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키워드는 한미동맹 강화

[기자의눈] 3차협상,평택 철거 앞둔 시점, 개혁세력 결집 경계해야

작전통제권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14일 주한대사와 주미대사가 이구동성으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으로 '국민투표'까지 요구하며 '환수'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는 한나라당은 볼썽사나운 모양이 되었다.

14일 버시바우 주한대사가 여야 대표를 만나 "전통권 이양으로 한미동맹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며, 한미연합방위능력과 대북 억지력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작통권 문제로 한미동맹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확답을 요청하자 버시바우는 "작전권이 환수돼도 한국이 원치 않으면 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한미연합방위능력과 대북 억지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같은 날 이태식 주미대사는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측 인사들은 전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필요하고, 바람직하며,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고 "이미 90-95% 진행된 것으로 미국 측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는 오는 10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쐐기를 박듯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의사를 재확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로 "국군통수권에 관한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 20년 동안 준비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체계적으로 추진해 온 일"로 "확고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고, 미국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으로 '자주파' 결집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으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는 쪽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기획이든 아니든, 8월 9일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FTA 두 사안에 집중한 기자회견과 8.15 광복절 경축사 발표에 이르면서 국면 주도권을 확보하는 듯한 분위기다.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둘러싼 당청 갈등도 뒷전으로 물리쳤고,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반미운동에 힘쏟아온 진보진영의 일각에서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자주'와 '주권'을 찾는 일이라며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자주파'와 '사대주의파'를 이분화시켜 이반된 개혁세력을 결집한다는 계산을 조금이라도 한 거라면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돌아보면 4대개혁입법 이후 보수와 개혁세력간 대립의 새로운 모티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계기로 반일 공세까지 더해 모처럼 지지기반 확대의 호기를 잡았다. 문제는 하반기 한미FTA 협상 추진이다. 노무현정권은 이 흐름을 타면서 한미FTA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가져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정치권 내부의 국면을 주도하며 한미FTA 반대세력을 압박하는 양동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무엇보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연장에서 추진되고 있다.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도 와해될 것처럼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돌아가는 정황 판단도 못하는 머저리들이다. 반공, 반북이라는 강박관념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바라보는 정세인식의 후과이다.

미국은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한 군사전략에 있어 이라크 전쟁을 경과하면서 해외 주둔군의 몸집은 줄이는 대신 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기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신속기동군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이라크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에서 확인되듯이 대테러전쟁과 대량살상무기 방지를 명목으로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신군사전략이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한미FTA 협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따른 능동적인 군사력 운용 방안으로서 주한미군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2012년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로 잡고 2007부터 2011년까지 5개년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감시.정찰능력, 지휘통제.통신능력, 정밀타격능력 등을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에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오는 2008년까지 1만2천500명의 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 주한미군을 2만5천명 선에서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향후 추가 감축의 개연성도 남아 있지만 추가 감축을 하더라도 한미동맹 강화의 신군사전략의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공, 반북 노선에 기반한 한미동맹 강화 주장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것이 우익의 지지세력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대중적인 환심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키워드는 '자주', '주권'이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한미 양국이 찬성하는 이유는, 한국으로서는 '자주국방'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신속기동군화 개념 적용과 대량의 미제 무기 수출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궁합이 맞아떨어진다. 한국 정부는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미 국방부도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계속 늘이고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양국 모두 한미동맹 강화를 기본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자주국방과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연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작전통제권 환수는 다시 한미동맹의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자주국방을 위해 이미 대규모 예산이 반영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국방예산 요구안에 따르면 2006년 대비 9.9% 증액한 24조7,505억 원으로 책정하고, 이 중 17조8,402억 원(72.1%)은 경상운영비로, 6조9,103억 원(27.9%)은 전력투자비로 배분했다. 이처럼 국방중기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매년 10% 가량의 국방비 증액이 요구된다. 국방부는 151조 원을 들여 자주국방의 토대를 구축한 뒤 2012년 전시 전시작전통제권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까지 통신.정찰 겸용 다목적 실용위성 2∼3개와 공중조기경보기 구비, F-15K급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214급 잠수함, 정밀유도폭탄(JDAM) 등을 적정 수준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방개혁 2020'에 따른 자주국방 달성까지는 모두 621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용산 기지 이전 재배치 비용, 평택 기지 조성 비용,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간접 지원 비용 등 주한미군 지원 비용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도 않는다. 이 많은 돈이 어디에 있다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다.

미국은 신속기동군화 개념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할 수 있는 데다, 한반도 유사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취할 수도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국군의 독자적 군사 개입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미군 역시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주한미군, 미일연합, 태평양사령부를 움직여 군사개입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여기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적극적인 데는 무엇보다도 천문학적인 무기 판매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면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내세워 무기의 호환성과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갖기 위한 미제 무기 판매의 활로가 형성된다. 자주국방에 근거한 노무현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버웰벨 주한미국 사령관은 8일 지휘서신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이양을 적극 찬성하였고, 10일 방한한 헨리 하이드 미국 국제관계위원장도 지지 발언을 했다.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2012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2009년으로 당기자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한반도 전쟁 위협 원인은 미 제국주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전쟁 억지력 문제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이에 따라 전쟁 억지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는 한반도 전쟁 유발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엉터리 주장이다. 한반도 전쟁 위협은 오늘날 미 제국주의의 대테러(국가)전쟁을 근거로 한다. 즉 이라크, 이란, 리비아, 중국, 북 등 미국이 적대국으로 상정한 국가와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전쟁 발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북의 미사일 시험 발사 역시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며, 그로 인해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졌다. 한반도 전쟁 위협은 북미갈등의 문제이며, 따라서 북미간 관계 개선 없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증원전력 보장을 합의한 상태다. 최근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미국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 부차관은 7월 13∼14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SPI 회의에서 "한반도 유사시 군사력은 압도적으로 증원한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력 69만여 명과 함정 160척, 항공기 2천여 대의 전력을 증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은 미국의 군사력 동원 여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전쟁 억지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정부와 남북 민중의 실천, 그리고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에 기인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 전쟁 위협의 실 주범인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 중단과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깨뜨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구분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자체로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근간으로 하는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은 '자주'를 거스를 뿐 아니라 '주권'도 심각하게 훼손한다. 따라서 대량 무기 구매가 핵심인 '자주국방'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평화군축의 맥락에서 고쳐잡아야 한다. 전쟁과 테러의 근원인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한미FTA 추진의 연장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자주'나 '주권'이라는 호사스런 이름을 갔다 붙이는 것도 마땅히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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