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4차 본협상을 앞두고 국정감사까지 겹치면서 협상팀의 협상력과 한미FTA 졸속 추진을 드러내는 근거자료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밀실협상’이라는 한미FTA 협상 전모가 드러나면서 협상팀과 국회의 무능, 시민사회단체의 대응 등 각 영역에서의 활동은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분야공동대책위(시청각미디어공대위) 주최로 진행된 연속토론회 ‘한미FTA 시청각미디어 분야 협상 분석 및 대응방안’에서 ‘한미FTA 3차 협상 결과 내용’이 공개되었다.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토론회는 폭로중심으로 가겠다”며 물꼬를 트고, 40페이지 분량의 ‘한미FTA 3차 협상 결과 내용’ 중 20페이지를 공개했다. 이날 양문석 사무처장의 발제에서 그간 시청각미디어공대위에서 경고했던 내용들이 현실화되고 있음은 물론 졸속추진과 준비미흡의 근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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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사무처장은 방송분야, 시청각분야를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으나, 전 영역에서 “4차 협상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불과 1개월인데, 도대체 언제 연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냐”며 연신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답답한 속내를 풀었다. 3차 협상 이후 4차 협상까지 불과 1개월, 그러나 한국 협상단의 3차 협상 이후 4차 협상을 앞두고 향후조치계획과 대응방안이 용역발주, 관련 업체 논의 수준이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기간행물', '방송분야' "현행유보에서 미래유보로"
미국은 방송분야와 관련해 현행유보에서 미래유보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아니라 정기간행물과 관련하여 현행유보로의 변경을 요구하고, 한국 측의 입장과 현행규제들을 문의했다.
미래유보와 현행유보
미래유보(Annex2)-협정상대국이 해당산업에 대한 현재의 규제나 시장접근 제한조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협정 발효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새로운 규제나 접근제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함.
현행유보(Annex1)-일정 기간 후 단계적 개방, 발효 이후 유보조치가 강화되지 못함.
양문석 사무처장은 “새로운 매체환경의 변화 속에서 규제할 것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한미FTA 협상에서 방송분야를 현행유보로 변경될 경우, 추후 새로운 매체환경 속에서 규제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고 우려의 입장을 표출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입장이 드러나지 않았던 ‘정기간행물’과 관련하여 미국 측이 미래유보에서 현행유보로의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측은 외국 정기간물의 국내 지사, 지국설치와 관련하여 외국지사의 허가조건과 기능, 외국지사의 한국 내 신문 판매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다. 양문석 사무처장은 “그동안 시청각미디어공대위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미국 측이 요구한대로 될 경우, 지역지는 사라지고 신문의 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찌감치 포기전술로
이번 3차 협상까지 미국 측에서 개방을 요구한 광고 시장과 관련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부분이 한국 측의 유보안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수세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한국 협상단이 ‘WTO +’ 원칙에 따라 WTO DDA 서비스 협상에서의 양허 내용을 제출해 유보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 반면 미국은 WTO DDA 서비스 협상에서 내놓은 양허안일지라도 한미FTA 협상에서 유보안으로 제출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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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적인 것 참아도, 수비마저 뚫리는 것은...
추가적 개방요구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피해 영향분석 및 국내 보완대책 등도 없었고, 심지어 국내 정부부처 간 의견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은 분야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IPTV 등 방송통신융합 상황에서 정보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사이에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협상단 간 단일한 입장조차 내지 못했다. 전문적 협상력을 갖춘 미국을 상대로 한국 측 협상단이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증후들은 이미 포착되었지만, 문제는 대응방안 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정황들이다.
양문석 사무처장이 중점적으로 발제한 방송분야만 봐도 미국측 협상단은 “방송분야에 대한 한국 측 유보가 너무 광범위하다. 한국 측의 현행규제 내용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한 한국측 협상단의 대응은 방송사업자 지분제한을 포함하여 방송쿼터 부분에 대한 전반적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정도다.
한미FTA 저지는 최상위 목표, 전략적으로는 최대한의 ‘미래유보’ 끌어내야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협상에서 최대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유보안을 제시하는 것이 유리할지 모르나, 언제든 다른 분야를 경로로 개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포괄적인 유보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세부적 논의와 협상전략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토론자로 참석한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IPTV 등은 방송분야에서 보다 ‘전자상거래’ 분야를 경로로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미국 측이 분야별로 세부적인 유보안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입장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의 미래유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한미FTA저지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의 최근 한미FTA 대응에 대해 ‘교착상태’라고 진단한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은 토론회에서 “한미FTA는 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최대한의 미래유보를 끌어내기 위한 투쟁도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공대위 차원의 분야별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준 소장이 ‘분야별 대응의 한계’를 지적한 것은 과거 통상 협상과 지금의 FTA가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그 대응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김명준 소장은 지난 미캐FTA를 예로 들며 “FTA는 결국 마지막 전문이 문제”라며 “어떤 한분야만 제외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명준 소장은 “미캐FTA의 경우, 영화분야에서 ‘문화다양성’이 포함되어 미국 측의 반발이 있었으나, 결국 타부분에서 문화가 상품으로 간주되면서 별무리 없이 협상이 마무리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명준 소장은 또한 “현재의 구조를 지키는 것도 어렵지만, 미래의 가능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며 “새로운 미디어의 분류기준이나 규제의 모델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대응의 한계”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국회는 더 모른다
국회의 무능도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토론자로 나선 김지성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국회는 이보다(양문석 사무처장이 공개한 페이퍼) 모른다”며 “한미FTA특위 의원들 중심으로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데, 필기도 못하게 하고 곧바로 회수해간다”며 심의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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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토론회는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의 사회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최종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팀장, 김지성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토론자로 나선 심광현 교수는 “점차 파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불리한 대외정세 속에서 미국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며 “정부가 미국 측 요구에 대해 예상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송위원회 관계자들이 플로어 토론자로 참석해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성욱제 방송위원회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협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특히 서비스 분야 유보의 폭이 넓어 전자상거래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협상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로 남는데, 방송분야에 있어 현행유보불가, 미래유보만이 살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성욱제 연구위원은 방송위원회 입장 변화에 대한 질문에 “한미FTA 전제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며 “대응할 수 있는 인력풀, 역량, 관심도가 당시에 낮지 않았나 싶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로 현재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양문석 사무처장으로부터 “그냥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 낫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김명준 소장은 “방송위원회가 정부 부처처럼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독립된 기구이니 만큼 독립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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