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근만 죽은 것은 아니다

[포토뉴스] 포항상경투쟁단의 가슴 속 응어리


아무 말도 물을 수 없었다

얼굴 마주하고 사진 찍을 용기도 없다

우리가 떠나 보내는 이가 어디

어디 하중근 뿐이랴



뜨거운 여름날 서울에 올라온 건설노동자들

이제 바람이 선선한 가을의 문턱을 넘는다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쏟아지는 태양을

온 몸으로 두들겨 맞으며 한 달 넘게

서울 거리에 외쳤건만




함께 일하던 벗은 운명을 달리하고

빈 손으로 벗의 몸에 흙을 덮어야 했다



장례식이 포항에서 있던 날

서울에서는 대학로에서 청와대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열 걸음을 걷고

이마를 두 손을 두 무릎을

응어리 진 마음마저

땅에 굽혀 절을 한다



하중근은 떠나 보낸 것이 아니리

하중근은 내 마음에 없었던 것이리

흙을 덮은 것은 하중근 만이 아니리

흙에 덮인 것은 서울 거리를 십보일배로 기어가는

저 검게 그을린 노가다

포항건설노동자



구월 칠일 장례식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광화문에는 자주색 조끼 포항건설노동자

촛불을 밝혔다

그들의 옆에는 영결식 연단 위에서 그토록 통곡하던 이들

아무도 없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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