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전략 대신 계급단결연대전략 필요"

[노동운동,어깨를펴고](6) - 사회연대전략 어떻게 할까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싸고 민주노동당내에 쟁점이 뜨겁다. ‘연대’를 제기하는 것이야 문제될 것이 없고 ‘전략’을 말하고 있으니 뭔가 새로운 질의 대안이 나올 법한 표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싸고 ‘연대’의 방향과 ‘전략’의 내용 양쪽에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을 비롯해 운동진영 전체에 논란꺼리를 제공하면서 ‘생산적 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연대전략은 민주노동당의 주장대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일면적 요구에서 참여에 기초한 요구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117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노동자들의 ‘양보’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사회연대전략의 내용은 우선, 저소득 계층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 국민연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기 어려운 기초수급자, 농어민, 차상위 계층 등 644만 명의 보험료를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5년 동안 117만 원 이상 소득이 있는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공공성 확보를 위한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2006년 정기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국민연금개혁안을 사실상 합의했다. 이제 연금개혁안은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연금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고 소위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라는 것도 대상자수와 금액을 약간 늘린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토대로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적용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개혁안을 노동자들에게 앞장서 실천하자고 하는 것이다.

소득세, 법인세를 인상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자?

민주노동당이 또 하나의 사회연대전략이 발표한 것이 이른바 소득연대전략이다. 이것은 조직노동자들이 조세 인상(근로소득세 추가부담)을 통해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금조성을 결의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본과 부유층의 증세를 압박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유세’를 대대적으로 선전한바 있다. 하지만 정치선전을 뛰어넘는 정책대안으로 부각되지 못한 채 4년의 국회임기를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290석에서 10석이라는 소수정당의 한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부유세를 전민중적 요구로 구체화하기 위한 대중적 실천제안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전략은 실패한 사민주의 부활인가?

지난 11월 정기국회 정당대표 연설에서 민주노동당이 ‘사회연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제야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그 핵심은 결국 ‘노동자 양보론’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양극화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가 양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더 본질적인데 있다.

정규직노동자가 앞장서서 양보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은 취약계층에게도 노후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의 근본적 배경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보편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폐해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나서는 것이다. 이것은 사민주의를 주창했던 서유럽의 사민주의자들의 노선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 제안의 근본노선은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에 기초한 사회대안 마련이라는 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저 잘해봐야 신자유주의 좌파 ‘개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열린우리당이 긍정적 입장을 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닌가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사회양극화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 사회양극화의 근본원인은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세계화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방안 역시 그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연대전략이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구조조정·세계화로 인한 사회공공성의 파괴, 생존의 위협문제에 맞선 계급연대전략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책으로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 문제를 다룰려면 ‘공공부문의 시장화’, ‘금융 세계화’에 따른 민간시장 같은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투쟁이 제기되야 한다.

둘째, 민간시장 활성화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 연기금 제도를 지양하고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전민중에게 적용되고, 실질적인 노후보장이 가능한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적인 기조가 되어야 한다. 사적연금의 문제는 방치하고 여전히 구조조정, 세계화로 고용과 생활을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취약계층에 속하지 않으니 돈 더내라’고 하는 것은 연대를 위한 정책방향이 아닌 것이다.

설사 제도권 정당으로서 사회보장제도로 꿈꾸는 뭔가가 있다면 부유세를 견인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먼저 인상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예산부터 근본적으로 확충할 투쟁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사민주의 노선을 구체화하기에 더 적당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이러한 사회개혁조차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해 또 다시 양보안을 제출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연대’는 시혜가 아니다.

사회양극화의 문제는 빈곤문제이다.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싶다면 빈곤층, 비정규노동자들을 조직할 조직전략이 핵심적이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계급’의 요구를 실현할 정당이라면,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정당이라면 주체의 형성의 전략이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자들이, 취약계층에 놓인 다수의 민중들이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후를 위한 요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연대방안이 ‘표심’을 움직일 정책은 될지 몰라도 주체를 형성해낼 방안은 없다. 여기서도 여전히 이들은 ‘시혜’의 대상일 뿐이다. 그것도 정규직노동자들의 ‘양보’를 해야만 가능한 시혜이다. 그것은 연대가 아니다.

정부와 자본은 최근 몇 년간 정규직/조직 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을 해왔다. 그리고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차별 완화를 위해서는 정규직노동자의 양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사회적으로 팽배하다. 이렇듯 정규직/조직 노동자에 대한 계속되는 공격은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면서 구조조정, 세계화를 관철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자본은 이를 통해 유연화를 확대하면서 노동분할전략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분할전략을 수용하고 있고 비정규운동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제기되는 사회(소득)연대전략은 무엇으로 귀결되지는 뻔하다. 얼마 전 추진됐던 우리은행의 노사합의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런데 있는 것이다.

시혜적 수준의 취약계층 보호대책은 ‘시혜’도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의 보완물에 불과하다. 제대로 보완하고 있지도 못하지만 총자본의 사회양극화 해소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에 편승해 신자유주의 폐해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노동자민중을 현혹해서는 곤란하지 않는가!

진정한 계급단결, 연대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그 얘기만 하면 된다. 사회보장 제도로 마련된 의료, 연금에 대한 문제는 '전민중에게 노후생활(의료)이 가능한 연금‘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연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럴려면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시혜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회복지 예산으로 생색을 내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의 사회복지정책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이 속에서 공공영역을 시장화하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전민중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사회연대를 말하려면 일차적으로 계급단결의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비정규운동을 노동운동의 핵심문제로 위치 짓게 해야 한다. 이것은 주체형성의 문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확대하는 투쟁을 계획해야 한다. 2007년 비정규개악안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정리해고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투쟁에 대한 연대전략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자본의 분할 공세를 뚫어낼 핵심적인 과제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동시에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남성, 이주/국내로 구분되는 노동의 분할을 막아내고 단결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운동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정규직/조직노동자들이 비정규운동, 투쟁의 일주체로 서기 위한 목적의식적 실천은 긴요한 과제이다. 이것을 정치의식역량의 강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체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전략과 요구를 반자본의 전략 속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계급단결을 바탕으로 한 사회연대전략은 반신자유주의-반자본 투쟁기조하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한미FTA, 빈곤문제, 환경, 인권 등 반신자유주의-반자본의 의제들은 노동문제를 넘어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를 반신자유주의-반자본의 전선하에 묶어낼 수 있는 운동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적어도 이런 문제들이 사회연대전략으로 먼저 구체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2007년 신자유주의 세력들의 합종연횡과 이전투구가 판을 칠 것이다. 사이비 개혁담론도 횡행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의제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연대전략은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기 어려울 듯하다.

[기획] "노동운동, 어깨를 펴고"

1회차(1월10일) 시론 : 노동운동의 의제설정 과제
2회차(1월10일) 산별과 지역(1)
3회차(1월11일) 비정규법안과 로드맵 이후 대응
4회차(1월12일) 산별과 지역(2)
5회차(1월15일) 민주노총 연대운동 짚어보기
6회차(1월16일) 사회연대전략 어떻게 할까
7회차(1월17일) 연금 개악 대응은
8회차(1월18일) 노사정위원회와 사회적 교섭 전술이 남긴 것
9회차(1월19일)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10회차(1월22일) 현장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현장을
덧붙이는 말

선지현 님은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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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지리

    민주노동당의 소득연대전략이 지금의 노동운동을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여론전에 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며, 또한 자본의 착취와 배제에 대해 착취받는 사람들의 몫을 나누어 그나마의 균형을 맞추어보자는 발상 역시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은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에 대한 비판이 반자본 원칙 아래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주체를 발굴해내는 운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주체는 그렇다면 무엇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것인지요?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이 비단 거리에서의 연대 투쟁, 국회를 상대로한 입법저지 혹은 청원 투쟁만이 아니라면(이는 지금까지 충분히 해오지 않았나??)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소득연대전략은 그 발상의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다양한 계급들간의 연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정책적 구체성 혹은 타 계급 계층들에게 구체적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좌파 진영에게도 던지는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급 단체에서 관성적으로 들어가는 사업목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은 아무런 메아리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노동자의 힘과 같은 좌파 정치조직에서, 이러한 정책적 매개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시간인 듯 합니다. 정책에 대한 원칙의 비판은 언제나 무능합니다

  • 정규직

    년봉 5천씩 받는 민주노총 정규직 핵심사업장은 그냥 이대로 살면되겠네..
    조직화 전략은 노동자의 힘이 만드세요.. 잘 만들어지면 다 따라하지 않겠나요

    필자는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루종일 주워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보내기 전에
    물을 뿌려서 무게를 늘리고 있는 우리 사회 바닥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
    한 번 해보세요. 제가 볼때 조직화 전략을 열실히 토론하다 지금 50대가 10년후
    폐지 주우러 나갈 같네요.

    무신 시혜같은 소리 합니까

    필자도 민주노총 정규직 대공장 활동가들에게 물어보세요. 직원들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조기유학 보낼돈 1년에 2~3천만원은 있어도.. 비정규직 투쟁 후원금 1만원을
    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지금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인데, 이 사람들은 정말
    끔찍히 생각하는군요..

    필자는 한달에 얼마 법니까 1달에 100만원 버는 사람이 1달에 4~5백 버는 사람
    걱정하는 앞두가 맞지 않고, 순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투쟁이 안되죠..

    이빨 쌈치기로 끝나는 노힘의 이야기는 결국 대기업 정규직의 현재상태를 잘
    보존하자. 미안하지 적당히 토론이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