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 잠정 합의 도출

'고용 유지' 합의했지만 '유연한 인력 운영' 하기로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이 평택 공장에서 옥쇄 파업에 들어간 지 10일 만인 25일,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오전 9시 경부터 평택 본사에서 26차 교섭을 가진 노사는 회사측의 최종 제시안을 노조가 받아들임에 따라 오후 2시에 잠정 합의를 마련하고, 오후 6시 30분에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해 수용 여부를 묻기로 했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는 쌍용차노조 조합원들/참세상 자료사진

정규직 고용유지, 매년 3천억 원 투자

사측이 낸 '고용유지를 위한 제시안'은 '생산운영 부문'에서는 △생산라인 혼류생산은 투입 비율에 상관없이 운영 △작업시간 정규 사이클 타임 유지 △품질책임제 도입 △정비업체 신설 및 창원공장, A/S, 연구소 분리매각 금지 등이며, '인력운영 부문'에서는 △고용안정 유지 △정규직 고용 유지 △정규직이 일자리를 비우거나 전환배치될 경우 한시적 인원으로 대체 등이다.

이로써 쌍용자동차가 추진했던 총 986명의 감원계획 중 희망퇴직 신청자 43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선 '정리해고 저지'의 성과를 보았다.

'관행 및 노사관계 개선 부문'에서는 △노사간 협의를 통해 정상적인 라인운영 △각종 업체 선정 관련 업무를 회사에 위임 △정상근무 않는 직원 해고 조치 등을 사측이 제시했다.

특별협약과 관련해서는 투자 부문 제시안으로 "회사는 노사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신규 차종 개발(W200, C200, Y300), 신엔진 개발, 영업·A/S 네트워크 향상 등을 위해 09년까지 매년 일정규모(3천억 전후)의 투자를 지속하며 영업 활성화를 위한 총체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한다. 단, 투자 집행 및 기술프로젝트에 대한 부분은 분기별로 노동조합과 논의한다"고 밝혔다.

'임금 및 제수당 요구 건'은 '동결'로 처리됐으며, 복지부문에 대해서도 체육대회, 만근자포상, 장기근속자 건강검진 등 3개 항을 2년간 중단키로 했다. 파업 관련 '무노동 무임금'은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의 106시간을 기본급 547,569원에 준해 적용키로 합의했다.

유연적 인력 운영, 임금 동결, 업체 선정 회사에 위임

쌍용차노조의 당초 요구인 '특별협약서 이행' 중 '현재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고용승계 보장'은 '정규직 고용 유지'만으로 한정된 감이 있고, "급변하는 시장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기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한다"고 하는 등 전환배치나 비정규직 대거 유입의 우려가 엿보인다.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선물, 체육복, 병원, 식당 등 노동조합의 해왔던 각종 업체 선정을 회사에 전부 위임하기로 했으며, "일하지 않고 출근하지 않는 자는 해고 조치하며 이를 묵인하는 관리자도 해고한다"고 못박아 노조활동 위축과 현장 통제가 예견되기도 한다.

노조의 '중장기적 투자' 요구는 "올해부터 2009년까지 매년 3000여 억원을 투자하고, 투자 집행 및 기술프로젝트에 대한 부분은 분기별로 노동조합과 논의한다"고 해 일정부분 반영된 점이 있지만, 인력운영과 관련해 생산라인에서 "혼류생산의 취지를 살려 투입 비율에 상관없이 운영한다"고 하는 등 사측의 '유연한 운영' 입장이 관철됐다.

한편, 쌍용차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였던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저지'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돼지 못해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쌍용차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L-프로젝트'와 관련해 장쯔웨이 대표이사 및 이사진 9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