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발전노조 탄압에 직접 개입한 사실 드러나"

공문으로 수차례 ‘지침’ 하달, 정세균 장관 직인도 찍혀..

  단병호 의원이 입수.공개한 산자부의 공문. △열성참가자 강중처벌 △파업불참자 특혜부여 △징계절차 착수 등을 지시하고, 조치내용을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5개 발전회사에 공문을 보내 노조간부 고발 등을 지시하는 등 발전노조 탄압에 직접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최근 입수한 이 공문들은 문건 모두 산자부 황규호 경쟁기획팀장이 작성했으며, 심지어 정세균 산자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단병호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과 이성우 민주노총 공공연맹 사무처장이 함께한 가운데, 관련 문건을 공개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단병호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산하 기관 출연,출자 공공기업에 대해 정부가 노사문제에 있어 직접 개입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매번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정황은 너무나 많았고, 차라리 정부가 실제로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하면, 자신들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나설 수 없다고 주장 해왔다. 그러나 오늘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산자부의 “발전노조 탄압행위”를 폭로했다.

단병호 의원이 입수.공개한 산자부의 공문을 보면, 발전노조 파업 다음날인 9월 5일 [경쟁기획팀-75호] 공문을 5개 발전회사에 내려 △열성참가자 강중처벌 △파업불참자 특혜부여 △징계절차 착수 등을 지시하고, 조치내용을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되어있다.

이 같은 지침을 하달 받자, “발전회사는 파업을 풀고 일터로 돌아온 노동자들에게 징계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복귀서 작성을 강요했으며, 이와 별도로 노조간부 212명을 고소했다”고 단병호 의원은 밝혔다.

산자부는 또 이에 앞서 8월 14일에도 '집회참가자 사법처리' 등의 내용이 담긴 [경쟁기획팀-51호] 공문을 하달했고, 발전회사는 산자부의 공문시행일에 맞춰 노조간부를 업무방해 협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내용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산하기관 노사갈등 해소에 힘을 쏟아야 할 정부부처인 산자부가 오히려 강압적 노조탄압을 진두지휘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산자부 황규호 경쟁기획팀장의 사인과 정세균 산자부 장관의 직인이 공문 하단에 선명하게 찍혀있다.

단병호 의원에 따르면, 산자부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최소한 4차례 이상 '노조탄압 지침 공문'을 하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중 일부 공문은 '비공개' 처리된 점을 볼 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공문과 구도지시까지 더할 경우 산자부의 노조탄압과 관련 '직접개입'의 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는 발전회사 노사쟁의에 대해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과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 발전노조 파업 시 이원걸 산자부 차관은 "불법파업은 사법당국과 회사가 법과 사규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할 문제"라고 밝힌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단병호 의원은 " 그야말로 표리부동한 언행이다"라며 강하게 비판, "산자부는 배후에서 진행해 온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산자부는 발전노사가 자율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가 나서야 할 정책적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대회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부부처의 역할에 맞는 처신임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은 먼저, "발전노조 파업으로 인해 우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고, 그 동안의 상황을 통해 산자부의 노조탄압 행위를 증언했다.

그는 "사측과 가급적 교섭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나 그동안은 왜 회사와 대화가 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됐었다"며 "대화가 잘 되다가도 어느 날이면 사측의 안색이 바뀌고 대화가 차단됐다. ‘지시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 전면 부인했었다"고 전했다.

이준상 위원장은 "그러나 이 공문을 통해, 회사의 이런 태도 뒤에서는 노사관계 당사자도 아닐 뿐더러, 회사 사정도 모르는 정부가 배후에서 직접지시 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분개했다.

이준상 위원장은 또 이번 발전노조 파업철회 시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하고, 회사 사장과 직권중재에 의해서가 아닌, 노사 자율교섭으로 타결하자고 회사와 협의했기 때문에 파업을 철회했다. 그러나 며칠 뒤 회사는 도저히 교섭을 할 수 없는 물리적 상황에 놓여있다며 말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준상 위원장은 "(나중에)사장과 노무관련자를 사석에서 만나자, 발전사측에서 ‘교섭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물리적 힘에 의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결국, 이런 '물리적 상황', ‘물리적 힘’이라는 것이 '산자부 공문 지침'이었음이 이번 단병호 의원의 공개로 확인된 셈이다. 이준상 위원장은 "국민들과 약속한 이번 교섭이 산자부의 지시로 또다시 좌절됐다"며 "아직은 공개할 수 없으나, 향후 발전노조가 산자부를 대상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문 전부를 작성한 황규호 산자부 경쟁기획팀장은 공교롭게도 부산MBC 라디오 생방송 도중 '야 이 XX야' 'X 같은 X아' 등 심한 욕설을 쏟아내, 이른바 ‘생방송 욕설’로 현재까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도 "지난 8월 18일 정세균 장관은 발전노조 파업이나 노사관계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천명했으나 뒤에서는 직접적인 탄압을 지시했다는 것은 충격"이라며 "발전노조뿐 아니라 산자부 산하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진술해, 향후 관련된 파문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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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노조 , 산업자원부 , 단병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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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ㅅㅎ

    이준호 위원장이 아니고 이준상 위원장 입니다.

  • 참세상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