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노조 때문이야!

[언론동향] 현대차노조 파업, 어떤 기사 나왔나!

언론발 일명 ‘노사 대결 시나리오’는 이번 현대차 파업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15일 오후 1시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까지에는 남부럽지 않은(?) 배경이 존재한다.

현대차는 클~ 났네

이 시기에는 <혼다, 인도에 두 번째 공장 건립..‘현대차 잡겠다’ - 이데일리 15일자>와 같은 기사도 그냥 읽히지 않는다.

경제5단체의 공동성명 발표 이후 각 언론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뒤따랐다.

“메릴린치 증권은 현대차의 노사관계 불안 등을 감안해 지난 4/4분기 실적을 하향조정하는 한편 올해와 내년의 이익전망도 6% 이상 하향 조정했다”-<15일 SBS 뉴스>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출고가 늦어지면서 계약 고객들이 피해를 볼 전망이다. 현대차의 내수 적정재고는 3만 대 수준이다. 그동안의 잔업(하루 네 시간).특근(토요일 근무) 거부로 14일 기준으로 재고는 2만여 대로 줄었다. 잔업을 거부할 경우 하루 1400대, 전면파업에 들어가면 하루 7000대씩 생산차질이 빚어진다”-<15일 중앙일보>

“현대자동차 국내공장이 2007년 내수 8.6%, 수출 5.3%의 생산증대계획을 발표했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이 같은 실적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15일 헤럴드경제>

모든 것은 노조 탓

주요 언론사들은 공통적으로 ‘실리적 측면에서 이번 파업이 노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파업에 따른 손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사측은 노조 임원과 상집 26명에 대해 1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강수를 두었고, 현대차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한 15일 경제5단체는 일자리 감소를 운운하며 “현대차 파업 피해는 근로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언론 사설 내용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을 결의한 12일 이후 주요 언론사들은 이와 관련하여 일제히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불법파업’ 등 기존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며, 대체로 무난했다.

중앙일보는 13일 <현대차 노조간부 불법파업 결의는 무효다>라는 사설에서 “일반 조합원과 울산 시민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합 간부들만의 결의로 파업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택했다”며 “자칫하면 성과금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몽땅 날려버릴지 모르는 파국의 길로 조합원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사설 <연초부터 도진 현대차 노조의 파업병>에서 “사측이 이번에 손실을 감수하면서 원칙과 상식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고수하고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이번만은 반드시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고 엄정 대응을 당부했다.

문화일보는 13일 사설 <현대차노조 떼쓰기 파업 더는 묵과할 수 없다>에서 “파업 빌미로 삼는 성과급 차등지급도 결국은 그동안 툭하면 벌여 온 정치파업의 자업자득”이라며 “파업 결의와 임박 한 새 집행부 및 산별노조 선거 일정이 맞물리는 정황 역시 그렇 다. 누가 뭐라고 하든, 또 회사와의 합의나 원칙이야 어떻든 돈을 더 챙기면서 선명성도 확보하겠다는 검은 계산들이라는 게 우리 시각”이라고 밝혔다.

경제지 매일경제도 같은 날 사설 <현대차 노조파업철회만이 살길>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로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ㆍ유럽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믿었던 내수시장마저 엔화 약세를 발판으로 일본산 자동차가 약진하는 등 수입차 비중이 높아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라며 “이번 파업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노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잔업과 특근을 거부함으로써 조합원들이 입을 임금 손실이 파업까지 겹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연합뉴스는 14일 시론 <현대차노조는 진정 파국을 원하는가>에서 “과연 노조가 성과금 문제만을 이유로 파업을 결의했는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작년에 터진 노조간부의 납품비리 사건에 대한 비난을 덮고 2월로 예정된 금속산별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정략적 피업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며 “성과금이나 임금문제 등은 권리분쟁 사항으로,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마땅하며 쟁의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의 파업은 비난과 지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4일 <현대차 노조, ‘국내 최대 노조’로서 책무 느껴야>에서 “현대차 파업의 경우 동기와 배경이 무엇이든 파업의 형식과 내용 어떤 측면에서도 명분이 약하다”며 “조합원 규모에서나, 임금수준에서나 국내 최대인 현대차 노조가 법과 원칙, 국민여론까지 외면하며 강경투쟁 일변도로 갈 경우 노동계 전체에 돌아올 역풍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이기주의’의 또 다른 한 축, 노조 내 ‘정치활동’ 활용

사설에서도 노조 내 선거를 앞두고 이번 파업이 일종의 정치파업이라는 주장들이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일반기사에서도 ‘정치적 의도’는 숨기지 않고 나왔다. 2007년 선거시기와 맞물려 ‘노조이기주의’의 또 다른 한 축으로 노조 내 ‘정치활동’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 역시 파업의 배경과 원인 보다 노조의 ‘도덕적’ 흠집내기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노조 선거와 맞물린 정치파업’이라는 것과 ‘귀족노조’라는 기사가 그것.

동아일보는 15일 <정계로 간 간부들>이라는 기사에서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 활동 중인 인사 중에는 현대자동차 노조 출신이 모두 10명”이라며 “노조 집행부가 14일 찬반투표 요청을 묵살하고 박수에 의한 만장일치로 파업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도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현 집행부가 현대차 노조를 떠나 앞으로 정계 등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이번 현대차 파업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파업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헤럴드경제는 15일 기자수첩 <현대차 파업에 침묵하는 대선주자들>에서 “기우이겠지만 대선주자들의 침묵이 ‘노동계’ 표를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국가 경제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을 대선주자들도 물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파괴력 있는 뉴스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파업에 대한 단호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차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문화일보는 15일 <현대차노조 집행부 ‘무법·특권지대’?>에서 “현대차 노조는 또한 연간 거둬들이는 조합비만 70억원이 넘고, 이미 적립한 기금만 100억원대에 이르는 ‘부자 노조’이기도 하다”며 “노조의 살림은 모두 회사 가 부담하고 노조에서 상근하는 간부들에게는 갖가지 특혜가 주어진다. 지난 20년간 파업으로 무려 10조5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초래해 놓고도 회사로부터 온갖 특혜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정적 제목으로 승부 건 언론

몇몇 기사들은 내용면에서 ‘원칙적’ 공식을 따르되 선정적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목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 내용면에서도 이색적인(?) 시도들이 엿보였다.

지난 14일 세계일보는 ‘현대차 피해 고스란히 고객에’라는 기사를 실었다. 내용면에서 경제적 손실을 초점에 두고 제목에서 ‘고객’이라는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현대차 사측의 성과급 미지급 등 약속 불이행으로 이어진 노동자들의 파업의 책임을 또다시 노조에게 묻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현대자동차 노조가 ‘성과급 투쟁’을 이유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면서 현대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내수 적정재고는 3만대 수준이나 그동안의 잔업·특근 거부로 지난 11일 마감 기준 재고는 2만3000대에 불과하며, 앞으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재고량은 점점 줄어들 전망”고 보도했다.

‘노조원 부인’ 눈총 받는 ‘노조공화국’?

언론에서 파업을 바라보는 ‘여성가족’을 감정적으로만 노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는데, 중앙일보는 한 술 더 뜬다.

중앙일보는 15일 <파업하면 남편 월급 줄고 이웃 눈총 하소연 하는 노조원 부인들 많아>를 실어 ‘현대차노조원 부인들도 상당수 가입돼 있는’ 한 여성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북구 쪽에 노조원 부인이 많다. ‘파업 때문에 당장 남편 봉급이 줄어 겪는 고통에다 일은 않고 파업으로 돈을 더 받으려 한다는 이웃의 눈총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한 현대차 조합원의 여성가족의 말을 인용했다.

국민일보 ‘한마당’ 코너에 실린 ‘노조공화국’ 기사도 눈에 띤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최근 노동조합의 ‘고향’인 영국이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기업이 투자할 경우 노조를 결성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준다는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현대차 노조가 연평균 1달 정도 파업을 한데 비해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 노조는 55년째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연간 1조엔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노조는 지난 5년 연속 기본급을 자진 동결하고 이익을 R&D에 쓰도록 했다. 받을 자격이 없는 성과금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현대차 노조, 이런 노조가 용인되는 대한민국은 분명 이상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기사와 달리 지난해 9월 도요타 생산방식, 도요타식의 노사협조주의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몇 차례 일본 본사에서 진행된 바 있다.

“언론이 노사대결 부추긴다”

박유기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의 왜곡보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노조 내부만이 아니었다.

민주노동당울산시당은 1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자동차의 성과급 미지급 사태와 관련, 언론이 노사대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울산시당은 “이성을 잃은 일부 언론들은 노사 당사자들의 성실한 교섭과 갈등 해결을 원하는지, 전면파업, 직장폐쇄와 같은 파국적 상황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며 “지금은 말과 행동을 아끼고, 노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협상노력에 관심과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태그

현대차노조파업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야구팬

    노조와 환율상승 때문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