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노조 고립’ 3단계

[언론동향] 민주노총 총파업과 전교조 연가투쟁을 바라보는 언론의 눈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총파업과 연가투쟁을 진행한다. 전교조는 이날 1시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교원평가제와 차등성과급제 저지’를 내걸고 7~8천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가투쟁을 벌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경고 파업에 이어 노사관계 로드맵과 한미FTA 저지 등 4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 등 조합원 30만 명이 22일 하루 8시간 전면파업과 함께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제는 정치파업이라고 반대하는가

전교조의 연가투쟁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제정신 인가’, ‘갑갑한 노릇이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가’ 등 수사는 다르지만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번 총파업은 자신의 이해도 걸려있지 않는 정치문제로 총파업을 결의한 무뇌한 인간들이란 묘사다. 경제적 손실은 기본이고, 차량으로 시위대를 덮친 사건의 매개가 교통체증이었던 것과 같이 언론에게도 ‘교통체증’은 분풀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 21일 사설 <민노총 또 총파업 제정신인가> “한심한 노릇이다. 이번 파업은 임금 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일보 21일 사설 <시대 역행하는 민주노총 전교조> “정치적 이슈를 내세워 틈만 나면 파업의 깃발을 들고 나서니 문제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일보 21일 사설 <민노총 전교조 파업 이제 그만 좀 하라>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구호를 버리고 합리적이고 노동현장 중심적인 노사 공존의 길을 모색...”


언제는 이해관계가 걸린 파업을 두고 노조이기주의라고 여론몰이를 하더니만, 이제는 전 대중을 이해를 가진 한미FTA 등 정치적 사안을 내걸고 하는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 정작 한미FTA와 노사관계 로드맵 등의 이슈가 노동자들의 권리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한 주장이라는 지적을 차치하고 언론의 주장은 ‘파업’이 노동자들의 권리인 것은 맞으나 여하튼 ‘파업’은 하지 말라는 억지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학습권’이 뭐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학습권’ 논란의 쟁점은 교사 부재에 따른 학습권 침해. 보수언론은 한술 더 떠 반미 친북적인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아예 전교조 자체를 부정하거나 전교조 조합원은 교실 밖으로 나갈 것을 강변한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혼란스럽다. ‘학습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고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할 터, 언론 안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학습권’에 대한 개념을 과도하게 남용하면서 ‘교사의 유무’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이번 연가투쟁의 경우, 오래전부터 계획이 되어 있던 것으로 교사들이 자신들의 권리인 ‘연가’를 이용하면서 수업에 차질을 없도록 조율하는 식으로 자치적 운영을 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이해도 없다는 점은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21일 사설 <전교조 연가투쟁 법대로 처리해야>에서 “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제쳐 두고 평일로 집회 날짜를 잡은 것부터가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라며 “교사들이 자리를 비운 학교에선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중대한 학습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서울신문은 22일 사설 <연가투쟁 교사 엄벌 지켜보겠다>에서 “교사들이 하루 연가를 내 학교를 비운다면 전국 그 숫자만큼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터이다”라며 “명색이 교육자이면서 교육현장을 비우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그들의 속내가 어떠한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같은날 사설 <전교조 연가투쟁 엄중히 대응해야>를 내고 “연가는 교원의 권리지만 연가투쟁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왜 우리 자녀들이 반미. 친북적인 전교조의 이념교육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조직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한편 이번 연가투쟁에 대해 주동자 뿐만 아니라 단순가담자 역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힌 교육부와 연가투쟁을 강행한 전교조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교육부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무더기로 연가를 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 각 학교의 전교조 분회장 정도만 연가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고, 전교조 역시 “수업에 크게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언론, 노동조합 활동마저 이끌어 가고 있다”

언론들은 국민의 정서를 넘어 잦은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무관심이 팽배해졌다고 밝히고 총파업과 연가투쟁의 조직률이 저조할 것이라며 예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잦은 투쟁으로 조합원이 무관심해진 반면, 정치파업이라는 비난은 거세기 때문”이라는 주장, 부산일보는 22일 사설 <민노총 총파업·전교조 연가투쟁 재고돼야>에서 “‘정치성 파업’과 과격 투쟁에 대한 국민과 조합원의 정서가 싸늘한 현실을 민노총은 직시해야 한다”고 되풀이한다.

대표적인 보수신문인 중앙일보는 “전교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조합원은 줄고, 올해 교육위원 선거에서도 참패했다”며 “전교조의 초창기 '참교육 운동' 정신이 사라지고, 그릇된 이념과 집단이기주의로 가득 찬 집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함 없이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합원들의 정서도 싸늘해지고 있다고 덧붙는다. 노조 조직률이 77년 최저치라는 근거에 따른 주장이다. 이어서 노동자들이 강성 노선에 등을 돌린다는 의미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조합원 조직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파업과 연가투쟁의 규모는 예년에 비해 많거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22일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홈페이지

민주노총은 30만명을 결의, 실제 21만 명이 총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이수미 민주노총 총무부장은 “97년 이후 10년 중에 가장 많은 수가 참여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터무늬 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교조의 경우, 평일인 점과 교육부의 엄정 조치를 감안해도 이번 연가투쟁의 규모면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언론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의 구속으로 임시대행하고 있는 이철호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조직 목표는 최대 만 명에서 7천이었으며 예전에 비해 실제 규모도 줄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징계압력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도 오늘의 연가투쟁은 성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철호 대변인은 덧붙여 “언론들은 사태의 진실을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논평 등으로 훈수하며 객관적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왜곡하고, 나팔수처럼 진실을 오도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 활동마저 이끌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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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 연가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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