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하중근 씨 넘어지며 머리다쳐 사망"

열사대책위, "사건을 은폐 왜곡하지 말라"

지난 1일 새벽 숨진 포항지역건설노조 고 하중근 조합원의 사인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넘어져서 다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는 지난 3일 하중근 열사대책위가 발표한 "직접 사인은 소화기로 머리를 가격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견해와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과수는 오늘 경북지방경찰청에 보낸 부검 감정결과에서 "하 씨의 사망 원인은 두부손상, 즉 두개골 골절과 뇌좌상 등으로 판단된다"며 "두부손상은 후두부 왼쪽에 작용한 외력에 의해 형성된 대측충격손상으로, 직접적인 가격보다는 전도(넘어짐)에 의해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어 "다만 후두부 오른쪽 부위에 또다른 손상이 형성돼 있고 두개골 골절 부위가 통상 단순히 넘어져서 발생하는 부위보다 약간 아래인 점 등으로 보아 넘어져 발생했다고 명백히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 3일 하중근 열사대책위원회가 부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고 하중근 조합원의 두부 손상에 대해 열사대책위는 지난 3일 "뇌의 전체를 흔들 만큼의 면적이 넓은 물체 또는 둥근 물체이면서 상당한 무게가 있는 것에 강력한 힘으로 가격당해 뇌사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가격으로 인해 "충돌부위에 두개골 골절을 일으키고 전체 뇌를 뒤흔들어 반대측에 뇌좌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무게를 가진 둔기, 즉 소화기에 준하는 것에 맞은 것"이라는 견해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발표한 윤시영 경북지방경찰청장은 "다친 시점의 현장조사와 탐문, 채증을 통해 철저히 사망원인을 수사하겠다"면서 "경찰 진압과정의 부상, 집회노조원 상호간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 하중근 조합원이 부상당한 집회에서 채증한 사진과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하중근 조합원이 경찰과 충돌하거나 집회대오 안에서 시위하는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공대위의 진상조사 발표 자리에 참석한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이영철 씨는 "하중근 조합원과 앞줄 네번째 쯤에 있다가 해산하려는 무렵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시야를 가린채 진압을 시작했고, 이 와중에 하중근 조합원이 쓰러져 동국대병원으로 후송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하중근 열사대책위원회는 이날 국과수 감정 결과 발표에 대해 "당일 진압 책임자가 경북도경찰청장인데, 살인 책임자가 부검 중간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고정된 물체에 의해 다쳤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찰이 사건을 은폐, 왜곡시키려 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이날 경북도경찰은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 조합원은 물론 유족들과 일부 기자들의 출입까지 막아 마찰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