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민주노총... 덫을 어찌하오

[기자의 눈] 임시대대 앞두고 미국 방문한 조준호 위원장

9월 10일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미국으로 떠났다. ‘한미FTA 협상저지를 위한 미국의회 면담 투쟁’을 위해서다. 오보로 밝혀지기도 했지만 조준호 위원장이 미 의회에서 연설을 추진한다는 말도 있었다. (오보를 떠나) 민주노총의 위상이 세계로 뻗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가 우리 나라에, 특히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민주노총 위원장의 방미는 뜻있는 행보다.

세계로 뻗어가는 민주노총

하지만 세계로 뻗어가는 민주노총을 보며 가슴 뿌듯함보다 착잡함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국내로 눈을 돌리면 답답함이 앞선다. 민주노총은 국내에서 '한미FTA반대' 투쟁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앞서 던지고 싶은 말이 있다.

75미터 올림픽대교에 건설노동자가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지가 12일째다. 제대로 된 집회 한 번 열지 못하고 ‘질긴 놈이 이긴다’는 구호만 외치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 구호도 외치지 않는다. ‘연대’는커녕 기본적인 ‘의리’마저 쓰레기통에 쳐박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건설노동자 하중근의 몸에 흙을 덮어야 했다. 동료들은 통곡을 했고, 조준호 위원장도 연단 위에서 구슬픈 곡을 목이 터져라 했다. 물론 곡소리에 비해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내 손으로 묻은 동지가 숱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 동지의 죽음에 의연해진 것일까?

포항건설노동자의 파업은 결국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건만, 해결의 기미는커녕 더욱 안개 속으로 파고든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방미를 두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8월 25일 몇 차례의 난항을 거쳤던 임시대의원대회는 정원의 과반이 참석하지 않아 무산되었다.

기억한다. 지금 대의원대회에 올라온 안건이 언제부터 떠도는 것인지를. ‘2005년 사업보고 및 결산, 2006년 사업계획 및 사업예산.’ 이제 한 해를 정리할 때가 되어가는 데 한국 최대의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은 지난해의 결산도 올해의 계획도 대의원들의 결정을 받지 못하고 여태껏 온 것이다.

방미 중에도 기억해야 할 것

또 기억한다. 여태껏 안건으로 떠도는 이유를. 자리가 빈 위원장 선거가 급하기 때문에 안건을 바꿔치기해 위원장 선거를 먼저 한 지난 2월의 대의원대회를. 물론 선거가 끝나자 신임위원장은 정족수 미달로 산회를 선포한 의사봉을 두들겨야했다.

지난 임시 대의원대회가 무산되고, 조준호 위원장은 담화문을 발표하며, 9월 19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공지했다. 담화문에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늘 일이 벌어지고 나서 비판 또는 비난을 한다.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다. 다음 주 임시대의원대회의 공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대회의 무산에 대한 평가나 반성의 글을 찾기도 힘들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경우에는 아직도 일정에 조차 한 줄의 공지도 되어있지 않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그나마 눈에 띄게 일정의 맨 위에 굵은 글씨로 적어 둔 것이 위안이다.

임시 대대 준비 잘 되고 있나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이 정도니 단위 사업장은 보나마나다. 3만이 넘는 조합원을 가진 KT노동조합 홈페이지를 보니, 예상대로 대의원대회에 대한 준비는 찾을 수 없다. 직접 사람을 만나며 조직하고 있겠지 하며 기대를 져 버리고 싶지는 않다.

노사선진화 방안은 노동자 최대조직인 민주노총은 외면된 채, 언론에서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의 줄다리기로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겠다고 들어간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왕따’ 내지는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물론 입법이 강행되면 특유의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이제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을 바라보는 눈은 노동자에게도 정부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민주노총 10년을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영화의 괴물처럼 몸이 커져있다. 그만큼 할 일도 많고, 할 수밖에 없는 일도 숱하다. 노동자의 권익만이 아니라 국내의 모든 문제에 입장을 가지고 앞서서 끌어가야하는 책무도 가진다. 유럽도 가야하고, 미국도 가야한다. 단위사업장의 문제에 머물기에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이 커진 것에 대해 비판할 일도 아니다.

괴물과 덫

하지만 ‘큰 사업’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민주노총에는 숱한 덫이 옭아매고 있다. 투쟁하는 사업장 노동자는 ‘투쟁하자’는 덫, 현실에 안주하는 노동자는 ‘무관심’의 덫, 정파적 이해는 대안 없는 ‘비판’의 덫, 정부는 ‘합법’의 덫, 덫 덫 덫, 끝없는 덫이 민주노총의 위상만큼이나 뻗쳐오고 있다.

소중한 덫도 있고 버려야 하는 덫도 있다. 이제 모든 것을 ‘괴물’의 몸으로 받아 안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괴물’의 몸짓을 벗어던지고 시작해야한다.

영등포의 붉은 빌딩을 버리고 나와야 한다. 다시 지하 사무실을 맴돌더라도, 불법의 딱지를 붙이고 살더라도, 지금의 모습이 민주노총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지 않을까?

조준호 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조합원에게 했던 취임 약속이 떠오른다. 언론에 사진이나 나오는 위원장이 되지 않겠다던. 다부진 얼굴의 당찬 맹세, 아직도 유효하다.

약속은 유효하다

숱한 덫에 연연하지 말고 당장 민주노총이 갈 길이 무엇인지 똑바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디서 출발할 지를 조합원과 이야기해야 한다. ‘총파업’도 ‘한미FTA 반대’도 조합원의 마음을 세우고,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조합원에게 사랑을 받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주노총, 당장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각 연맹, 단위 노동조합 간부들이 9월 19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준비하며 한번쯤 생각을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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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시원하다

    옳은 말씀이오..!!
    미국가서 언론에 얼굴비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진정 뭘 해야 하는지 반성부터 하시길 바라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