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그 존재의 무거움이여!

토론회, 방송통신융합시대 공영방송이 나아갈 길

OCN에서 ‘CSI’ 시리즈를, ON Style에서 ‘섹스앤시티’를 보는 된장녀와 된장남이 등장했다. 다채널 케이블 망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뉴욕 소비 스타일’은 생활 깊숙이 잠입했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IPTV가 예고되는 가운데, ‘뉴욕’은 현실이 될 것인가! 바야흐로 수상한(?) 세월, 공영방송 KBS는 떨고 있다.

위기감이다. 미디어 환경에 있어서 방송 시장의 확대, 무한 경쟁 체제의 가속화가 위기감의 근본적 원인이지만, 그 절정은 컨텐츠 측면에서 상업적 컨텐츠에 익숙해지는 대중의 눈에서 폭발된다. 이 시대 등장한 ‘된장녀’, ‘된장남’은 단순히 문화의 한 양상이 아니라 방송의 컨텐츠가 대중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시장주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러한 컨텐츠만이 대중 속에서 살아남는 현실을 의미한다. 또한 방송시장이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방송계 내부의 반응에서도 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상업적인 것이 대중적인 것, 그렇다면 대중적인 것이 공공적인 것일까?

이 사이 한국은 미국식으로 2010까지 디지털전환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3월 타결을 목표로 현재 4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에는 방송시장에 있어 △한국산 프로그램 편성쿼터 완화 △지상파방송사 등의 소유 지분 완화 등을, 통신시장에 있어 ‘규제 없는 완전 개방’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방송을 잠식할 준비를 마친 태세다. 지난 21일 KBS후원,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방송통신융합시대 공영방송이 나아갈 길’은 그런 의미에서 수상쩍다. 내용은 절망에 가깝다.


다채널화 되고 있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공적 프로그램 전략이 적응하지 못해 ‘공공적’인 것이 꼭 ‘대중적’인 것으로 연결되지 않고, ‘상업적’인 것이 곧 ‘대중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혹자의 주장에 혹하고, 방통융합, 디지털전환 시대에 채널을 다양화하면서 일부 상업방송의 형태를 수용한 영국의 PBS 체제의 사례를 믿고 싶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좋으면서 대중적이고 대중적이면서 좋은’이라는 식으로 ‘상업성’이 에둘러 주장되고, 디지털 텔레비전 산업의 전반적 재정난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에 봉착한 영국의 상황 하에서 BBC 모델을 소개하며 유럽식 전환이나 독일,영국,일본의 모델 식의 혼합모델을 제안하는데, 결국 ‘미국’식은 아니지만, 시장체제로의 편입 혹은 일부 수용한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정윤식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의 기능강화를 위한 경영효율화와 합리화를 제안하며 “방송노동운동은 방송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하거나 신규 서비스의 도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은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노사타협의 합리적인 장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경영합리화와 디지털 TV와 같은 신기술의 도입 및 채택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근 10년 동안 KBS1, KBS2, KBS Drama, KBS Sport, KBS Korea 등 케이블 KBS Sky 그룹을 형성했다면, 앞으로 1,2년 사이에 KBS는 ‘생존’을 이유로 ‘공영방송’이라는 자기 부정의 한계를 넘나들 것이다. 그야말로 칼 날 끝과 같은 기로에 서서.

방송의 공공성과 문화다양성의 최저항선, 공영방송 KBS

이런 가운데, 형태는 다르지만 방송의 공공성과 문화다양성의 최저항선인 공영방송 KBS에 대한, 공영방송 KBS를 위한 억척스런 싸움이 곳곳에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애정 혹은 애증을 근원으로 한 싸움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인 KBS ‘열린채널’의 활성화를 촉구하며 구성된 모임 ‘닫힌채널’은 사이버 시위, KBS 담당PD 면담, 액세스 채널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또한 ‘독립영화관’ 폐지 위기가 대두됨에 따라 독립영화진영은 공영방송의 문화다양성 확보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언론들이 일제히 난맥상이라고 비꼰 KBS 안팎의 문제에는 공영방송 내부개혁을 위한 언론개혁, 언론노동, 문화사회단체의 활동과 그와 맞물려 기존의 언론운동의 한계를 통해 등장한 언론운동진영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최근 차기 사장 선출과 관련하여 진통을 겪고 있다. KBS노조 등 언론노동 및 언론개혁진영이 요구했던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구성원에 있어서도 갈등은 첨예하다. 이 때문에 KBS 노조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방송위원회가 임명한 KBS 이사가 자질 시비 끝에 사퇴하고 EBS 사장은 노조의 반대로 출근을 못하고 있는 등 방송계 인사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언론개혁진영의 제도권화에도 불구하고 KBS를 필두로 한 공영방송의 내부 개혁은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언론개혁 혹은 미디어운동단체의 대응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싸움, 동시에 방송공공성 확보를 위한 KBS 내부 개혁중요

일각에서는 문근영을 ‘국민동생’으로 안성기를 ‘국민배우’로 일컫는다는데 하루에도 수십명씩 쏟아지는 아역출신 배우들을 상기해 볼 때 그들의 ‘국민’ 수식어는 근거가 부족할 수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업방송의 틈바구니 속에도 공영방송 KBS가 이른바 ‘국민방송’인 까닭은 KBS를 둘러싼 최근의 사건들로 하여금 그 무게를 더해가는 공영방송 KBS 존재의 ‘절대 무거움’만 상기해봐도 분명해진다.

'KBS'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안팎의 억척스런 싸움은 시작되었지만, 방송통신융합과 디지털전환이라는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한미FTA 협상 등 외풍 속에서 얼마나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안팎에서 진행되는 활동을 엮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그리고 방송 공공성의 총체적 위기 국면 속에서 KBS의 내부 개혁의 근원이 결국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싸움으로 진행되는 동시에, 방송공공성 확보를 위한 KBS 내부의 개혁으로 엮어내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5일 ‘공영방송 KBS를 위한 독립미디어진영의 자문자답’ 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KBS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공영방송의 위기상황에서 위기 타개의 실마리는 결국 공영방송만이 가질 수 있는 공공적 내용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라는 주장도 나왔다.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방통융합 등으로 방송체계가 바뀌겠지만, 무엇보다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것”이라며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공영방송 고유의 컨텐츠 생산이 생존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독립미디어진영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뒤처지는 이유로 △정보력과 △독립미디어에 대한 주류미디어의 냉대 등을 꼽았다.

그 밖에 ‘열린채널’, ‘독립영화관’ 등 개별적 사안에 매몰되지 않고, ‘방송의 공공성/다양성’ 강화라는 요구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좌담은 지난 25일 민중언론참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되었으며, KBS 내부 상황 공유를 위해 권오훈 정책기획센터 PD가 참석한 가운데, 조동원 미디어문화행동 활동가가 사회를, 박채은 미디액트 정책연구원,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형진 문화연대 활동가가 좌담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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