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특허에 의한 살인을 중단하라

[캐나다국제에이즈회의](3) - 8월 16일


오늘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시위를 하기로 한 날이다. 자유무역협정이 민중을 죽인다는 외침이 국제에이즈회의장에 퍼지도록 행진을 하기로 했다. 모로코,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오만,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민중들이 두 팔을 머리위로 올린 채 자유무역협정에 사인을 하라고 총을 겨누는 미국에 위협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국제에이즈회의장 내를 행진 했다.

총을 겨눈 미국은 ‘Sign now’, 그러나 세계의 민중들은 ‘No'

미국정부의 부스 앞에 이르자 미국을 상징하는 이가 각국 민중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자유무역협정을 들이밀면서 ‘Sign now’라고 윽박지르지만 ‘No’라고 말하면서 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하라 우리는 값싼 복제약이 필요하다’를 외쳤다. 한국 참가자들도 악마분장을 한 자유무역협정이 HIV/AIDS감염인을 노예처럼 끌고가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시위에 참여했다. 우리가 준비해간 No FTA스티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활동가들은 머리, 어깨, 등, 가방에 붙이기도 하고 미국정부의 부스에 스티커를 붙였다.

‘자유무역협정이 민중을 죽인다’, ‘이윤보다 생명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행사장 내를 행진한 후 모로코, 멕시코,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활동가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의 공통적인 요구는 자유무역협정은 에이즈환자뿐만 아니라 민중에게 더욱 파멸의 삶을 살게 한다는 것과 지적재산권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한 미국과 초국적제약자본의 시도에 대해 전 세계 에이즈환자의 연대로 맞서자는 것이었다. 행사장내에서 간간히 박수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권력해방을 위한 에이즈연대ACT UP파리, 지구적 의료접근 프로젝트Health Global Access Project, 태국HIV/AIDS감염인네트워크TNP+, 한국HIV/AIDS공동행동Korea HIV/AIDS Wide Action, 3세계네트워크Third World Network등의 단체는 '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이 의약품접근권을 파괴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양자간·지역간 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해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것 △수출을 위한 복제약 생산을 위해 더욱 능률적인 과정을 수용할 것 △초국적제약회사는 값싼 복제약이 빨리 판매될 수 있도록 의약품 등재정보를 복제약 생산회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할 것 △제약회사는 중진국에서 값싼 약을 공급하기위한 가격제도를 받아들일 것 등을 촉구했다.

미국이 든 장난감 총 압수당하기도

시위를 하면서 한 가지 재밌는 일이 발생했다. 국제에이즈회의 둘째 날부터 입구에서 안전(?)을 위해 출입 시 마다 가방검사를 하는데, 미국을 상징하는 이가 들고 있던 총을 압수당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장난감 총이었다. 우리가 캐나다에 오기 직전에 영국에서 비행기 테러 용의자가 잡히면서 치약, 헤어젤 등을 포함해 액체를 소지한 채로는 탑승을 못하게 했다. 미국이 만들어놓은 테러와의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가방검사를 아주 철저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이곳에도 테러용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미국이 만든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게 만든다. 장난감총인걸 알면서도 미국이 총을 겨누는 모습이 영 불편했나보다. 활동가들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야유를 보내고 웃었다.


"에이즈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권이자, 노동권이다“

그리고 에이즈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각 주체들의 시위가 있었다. 오전 9시 45분경에 권력해방을 위한 에이즈연대ACT UP, 미국보건의료학생연합AMSA, 지구적 의료접근 프로젝트Health GAP는 아프리카에 보건의료인을 보내기위해 미국정부에게 6억5천만 달러를 내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HIV/AIDS감염인과 여성을 지원하고 치료하기위해서 최소한 100만 명의 의료인이 더 필요한데, 전문가들은 5년에 걸쳐 2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기금을 확대해야한다고 말한다.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20억 달러 중 최소한 1/3인 6억5천만 달러를 미국이 책임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오전 10시에는 성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다. 수백 명의 성노동자들은 국제에이즈회의장내와 밖에서 “에이즈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권과 노동권이다”라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오후 4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치료접근운동본부TAC의 활동가들의 시위가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활동가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부스 안으로 진입해서 ‘남아공정부는 서커스를 그만두고 당장 치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덧붙이는 말

권미란 님은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 회원으로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