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산별 첫 발 내딛다

[기고] 공공서비스노조 출범 의의와 과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은 11월30일 창립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규약의 제정과 3개월 임기의 초대임원을 선출함으로써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이로써 12월 15일 예정된 운수노조의 출범과 더불어 공공부문에서 산업별노조운동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에서 산업별노조 건설 운동은 거슬러 올라가면 94년 철도, 서울 ․ 부산지하철의 동시파업의 주역인 전지협의 결성과 과학기술노조의 출범 그리고 공노대(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회의) 활동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99년 공공연맹의 건설은 각개약진하던 공공부문 산업별노조운동이 통합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하기에 공공연맹은 건설 이후 내부적으로 산업노조의 전환과 건설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것이다. 수차례 산별특위의 건설과 시안의 제출이 반복되었지만 결국 본격적인 산업노조의 건설은 현 집행부가 들어선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공공연맹에서 산업노조의 건설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산별특위가 건설돼 논의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논의만 무성했을 뿐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지난 6년간 몇몇의 소산별노조 건설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리고 2005년부터 시작된 산업노조 건설 사업은 시작부터 격렬한 논쟁과 갈등을 보임으로써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 동안 산업노조 건설논의와 관련한 핵심 논쟁지점은 대략 네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네 가지 쟁점은 모두 연결된 것으로 결국은 두 진영의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첫 번째는 산업노조의 건설목적이다. 왜 산업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교섭력의 확장에 중점을 두는 입장과 미조직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를 중심으로 계급적 대중조직의 건설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교섭력에 중심을 두는 입장은 조직구조와 교섭구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반대의 입장은 조직구조와 교섭구조는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두 번째는 여러 개의 소산업노조를 거쳐서 통합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일시에 하나의 산업노조를 건설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었다. 다른 산업노조와 달리 공공연맹의 조건상 다양한 업종을 포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논쟁이었다. 결론은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두개로 분리건설하고 최단 기간내에 공공운수노조로 통합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세 번째는 역시 공공연맹의 구성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업종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다. 보통의 산업노조가 지역 중심의 조직구조를 형성하지만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조건과 그 동안 업종중심의 사업을 전개하여온 관성으로 인하여 두 가지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은 지역과 업종을 병행하는 구조로 정리되었다. 물론 점차 지역중심의 조직구조로 전환하며, 이를 위해 지역에 의결, 재정, 인원 등에서 가중치를 두기로 하였다.

네 번째는 기업을 독자적인 기초단위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기업별노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노조를 건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기업을 조직골간의 기초단위로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기업별노조의 관성을 일시에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정이 불가피하였다.

약 1년 6개월 동안의 시간을 거쳐서 네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하는 논쟁이 마무리되고 지난 9월 27일 공공연맹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공공노조 건설추진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논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임시대의원대회 이후 설치된 규약제정위원회는 공공노조의 규약을 설계하면서 또 다시 논쟁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9월 2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1월 30일 출범 일정이 확정된 조건이라 불과 두 달밖에 안 되는 시간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규약을 통해서 구체적인 조직의 구조와 운영을 설계하다 보니 다양한 조건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앞선 논쟁의 쟁점들이 다시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규약 논의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산하조직의 설계와 관련된 것으로 지역본부와 업종본부 그리고 지부의 설치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것은 결국 이전 논쟁의 연장선이었다. 지역본부에 의결권과 재정에 있어서 가중치가 주어졌고, 초기업지부에 대해서도 의결권과 재정에 있어서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쟁점을 축소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것에는 커다란 이견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여성할당제, 비정규할당제는 물론 소환과 탄핵의 발의, 의결이 가급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며, 집행체계의 독점적 구조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상당수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출범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 단계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성이 양적인 측면이나 파괴력이라는 측면에서 금속과 공공운수부문에 있음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금속에 이어 공공운수부문에서 본격적인 산업별노조운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민주노조운동은 기업별에서 산업별 중심으로 변화가 확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기업별노조 중심의 활동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은 단일한 산업이 아니라 초산업적이며, 공공부문에 소속된 사업장은 대단히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물론 전국적으로 현장이 분산되어 있는 전국사업장이 많다는 특징 그리고 굉장히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 등. 이런 다양한 조건의 공공부문에서 단일노조인 산업노조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여러 산업에서 산업간 경계를 바탕으로 한 산업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단계 공공노조가 가지는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가?

공공연맹에서 소속된 5만여 명의 운수노동자를 제외하더라도 약 7만여 명의 조합원이 있지만 3만여 명으로 출발함으로써 조직대상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12월, 1월에 전환투표를 예정하고 있는 노조들이 적지 않고 연맹 바깥에서도 공공노조에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어 2월 중에 예정된 조합원 직접선거에 의한 집행부선출 이전에 가입조합원 수는 4만여 명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전환 노조들을 시급히 공공노조에 가입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공공노조는 현재 규약만 존재할 뿐 조직운영의 세부적인 내용을 담을 각종 규정이 미비하다. 민주적인 조직운영이 보장될 수 있고 계급적 지향의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빠른 시간내에 완비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짧은 기간에 공공노조를 출범시키다 보니 조직형식에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조합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였다. 또한 공공노조가 담당해야할 사업에 대해서 충분하게 담지 못했다. 즉 현장과의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내용을 채우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산업노조 건설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확인하고 계급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사업내용을 만들고 채워는 과제가 주어져있다.

첫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그 첫발이 거대한 첫발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또 다른 흔적에 불과할 지는 공공노조에게 주어진 책무다.
덧붙이는 말

나상윤 님은 공공연맹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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