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으로 떠날 준비됐나요? 단, 모기약은 꼭 챙기삼~"

[인터뷰] 정동진영화제의 김동현 사무국장

100% 핸드메이드라...대안미디어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종종 만나 재정적이든 육체적인든 혹은 정신적이든(?) 그들의 어려움에 대해 익히 들어 알만도 하건만, 100% 핸드메이드로 개최되는 영화제에 대해서는 상상이 쉽게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또한 상상력의 부족이라 하겠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상상이 되지 않던 기자는...“진짜요?”라는 질문이 주책스럽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튀어나온, 일종의 조건반사와 같은 것쯤?

김동현 정동진영화제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스크린도 직접 판넬로 제작했다. 영사기와 음향은 걸핏하면 고장 나기 일쑤였고, 여기에 비까지 내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21세기 사이버 테크놀러지 영화제(?)’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속단.

“회원들이 대부분 직장인인 탓에 퇴근 이후에나 영화제를 준비하는가 하면, 영화제 기간에는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영화제에 모든 열정을 털어놓는 회원들의 열의가 있어 가능한 영화제였다”고 김동현 사무국장은 말한다. 그렇게 8년째. 그래서 여전히 100% 핸드메이드 영화제인 정동진 영화제는 영화전공자도, 영화제 경험도 전혀 없었던 회원들이 야외상영준비며 홍보, 프로그램 기획 등 8년간의 노하우로 진행되는 영화제다.

한편 영사기로 쏘아질 총 18편의 독립영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정동진에 수를 놓는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정동진영화제가 오는 8월 4일부터 6일까지 강릉 정동초등학교에서 개최된다.

뭐 여하튼 날도 더운데..다 각설하고, 정동진으로 떠날 준비됐나요? 단, 모기약은 꼭 챙기삼~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번 정동진영화제 간략 소개(어떤 컨셉, 어떤 영화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의 저변확대와 지역영상문화의 활성화를 목표로, 1999년부터 강원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야외독립영화제이다. 한국독립영화와 강릉씨네마떼끄 공동주최로 시작하여, 현재는 강릉씨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행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독립영화를 전편 야외에서 상영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야외독립영화제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독립영화와 관객들의 활발한 소통을 제안한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들과 어우러져, 영화보기의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김동현 정동진영화제 사무국장
모든 영화제가 그렇지만 영화선정 기준이나, 과정에서 그 영화제의 지향이 드러나는 듯 하다. 이번 영화들 어떤 이유로 선정되었으며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상영되는 작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독립영화 중 선택한다. 정동진 독립영화제의 모토인 대안, 독립, 낭만이 잘 표현된 작품들을 초청한다. 독립영화의 시대정신과 동시에 관객과의 호응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역영화제이고, 야외영화제이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최대한 선정한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극영화 10편, 애니메이션 2편, 다큐멘터리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극영화 10편의 상영작 중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임성옥자살기], [요구르트꽃], [브라보 김순봉], 대구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운수좋은 날] 등은 ‘정작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대사로 전달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이미지로 소통하는 [낙원]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 받은 [누구나 그렇다는]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단편의 재미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가희와 BH], [동방불패], [졸업의 이론과 실제]가 상영되며, 남자들만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었던 그 무엇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마스크속 은밀한 자부심]도 상영된다.

애니메이션 2편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와 동자승의 짧은 배변기 [해우소]가 상영된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2편은 부산지역 인디밴드들의 현재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in the cold cold night]과 달라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20대, 30대, 40대 여성의 시선을 그린 장편다큐멘터리 [쇼킹패밀리]가 상영된다.

특히 독립영화의 시대정신을 부드러운 극영화로 표현한 섹션1의 작품들과 [민들레]등을 연출한 이경순감독의 가족이야기 [쇼킹패밀리]는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의 독립아카이에서 발굴한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 칸느영화제 독립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등 명작들을 야외스크린에서 만나는 행운을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재정적 문제든 인력문제든 영화제 꾸려나가는 것 어려움 많을 듯하다.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꾸려가는 영화제인가?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백퍼센트 핸드메이드 영화제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영화제를 함께 진행해서, 야외상영시설 등이 보강되었지만, 예전에는 스크린도 직접 판넬로 제작했다. 영사기와 음향은 걸핏하면 고장 나기 일쑤였고, 여기에 비까지 내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진행해왔고, 그래서 참 많은 성장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라, 퇴근 이후에 영화제를 준비했고, 영화제 기간이 되면, 소중한 여름 휴가를 8년째 반납하고 있다.

영화전공자도, 영화제 경험도 전혀 없었던 회원들은 야외상영준비, 홍보, 프로그램 등을 차곡차곡 배워왔다. 앞으로 영화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모색의 과제를 두고 있다.

  김동현 정동진영화제 사무국장
반면 요즘 보면 영화제 홍수를 이루는 것 같다. 다른 영화제와 차별되는 정동진영화제는?

독립영화전용관 하나 없는 한국의 문화현실에서, 독립영화는 만들어져도 관객들과 만날 길이 없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지역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상업영화들은 극장에서도 그리고 한강과 해변의 야외스크린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독립영화인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큰 스크린에서 많은 관객들과 만나는 것에 큰 감동을 받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영화제가 많아진다. 다만 상업영화제가 가득한 영화제의 홍수는 지양되었으면 한다. 영화제의 홍수 가운데, 새로운 문화에 대한 대안을 담고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진한다. 문화의 대한 다양성, 삶의 진지함과 치열함이 살아있는 진짜 우리들의 문화가 언젠가는 거대한 문화산업의 허위를 무너뜨리기를 기대한다.

지역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 어느 정도인가? 아무래도 영화제에서 드러날 것 같은데. 또한 관객들 반응은 어떤가?

처음 영화제를 시작할 때 만해도 독립영화라는 낯선 단어에 대한 관객들의 태도는 처참할 정도였다. 독립군이 등장하는 대한광복 만만세를 떠올렸다. 게다가 전통문화도시를 표명하지만, 사실은 전통보수도시에 가까운 강릉은, 새로운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다.

그러나 정동진독립영화제가 8회를 맞이하며, 지역관객들은 부족하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가지게 되었다. 독립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류문화에 대한 대안성을 공감하고 지지해지고 있다. 인구23만의 소도시에서 독립영화제가 열린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막대한 지원으로 배팅하는 대중문화와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정동진독립영화제 대한 진심어린 관객들의 사랑은 조금씩 지역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의 반응은 좋다. 그 힘으로 영화제가 지금까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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