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 목소리 그의 신분증

여권발급 거부당한 지문날인거부자, 인터넷 신원보증 운동 펼쳐

그 놈 목소리 하나로 유괴범을 잡겠다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국민이 스스로 찾아가서 직접 소개해도 신분증이 없으면 신원확인 하나 못해준다는 나라에서 무얼 기대할까. 울산노동뉴스에서 활동하는 김성민 기자는 신분증이 없어 신원확인이 불가하다는 이유만으로 여권발급을 거부받자 네티즌을 상대로 자신의 신원보증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성민 기자 [출처: 울산노동뉴스]

김성민 기자가 여권발급을 신청한 날은 2월 12일. 본래 김성민 기자는 지난 1999년 기존의 주민등록증을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교체할 때 지문날인을 거부해서 새로운 주민증록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김성민 기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제 몸은 제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지문날인을 거부해왔다. 여권발급을 신청한 이 날에도 담당자는 국가기관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여권발급을 거절했다. 김성민 기자는 자신의 기자증을 제시하고 공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대안까지 제안하면서 신분확인을 위한 확인절차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담당자는 끝내 신분증 제시만을 고집했다. 결국 김성민 기자는 여권발급에 실패했고,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정부신분증에 의존하는 대신 울산노동뉴스 홈페이지에 그 간 사정과 자신의 사진을 올려 네티즌들에게 신원보증을 의뢰했다.

장석대 금속노조 법률원 울산사무소 변호사는 김성민 기자 사건에 대해 울산노동뉴스 기고문 <지문날인 거부자 김성민...>을 통해 “시청공무원의 신분증 제시요구는 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것으로 위법한 행위”라는 의견을 밝혔다. 신분증 없는 김성민 기자의 요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분증을 요구하는 시청공무원의 요구가 불법행위라는 해석이다.

윤현식 지문날인반대연대 활동가는 “정부는 여권발급에 필요한 신분증을 주민등록증을 포함한 국가에서 발급하는 몇몇의 신분증으로 한정하고 있고, 심지어 학생증과 같은 공신력 있는 신분증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권을 발급하는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는 인정하지만, 법률도 아닌 단순한 내규에 근거해서 기본적인 이동권까지 침해하는 건 옳지 않다. 외국은 신분증이 없어도 아는 사람의 보증 따위로도 행정을 진행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생체여권과 전자주민등록증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행정편의주의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기자는 앞으로 자신이 올린 공개수배에 달린 신원보증댓글과 변호사의 소견을 증빙서류로 다시 여권발급을 신청하고, 지문날인거부 및 저항권과 관련된 강연회를 준비하며 지지 글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