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주 한잔 털어넣고 ‘다시 한번’

노동자대회 전야제 주점에서 만난 투쟁하는 노동자들

흔히 ‘수능한파’라고 하지만 추위로 따지면 노동자대회가 먼저다. 올해 노동자대회가 열린 여의도공원도 여지없이 칼바람이 몰아쳤다. 대회 무대를 빙 둘러싸고 여기저기 노란 불빛을 밝힌 노동자 후원 주점들.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돗자리 한장 깔고 비닐천으로 바람막이한 간이시설이지만 왠지모를 훈훈함이 전해졌다. 이번 노동자대회를 서막으로 이어질 총파업의 지난한 싸움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밝은 표정이었다.

전야제를 마주하고 열린 구속노동자 겨울나기 후원 주점과 대구 경상병원노조 후원 주점. 각각 “구속노동자에게는 겨울나기 자체가 투쟁”이라며 감옥 안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주점과, 한 달이 넘도록 파업을 지속하며 대구에서 먼 걸음을 온 조합원들의 주점이다. 다른 노동자 주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금 더 힘든 조건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포항건설노조 무더기 구속은 노무현정권의 노조탄압 본보기”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후원주점을 여는 이유는.

구속노동자들을 위해 94년부터 12년째 후원사업 중이다. 해마다 200~300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있고,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고립감을 많이 느낀다. 주점 수입금과 모금을 통해 구속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한다.

-현재 노동자 구속 상황은.

11월 8일 조사 결과 총 88명의 노동자가 구속 중이고 그 중 82%가 비정규직이다. 포항건설노조가 37명으로 가장 많다. 실형 선고된 노동자가 9명 있는데, 삼성 무노조경영을 폭로한 노동자는 명예훼손죄로 3년 5개월째 옥살이하고 있다. 이처럼 구속노동자들은 구구절절이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사연들뿐이다. 국가의 사법 잣대가 무전유죄 유전무죄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속노동자 중 포스코 점거 농성 관련 노동자가 가장 많은데, 포스코 투쟁과 포항건설노조원 무더기 구속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포항 투쟁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노조 운동 탄압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포항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하루 8시간 노동, 토요일 휴무 등 근로기준법에 적힌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파업 방해를 위한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과 강제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경찰들은 가로막았다. 보수언론도 노동자를 폭도로 묘사하고 강제진압을 유도하며 포스코 편을 들었다. 포항건설노조에 대해 노무현정권은 집권 이래 최다구속인 68명 구속에 이어 27명을 실형 선고하는 유례없는 판결을 내렸다. 심지어 노조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분회간부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앞으로 투쟁 및 후원 계획은.

구속노동자후원회는 단체가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지금과 같은 노동 탄압 강도를 낮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구속노동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노동자탄압에 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또 노동조합에 대해 너무 많은 왜곡이 있다. 노무현정권은 의도적으로 노동조합을 몹쓸 단체인양 몰아세운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활동해 노동자 구속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것이다.

구속노동자들은 폭행죄 등을 적용받아 형사범으로 취급된다. 이는 노조 면책권 보장이 안 되고 노동법의 보장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3권이 점점 무의미화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단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보다 많은 시민이 노동자 구속에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 노동자 탄압 사례를 책, 영상물 등 자료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영비리 해결돼도 총파업투쟁 함께 할 것”
-박경하 공공연맹 의료연대노조 경상병원분회 위원장

  박경하 의료연대노조 경상병원분회 위원장.

-경상병원의 파업 투쟁 이유는.

경상병원의 투쟁은 경영비리 투쟁으로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작되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쟁취와 최소인력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의 56%가 비정규직이고 최소인력유지가 무너지면서 노동시간은 증가하였다. 이와 관련 단협 진행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실무확인 수준까지 진행되었지만, 기업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병원측은 개악안을 주장하며 갑자기 돌변하였다. 이번 파업을 통해 경영투명성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쟁취할 것이다.

-10월 10일 파업 돌입 이후 경과는.

10월 15, 16일 용역의 농성장 침탈 이후 지역여론이 거세져 용역이 다시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10월 말부터 사측과 노사간 실무교섭이 진행되었지만 11월 3일 기업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자 ‘파업참가 조합원 징계, 해고 5명, 대의원 전원 정직 6개월’ 등 사측의 태도 돌변으로 교섭이 단절되었다. 그리고 10일 금요일 사측과의 교섭에서 민형사상 고소·고발은 취하하겠지만, 조직개편과 인사권 관련해서는 사측이 양보하지 않고 있다.

-파업 중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또 병원 파업에 대해 지역여론은 어떤가.

경산에서 환자들의 불편 때문에 지역여론이 악화되는 일은 없다. 경영비리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환자들이나 시민들이 격려를 해주었고 여론이 노조를 북돋아 주는 상황이 되면서 노조에 대해 일정부분 사측이 위축되었다.

그러나 파업 중에 어려운 점은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생계문제인데, 9월 10월 임금체불이 된 상황이고 간부 22명에게는 통장 가압류가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민형사상의 고소·고발도 사측이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지만, 어쨌든 이런 생계문제가 가장 어려운 점이나 의료연대 6천3백명이 1만원씩 생계비 후원으로 6천3백만원이 모여 9월과 10월 조합원들에게 20만원씩 생계비가 지원되었다. 11월 9일에는 후원주점이 열렸고, 오늘 노동자대회 전야제 주점도 후원과 연대를 위한 것이다.

-이후 투쟁계획에 대해서 말해 달라.

대구경북지역에서의 지역연대를 비롯해, 총파업과 관련해 93%의 찬성으로 투쟁에 참여할 계획이다. 경상병원의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연맹과 함께, 해결된다면 지역 총파업투쟁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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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열

    인터뷰에 응했던 이광열입니다. 우선 보도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부 잘못된 내용(제가 말하지 않았던)이 있습니다. 현재 88명의 구속노동자 가운데 포항건설노조 투쟁관련 구속자는 모두 37명입니다. 또한 포스코 점거농성 이후에 구속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은 58명입니다. 바로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윤원 기자

    잘못된 내용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