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특위 또 졸속 논란, 외통부 노골적인 방해 작업 드러나

강기갑, "이대로는 안된다.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

지난 6월 23일 꾸려진 국회 한미FTA체결특별위원회(한미FTA특위)가 지금까지 4회에 걸쳐 회의를 갖는 등 나름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구성 당시부터 제기돼 온 각계의 '졸속'우려가 회를 거듭할수록 현실화되고 있어, 안팎의 우려를 가속시키고 있다.

외통부, 자료 외부공개 말라고 관계부처 공문.. '특위 방해행위'

특히 이번 4차 회의에서는 한미FTA 특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됐는데, 외통부가 특위 위원 활동에 대해 노골적인 방해 작업을 했던 것이 드러났다.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심상정 의원이 외통부를 비롯, 각 부처에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외통부도 공문을 보내 외부에 유출하지 말고, 관련내용을 외통부에만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4차 회의에 참관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국회에서 단독 브리핑을 갖고, "현재 진행되는 특위의 행태가 우려스럽다"며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 당 차원에서가 아니더라도 개인 의원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임시국회 기간인 23일 10시 국회에서 진행된 4차 회의는 지난 3차 때와 마찬가지로 한미FTA 관련 분야의 의견청취로 이루어졌으며, 이날은 특별히 지적재산권, 정보통신, 투자, 분쟁해결, 금융 분야를 다뤘다.

심상정, 김종훈 대표 "거짓말 하지 말라"

회의 진행에 앞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위원장에 양해를 구한 후 정부 측 김종훈 수석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가 체결 된다면 국내법을 개정해야 한다거나,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개정안 등과 충돌돼 수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나? 있다면 관련 사안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종훈 대표는 “한미FTA가 체결돼도 국내 법안을 개정해야 할 사항은 없다. 조례 개정도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심상정 의원은 “이미 각 부처에 동일한 내용의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확인해 본 결과, 외통부가 같은 내용의 공문을 관계 부처에 보내, 외부의 요청에 응하지 말고 외통부에만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김종훈 수석대표에게 “기밀사항도 아닌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외통부에서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을 막은 것이냐, 해명하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이번엔 특위 간사인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미FTA가 체결돼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요구할 수 있느냐”며 “정치공방을 하지 말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FTA 특위 관련 항의발언을 시도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다수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는 등 제지해 발언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잠시 시끄러운 공방이 오가다, 결국 특위는 관련 내용을 양당 간 합의 후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강기갑, "행정부 친화적인 의원들, 책임방기 하고 있어"

이에, 강기갑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단독 브리핑을 갖고 "특위의 현재 진행되는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의원은 "특위 내 행정부 친화적인 다수의원들의 책임 방기적 행보로 인해, 특위가 목적을 상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소수 국회의원들의 권한과 활동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강기갑 의원은 “한미FTA는 통상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통상 전문가, 번역에 대한 전문성,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야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고, 국회가 시정과 관련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다. 국회법 상의 전문자문위원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그런데 “겨우 20명이 모여, 그것도 양당 간 합의를 통해 구성해 버렸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강기갑 의원은 “우선 우리 협정문 초안이 어떻게 마련되었고 구성되었는지, 저쪽과의 합의서한은 어디까지 다룬 내용인지, 앞으로 어떤 수위로 대응할 것인지 등등 공개되어야 한다. 적어도 입법부 내에는 공개가 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공청회가 이루어지고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 없이 진행되는 것을 현재의 특위 모습을 볼 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또한 “심상정 의원이 몇 차례 특위 회의를 통해서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국내법과 충돌이 있는 사항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없다고만 답변하고 오히려 외통부가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강기갑 의원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특위에 대한 향후 대응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우선, 양당 간사가 합의하겠다는 진행사항을 보고 난 후 조치 수위를 결정 하겠다”며 특위의 결정을 한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은 조만간 22일 범국본과 한미FTA 연구모임 의원들이 제출한 청원 형태가 아닌 법안 형태로 ‘한미FTA 특위 재구성에 관한 건(가안)’을 발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강기갑 의원실에 따르면,”국회가 한미FTA 체결에 대한 감시 감독의 분명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농민단체를 비롯, 여타 단체들이 대정부 투쟁이 아닌 대국회 투쟁으로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분위기“라며 ”민주노동당과 강기갑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해다.

특위, 4차 회의때는 좀 달라질까

한편, 이번 4차 회의도 지난번 회의와 진행이나 성격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지난 3차 회의에서 자동차,섬유,의약, 농업 분야에 대해 저녁 7시까지 마라톤 토론을 했으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겠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들은 거의 없을 만큼 형식적(?) 이었다.

그나마도 방대한 분야에 대해 각 의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질의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데다 관계자 및 정부 측의 답변이 불성실해도 이렇다 할 후속조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반복되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의 자료공개가 미비하고 요구해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계속해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듯, 특위 위원 대부분이 한미FTA 찬성론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특위가 제대로 된 감시, 감독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차 때에도 정부 측을 노골적으로 편들어 주는 의원이 있는가하면, 아예 비판적 질문을 던져놓고, 스스로 답변한 후, 정부 측 인사의 '예', '아니오'의 확인 답변만 받는 등 우회적으로 정부 측의 짐을 덜어주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또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을 비롯, 한미FTA를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몇몇 소수 의원들이 간혹 날카롭게 지적을 하고,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 해도 정부 측에선 '그 순간만 넘어가면 된다'는 식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한미FTA 특위 활동과 관련, '면피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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