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추진 한미FTA, 급제동 걸리려나?

여야 의원 23명 정부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소송’ 청구

한미FTA 3차 협상 이틀째를 맞은 7일 오전, 여야 국회의원 23명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의 졸속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 이 같은 협상과정상의 문제가 위헌임을 가리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냈다.

만일 헌재가 정부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릴 시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17명의 변호사가 함께한 이번 소송은, 김태홍, 강창일,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이경숙,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임종인, 정봉주, 최재천, 홍미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 측 의원 13인과 권영길, 강기갑,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 9인, 그리고 손봉숙 민주당 의원 등 총 23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협상 권한쟁의심판 소송 취지’를 밝히면서, “정부는 한미FTA 협상 체결 과정에서 대통령의 조약체결권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하고, 국회의 조약체결.비준동의권이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아 국회는 거수기의 기구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국회의 동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정부의 정보제공의무 및 국회와 충분한 사전대책 논의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밝히고, “정부가 국회 한미FTA 특위 소속 의원들에 한해 정보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지만, 요식적 수준에서 시간과 인력을 제한하고, 제출된 자료 또한 영문으로 준비하고 있어, 이와 같은 정부의 부작위는 삼권분립원칙을 명시하는 헌법정신에 벗어나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미FTA의 졸속추진으로 위협받는 국민경제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된 것”이라고 소송취지를 밝혔다.

한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소송 취지 발표에 앞서, “지금 이 시간에도 시애틀에서는 3차 협상이 진행 중인데, 아직까지도 정부는 국회에 충분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걸쳐 정부 측에 국회가 한미FTA협상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이 요청은 사실상 묵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소송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여야 의원이 합심해서 소송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태홍 열린우리당 의원도 발언에 나서,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정부가 추진하는 FTA추진하는데 많은 심적인 갈등을 겪었다”며 “그러나 한미FTA가 진행되면 많은 국민적 고충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해 몸을 던졌다”고 밝혔다.

김태홍 의원은 그러면서 “FTA는 시대의 흐름으로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미FTA도 필요하다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독선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정보공개와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도달하자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홍 의원은 또 이어진 여당의 입장과의 갈등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 “여당내의 문제점 이전에 정부와 미국의 처리속도가 과속이라고 생각해서 단속하러 나왔다”며 “당내 문제가 아니라 온 국가적 문제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소송대리인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같이 참석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찬진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했다고 해서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중단되거나 하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로 집행정치가처분을 신청해야 하는데, 이는 의원들이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소송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는 한미FTA 협상이 현재처럼 계속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찬진 변호사는 만일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국회의 헌법상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결을 내린다면 한미FTA 협상은 중단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소송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게 범국본을 대신해 감사를 표하며, 특히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과 김태홍 의원에 대해 “여당 내 중진이자, 상임위원장이라는 어려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접촉했었다. 그 과정에서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의원들이 속도와 쟁점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참여하지는 못했다”고 밝혀, 여당 내에서도 많은 호응이 있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번 3차 협상 이후 한미FTA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 많은 의원들이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권한쟁의청구 소송이 제기된다고 해서 한미FTA에 곧바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헌재가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기간도 얼마나 걸릴 지 현재로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청구소송 자체가 여론을 환기시키는 효과는 있다"도 말했다.

김태홍 의원도 금번 한미FTA에 심각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집행정지가처분신청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졸속적인 추진에 대한 속도조절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여야 의원들은 11시 30분경 헌법재판소를 방문, 정부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소송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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