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빈민들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는가”

보건의료단체연합, 복지부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 강력 비판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본인부담금을 상향 조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선택병의원제를 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보건의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1인당 월 6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선 지급하고,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시 1천 원에서 2천 원 수준의 진료비와 약국 이용 시 500원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간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들의 경우, 병의원 이용 시 본인부담금이 면제되어 왔다.

또 보건복지부는 연간 급여일수 높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을 대상으로 이용 의료기관을 한두 곳으로 제한하는 ‘선택병의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곧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총 진료비가 2006년 대비 2007년 예산이 35%나 급증하고 있음에 따라, 불필요한 누수요인을 차단함으로써 제도의 질적 발전과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료급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게 됐다”며 “외래진료 시 소액 본인부담제 도입은 수급권자들에게 최소한의 비용의식을 갖게 하여 적정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제도의 모순 외면한 채 빈민들에게 짐 떠넘기나”

이 같은 정부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일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는 이제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치료권 박탈일 뿐”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제도 변경의 근거로 들고 있는 의료급여비용 증가와 관련해 “의료급여비용이 큰 이유는 의료제도의 모순이 의료급여제도에 집중되어 나타난 결과이며 최근 의료급여비용의 증가는 급여확대와 수가인상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복지부는 이러한 원인을 도외시한 채 의료급여비용의 증가 원인을 가난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때문인 것처럼 호도함으로서 우리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짐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들도 현재 “의료급여비용이 건강보험에 비해 인구 당 비용이 크고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는 복지부의 진단처럼 ‘공짜병’에 걸린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은 아니라는 게 보건의료단체들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급여대상자의 경우 건강보험대상자에 비해 노인인구가 3.4배, 장애인 6.1배, 정신질환자 4배, 희귀난치성질환자가 25배”라며 “의료급여대상자들은 만성질병, 중증질환이 건강보험대상자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의료비용이 큰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의 빈곤선이하 인구는 정부통계로도 700만 명이 넘지만 의료급여대상은 180만 명에 불과하다”며 “5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급여제도는 빈곤층의 마지막 비상구 역할을 하고 있고 의료비용은 상대적으로 그 상승폭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빈민들 병원에 가지 말라 유혹하는 것이 한나라의 정부가 할 짓인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들에게 월 6천 원을 선 지급하고, 본인부담금을 부과키로 한 것과 관련해 “빈곤층의 필수적 의료이용을 제한하여 그들의 치료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의료급여제도에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의료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여 병의원 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이 제도를 왜곡하여 돈을 미리 나누어주고 병원비를 받게 되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당연히 그 현금으로 병원에 갈까 다른 요긴한 곳에 쓸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비용은 줄지 모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고 유혹하는 것이 한나라의 정부가 할 짓인가”라며 “가난한 노인과 장애인, 환자들에게 도움을 못 줄망정 이들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 그들의 치료권을 빼앗는 것이어야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선택병의원제, 사회적 저항 적은 약자들 대상으로 한 ‘사회적 실험행위’”

의료급여대상자들로 한 선택병의원제 도입과 관련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선택병의원제의 전면실시가 아닌 의료급여대상자만에 대한 강요는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일 복지부가 말하는 것처럼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공급을 제한하는 재도개선을 하려한다면 우선 상대적으로 건강한 건강보험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며 “그 부작용이 가장 크지만 사회적 저항은 가장 적을 약자들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험하는 것은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사회적 실험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의료급여증과 건강보험증의 외관을 다르게 만들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급여증을 꺼낼때마다 인간적 모욕을 경험하게 만들어 의료이용을 줄이려는 발상”이라며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반인권적 발상이 가능한지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 차라리 의료급여대상자들에게 노란별을 달아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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