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맘대로 뽑은 정동진영화제 6선

'무의탁 노인 인권'부터 '택시기사의 하루'까지

본 기사는 시놉시스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중간 중간 파란 글씨는 기자의 코멘트입니다.[편집자주]

요구르트 꽃 (Nobody Knows), 감독 임희대(극영화 2006년작)
무의탁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노인들)에게 매일 아침 배달되는 작은 요구르트 한 병. 그것은 그들의 건강과 생사를 알려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배달된 요구르트가 주머니에 쌓이면 그 분들의 신상과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징표로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산동네 홀로 사시는 할머니께 날마다 배달되던 요구르트가 쌓이지 않았는데,
장마가 끝난 어느 날, 오래 전 돌아가신 듯 집에서 발견된다면...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작은 요구르트는 정말 작은 단서일 뿐. 할머니의 숨겨진 진한 아픔까진 함께 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 (The Secret within Her Mask) 감독 노덕(극영화 2005년작)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 스틸사진 [출처: 정동진영화제]
발레 하는 소녀 ‘정’은 남자처럼 수염이 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언제나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남자친구 구철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위험한 제모수술을 만류하면서도 은근히 정의 맨 얼굴을 보기를 두려워한다.
결국 수술대위에 누운 '정'은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조차 속이고 있던 어떤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수염이 멋있다는 것.

노덕 감독은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단 한 줄로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남부럽지 않은 콧수염을 가지고 있는 소녀 ‘정’이 ‘혐오’와 백지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대해 기자는 좀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졌다. ‘정’을 사랑하는 강아지미용사와 콧수염을 가진 발레 하는 소녀라는 설정은 묘한 현실부정이 담겨있다. 콧수염을 남부럽지 않게 기른 여성이나 막상 현실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우나 일견 그녀의 콧수염이 부럽다는 말을 던지는 남자친구의 모습에서. 물론 ‘어떤 진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정한 ‘발레 하는 여성’과 ‘콧수염’이라는 극단적인 구분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가희와 BH (Gahee & B.H.) 감독 신동석(극영화 2006년작)
  '가희와 BH' 스틸사진 [출처: 정동진영화제]
고시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며 막무가내인 BH. 덕분에 가희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일기를 쓴다.
연출의도-나이 좀 먹으면 사라지는 것들.

나이 좀 먹으면 사라지는 것들. 팽팽한 피부와 탄력, ‘세상을 다 가져버리겠다’는 집착, 수고, 피아의 간격, 낙엽 구르는 소리에도 자지러지는 순수함,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열정’.
나이 좀 먹으면 생기는 것들? 날로 커지는 모공과 깊어가는 주름, 나를 둘러싼 주변에 대한 애착, 나와 나사이의 간극!


운수 좋은 날 (Lucked Out) 감독 이한종 (극영화 2005년작)
출산이 가까워진 아내를 둔 택시기사 구식은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받고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 호객을 하던 중에 노숙자 손님을 만난다. 손님은 그의 고향인 목포로 데려가 달라는 말에 당황하지만, 돈이 필요한 택시기사 구식은 노숙자와 고향으로 향하며 하룻밤의 악전고투가 펼쳐진다.

낙원 (Slowly) 감독 김종관(극영화 2005년작)
비가 오는 날 여자는 버스를 탄다. 여자와 남자는 하루를 같이 보내고 여자는 다시 비 개인 길을 떠난다.
연출의도-처음에는 가족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그리려 했습니다. 그러다 내러티브는 버리고 슬픔만 남겨놓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차곡차곡 쌓여 가는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쇼킹패밀리 (Shocking Family) 감독 경순(다큐멘터리 2006년작)
  '쇼킹패밀리' 스틸사진 [출처: 정동진영화제]
"대한민국에서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쇼킹패밀리>는 가족 안에서 상실되어가는 자기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가는 20, 30, 40대 세 여성의 시선을 기록한 성장영화"

종종 영화평론을 한답시고, 몇몇 치들이 무슨무슨 영화 포스터 옆에 별을 떼어다놓은 것을 보면 자격지심인지 열등감인지, 괜히 밸이 꼬인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괴물’에 대한 평이 백만 가지인 것처럼 백만 가지 색깔을 가질 수 있는 영화도 고작 별5개로 순식간에 한 두어 가지 색깔로 무미건조해 지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이 영화에 꼭 별을 매겨보고 싶다. 별5개 만점에 한 10개쯤^^. 이보다 시원할 수 있을까! 빨간경순, 그녀만의 스타일대로 대한민국 속 정상가족의 숨겨진 음모(?)를 마음껏 파헤치고 비웃어준 영화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