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규직화 합의에 대한 우려들

분리직군제 고착화와 차별시정 불가 등, 반쪽은 될까?

우리은행 노사, 3100명 정규직화

우리은행 노사가 20일,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전제로 직접고용 비정규직 3100명을 내년 3월부터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해 이것이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 1천 여 명에 이른다. 이중 약 30%가 정규직화 되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로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Mass Marketing 직군, 사무지원직군,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우리은행 노사는 20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합의사항을 밝히고, 2월 말까지 실무협의를 거친 후 오는 3월 1일부터 합의사항을 이행할 예정이다.

이번 우리은행의 노사 합의에 대해 관계자들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금융계에 도입되고 있는 ‘분리직군제’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차별시정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역시 내려지고 있다.

비정규 법안 피하려 직군 분리해 정규직화, 임금차이 그대론데 차별시정 불가능

첫째, 특정한 업무를 분리해 직군으로 만드는 것은 비정규 법안 통과 이후 차별시정조치와 2년 후 정규직화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노사 간의 합의로 완성된 분리직군제는 이미 2005년부터 제기된 것이다. 일단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분리직군제를 주장하는 것은 기간제법의 ‘2년까지 자유로운 고용과 2년 후 무기계약 전환 조항’과 ‘차별금지조항’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는 공공기관인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을 전원 외주화한 것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까지 전원 외주화하고, 공사 소속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주화하려는 시도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월 13일 단병호 의원실에서 진행한 토론회에서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직의 업무를 정규직과 외형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 작업장 분리와 업무 분리가 가능한 경우 외주화 방안을 통해 차별금지 조항과 기간제한, 두 가지 모두의 적용을 피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혜영 전국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고용안정을 이뤘다는 것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임금차이를 비롯한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모든 통로는 봉쇄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규직화 합의에서 이로 인해 형성되는 직군과 나머지 정규직간의 임금차이, 승진의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은 우리은행노조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현 정규직 노동자의 30~40%의 임금을 받고 있다.

정용건 전국사무금융연맹 위원장도 이에 대해“굉장히 획기적인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직군으로 정규직을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동일노동 동일가치의 적용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은 안정적일까?

둘째, 고용도 완전한 보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노사가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합의 초안에는 해고를 위해 업무 부적합 경고 3년이면 해고, C, D 등급을 2년 이상 받으면 해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혜영 위원장은 “실제 성과급도 계속 유지되는 것이고, 성과에 따라 해고의 문제를 안고 가는 상황이라 완전한 고용보장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으며, 정용건 위원장은 “등급을 나눠 필요한 부분은 계속 희망퇴직을 요구할 것이며, 계약직은 명예퇴직금이 없었는데 명퇴금 조금 줘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양보로 해결되나

셋째는 “정규직의 양보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했다”라는 부분의 문제다. 이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업주와 정부의 문제가 아닌 “정규직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다”라는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자본이 이윤창출을 위한 비용절감을 위해 좀 더 싼 임금의 노동자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문제나 복지문제를 책임지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려고 한다는데 있다. 이것이 자본의 노동 유연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자본은 노동자를 한 번 쓰고 나면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혜영 위원장은 “당연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자본과 사회의 문제이지 정규직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물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임금의 문제는 당연히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라고 전했다.

정용건 위원장도 “정규직의 양보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기업이 자신이 내고 있는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며, 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실제로 기업은 자신들이 남기고 있는 이윤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으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규직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우리은행 노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는 고용안정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이후 더 큰 문제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남겨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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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 정규직화 , 분리직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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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괜찮을꺼 같은데...

  • 우찍

    당연히 양보대상은 자본가 !

  • 기자님!!

    저는 금융노조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기자님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단, 본질은 아니지만, 사실관계에서 수정해야 하는 점이 있어 알려드립니다.
    우리은행은 전체 노동자가 1만1천여 명이구요, 그중 정규직이 8천, 비정규직이 3천여 명입니다. 물론, 이번 조치에서도 제외되는 비정규직들이 있습니다.(변호사 같은 전문인력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