라는 개념의 몰이해에서 오는 것으로, 최근 MBC가 핸드폰 사진 및 영상으로 기사 제보가 가능하게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이 촬영한 동영상이나 공유되는 등 일반인들의 저널리즘 혹은 미디어 활동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독립 미디어 활동에 대한 경찰청의 이해가 ‘급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저널리스트라는 자격은 국가나 협회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의지, 그리고 이를 알고자 하는 사회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점거에 따른 언론의 비방 및 선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또한 경찰에서 촬영한 영상이 버젓이 YTN에 방영되는 가운데, 언론과 자본, 정부의 삼각동맹 속에 드러난 ‘틈’을 비집을 다양하고 독립적인 미디어 활동에 아직도 우리 사회는 목마르다.

그러기에 ‘통상적이고 객관적인 언론 종사자’라는 기준은 모호를 넘어 너무 몰개념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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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기사를 정말 맛깔나게 쓰셨네요. 민중언론 참세상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