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0시, 현지시간으로 14일 오전 11시에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회담 전부터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초치 등 북핵문제 관련 민감한 사안으로 주변국들의 관심을 모았고, 국내적으로는 전시작통권환수 문제, 한미FTA 등 사안이 첨예한 이견으로 회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됐다.
양국 정상은 먼저 55분에 걸쳐 회담을 갖고, 관련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1시간 가량 양국 통상 실무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오찬회동을 갖는 등 총 2시간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회담결과에 대해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지 않고, 대신 회담장인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단들과 몇 가지 질문을 받는 형식의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으로 대체했다.
양국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합의, 추가 대북제재 않기로
이날 회담에서 결정된 주요한 논의로, 한미 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약 15분 간 진행된 언론회동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언론회동에 참석한 기자들은 '포괄적 접근 방안'의 내용에 대해서 묻고, 아울러 전작권 환수 시기 문제와 이로인한 한미동맹 약화에 대한 일각의 우려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부시 미 대통령은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10월에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등 실무차원에서 논의할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작통권 환수 문제 등 한미동맹과 관련, 주한미군의 병력 크기, 이동 날짜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 정부와 협의통해 결론내리겠다며, 양국간 실무자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이 있자, "예, 아주 좋은 대답이다. 감사하다"고 화답하고, 작통권 환수 시기는 "실무적으로 협의 중이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며 "내용이 매우 복잡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여부에 대해 묻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6자회담 실패했을 경우에 있을 수 있는 제재 문제를 먼저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으로서는 미래의 남북관계를 위해서 '제재'라는 용어를 쓰기를 매우 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한국이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던 쌀과 비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제재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냐"며 "또한 UN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또 각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를 또 취하게 되는 것이고, 또 북핵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또 그것대로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또 다른 어떤 제재를 지금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찬에서는 한국측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한충희 외교부 북미1과장, 미국측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합류해, 언론회동 등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한미FTA 관련된 사안을 중점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 당들, 정상회담 두고 입장차 달라 '시끌'
한편, 이와 같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접한 정치권은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제시한 성공적이고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한나라당은 "독선적 '코드 외교'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방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회담'이었다"고 성토했다.
특히 여야 거대 양당은 회담결과보다도 전시작통권 관련, 부시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는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양국 정상이 (작통권 환수 이후에도) 한미동맹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다짐한 만큼 수구세력의 안보불안 선전은 헛된 말장난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기뻐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이와 관련,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소식"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양국 정상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전작권 환수 등 한미동맹 현대화,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균형 있는 추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알찬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 전 당직자들 맹 성토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회의 내내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성토가 이어졌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 사태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해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원론적 수준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하고, 무엇보다 "제1야당을 비롯해서 대다수 국민이 그토록 전시작전통제권에 관해 논의하지 말 것을 여러차례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저버리고 또 다시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는 그러면서, "전작권 단독행사의 시기는 못을 박지 않고 오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부터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해 나가는 것으로 발표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전작권의 섣부른 단독행사 논의가 계속 진전되지 않도록 온 국민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여옥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의 방미 목적은 결국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달라는데 있었던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사전에는 국익도, 국민 안전도, 국가 안보도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국민적 공감대를 무시한 독선적 '코드 외교'"이며, "대통령의 오기만 남은 '비정상회담'"이라고 비난하고 "전작권 문제 합의에 따른 국론 분열과 안보 위기, 그리고 향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 나중에 한나라당이 '후속조치'를 논의했다며 결과를 밝히기도 했는데,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해서, 국민과 함께 투쟁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이 논의한 6가지 조치 내용을 소개했다.
이는 첫째,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 질문, 이를 통해 국무총리 이해 장관들에게 이번 정상회담 배경과 내용에 대해 듣겠다는 것이다. 둘째, 국방위에서 청문회 개최, 셋째, 국회 내 전작권에 관한 특위 설치, 네째, 전작권 논의 중단을 위한 500만 서명운동 동참, 다섯 째, 19일부터 6일 일정으로 2차 방미단 파견, 여섯 째, 각 권역별 시국 규탄대회 개최 등이다.
한나라당 '후속조치'는 '반미투쟁'?
이와 같은 '계획' 발표가 있자,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여당은 부시 대통령이 정부와 여당의 손들어주었다고 표정 관리가 안 될 만큼 신나 있는 모양인데, 한나라당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당을 '반미투쟁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민노당도 흉내 내지 못할 방대한 투쟁계획까지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전시작통권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제까지 확인된 미국의 태도로 보았을 때 한나라당이 전작권 환수 과정에 대해 '신경질'을 부리려면 아무래도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을 출석시켜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또한 한나라당이 강행하겠다는 2차 방미단 일정을 놓고도, "미국은 전시작통권 환수로 1석 5조의 이득을 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미국이 자국 이익 중심에 있지, 한나라당의 '대성통곡과 하소연 방미단'에 흔들리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민노당, "대통령 조급한 성과주의 버려야"
그러나 민주노동당 역시 이번 정상회담이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문성현 대표는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먼저,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복잡하고 내용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런 최소한의 기대조차 저버렸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국가 전체의 운명이 걸린 (한미FTA) 문제에 대해 노무현 정권이 보이고 있는 아마츄어적인 접근과 조급한 성과주의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북핵문제와 관련,"추가적인 대북제제 논의 없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북미간 갈등의 핵심문제인 대북금융제제를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용인한 것과 여러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자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한반도 불안의 여전한 불씨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작통권 환수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미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미국에게는 1석5조의 이득이 되고 한국에게는 '군사종속심화-미국산 무기구입의 증대'라는 나쁜 길이 아니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나가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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