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논리와 주장보다 집행력"

[기고] 4조직(공공,화물,택시,버스) 연맹통합 무산에서 얻는 교훈

통합연맹 발기인대회 이틀 전인 12월 24일 일요일에 긴급문자가 왔다. 통합논의가 무산되었으므로 공공연맹은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25일에 다시 통합합의가 이루어져서 통합연맹 발기인대회를 개최한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아니 이건 또 뭔가 하는 황당한 생각과 함께 남들 즐기고 노는 성탄절에 통합논의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하루를 앞두고 어렵게 진행된 통합합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만의 걱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통합발기인대회 당일인 26일 오전, 공공연맹은 긴급 상집(사무처)회의에 이어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합의사항을 전달받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발기인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발기인대회는 시작한지 약 2시간 만에 성원 미달로 무산되었다. 공공연맹은 발기인대회 장소에서 즉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며칠 남지 않은 집행부 임기로 인해서 연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1월중으로 임시 대대와 통합 발기인대회를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합발기인대회가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의 원인에는 연휴가 이어져 있었고 시작 시간이 2시간이나 늦어지는 등의 악조건들이 있기 했으나 이것을 원인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통합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진행된 상황을 소개하는 것은 통합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통합논의가 왜 이리 힘들고 지난했는지, 억지스러워 보이는 4조직 연맹통합을 추진하는 의미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풀어가는 것이 도움이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럼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공공연맹은 2005년 공공산별 건설에 대한 기본방침을 확정하였고 2006년에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철도와 지하철의 연대단위인 궤도연대로부터 화물통준위, 민주택시, 민주버스와의 운수산별 건설도 병행 또는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게 되었다.

공공연맹 집행부는 연맹을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이어서 연맹 외부조직과 통합을 하거나 형식적 절차를 간소하고 효율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이들 조직들이 공공연맹에 가입하여 같이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였으나 바로 폐기했다.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운수조직들은 연맹통합 이전에 운수노조 건설이 분명하게 이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전 공공산별 건설 후 연맹통합 또는 연맹가입 후 운수통합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운수조직의 입장으로 인하여 공공연맹은 공공산별 전환에서 일단 운수조직을 제외할 수밖에 없는 큰 지형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공공연맹은 2006년까지 운수노조 건설, 공공노조 건설 그리고 동시에 통합연맹 출범을 달성하고 다시 2007년까지 운수노조와 공공노조를 중심으로 미전환 기업별 노조들을 포함하는 산별노조 건설을 완료한다는 이행방침을 수정하여 확정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반적으로 대단히 무리한 방침일 수밖에 없어보이는 조직통합과 산별노조 건설과정은 사실 공공부문이라는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금속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은 사실상 조직구획이나 범위가 비교적 간단하고 이미 연맹체계로 포괄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전환이 비교적 간명할 수 있으나 공공부문은 광범위함과 조직운동의 다양성으로 인해서 산별노조 건설은 복잡한 통합과정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다. 특히 통합을 이끌어갈 집행부의 임기가 대부분 2년이라는 조건에서 조직의 통합 사업은 2년 내에 이행을 완료해야 하는 넘기 어려운 한계가 작용한다.

이렇게 단기간에 이뤄져야 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조직간의 통합은 내용적 준비는 이후 과제로 미뤄두기 마련이고 형식적 접근에 무게를 두게 되고 그러나 보니 내용적으로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쟁점이 부각되는 것 같다. 4조직 연맹통합에서도 민주택시의 열악한 재정여건은 통합연맹의 재정기준을 세우는데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공공연맹이 수차례의 타협안을 제시하였으나 끝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택시를 빼고 가자는 의견까지도 나왔다는 뒷얘기도 들렸다.

지금 원고를 쓰는 중에 통합무산에 대한 후속조치가 다시 논의되고 있는데 연맹통합이 아니라 운수노조의 공공연맹 가입에 대한 방안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합의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1월 중으로는 통합을 완료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1년 동안 운수노조와 공공노조를 중심으로 공공운수산별노조를 출범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인데 아마 방침에 대한 수정 보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노조는 3월 직선제를 통해서 집행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고 내부 통일성을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 산적한 상황이고 운수노조는 비교적 안정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공공노조와 통합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과정에서 현장 일각에서는 투쟁 없는 조직통합에 대하여 불신을 보이기도 하나 좀 안일한 비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공부문의 조직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은 이제 완급을 경과하겠지만 일단 되돌아 올 수 없는 첫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만으로는 전혀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 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내용을 채워가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각자의 과제를 점검하고 공동의 실천을 조직하기 위한 진단과 논의가 넓게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건 힘(집행력)이 전제되어야 하며 논리와 주장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 이번 산별노조 건설과 연맹통합을 지켜보면서 느낀 교훈이다.
덧붙이는 말

현광훈 님은 공공연맹 교육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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