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무! 오타쿠무!”

[인도네시아 현지 리포트](1) 노동권.인권 '개념없는' 현지 한국 기업들

민중언론 참세상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위한 일본 네트워크(NINDJA; Network for Indonesian Democracy, Japan) 및 재일 연구자 이영채, 박근호 박사와 함께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를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인도네시아의 한국 기업 투자 및 노동실태를 조사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 결과는 총 네차례에 걸쳐 실릴 예정이다. 이 글을 그 첫 회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기업은 노동쟁의가 일어나면 최대한 법적인 재판을 피하고 노동자와 직접처리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치안당국, 경찰, 군을 차용하여 노동자에 압력을 가한다.”
-변호사 연합(LBH) 스마랑 지부 활동가-


“할당을 다하지 못하면 잔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잔업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K 섬유봉제업체 노동자-


“조합의 임원 대부분은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다른 직으로 보내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 현재 새로운 조합원을 모으는 중이다.”
-K 섬유봉제업체 노동자-


“2006년 10월 21일 S사는 일방적으로 폐사 결정을 내렸다. 노동조합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3개월분의 퇴직 수당을 지불한다고 했지만, 아직 지불되지 않고 있다.”
-S사 노동조합 노조원-



“전화 한통화로 회사 문 닫아”
야반도주하는 한국 기업


인도네시아 투자 한국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소형 투자가 많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기업 중 섬유부문은 약 20퍼센트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봉제협회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봉제업체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특성상 약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공장 규모는 5000스퀘어 규모에 매출 연간 500만불 이상 생산하는 중간규모의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현지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들 섬유봉제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세제 혜택 때문에 수출자유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특히 탕그랑 지역에 143개 보카시 지역에 232개 진출해 있다. 한국 기업들은 수출자유지역에서 인도네시아로 들어오는 원료 등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 투자기업들은 97년 이후 루피아 폭락으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급락한 효과로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를 벌어들였으나, 9/11테러 이후 수출 주문량이 급감하고 루피아화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특히 중소규모 업체의 임금지불능력이 악화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2002년부터 사장들이 몰래 기계를 팔아먹고 ‘야반도주’ 폐업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SBSI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한국기업의 야반도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 인도네시아 노동조합 교육부장인 헤르만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질문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부정적인 면이 많다. 말도 험하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공장을 폐쇄한다”고 한국 기업을 특징을 요약했다. 그는 “홍콩과 한국의 합작 투자 봉제 공장이었던 V사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12월 29일 전화를 해서 공장을 문 닫는다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 해 4, 5월까지 수출계획도 가지고 있고, 실적도 좋은 회사여서 현지의 사장조차도 그 소식에 놀랐다며, 한국 기업의 행태에 분노했다.

V사 외에도, 동일 업종인 S사, D사 등도 사장이 갑자기 사라진 비슷한 사례이다. 현지 조사팀과 인터뷰를 한 S사 노동조합 활동가는 “2006년 10월 11일 공장이 일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면서 10월 13일 절반분의 임금을 지급했고, 이후 3개월간 휴가에 들어간다고 했으나, 노동조합이 거부했다. 2006년 10월 21일 공장은 폐쇄에 들어갔다. 그리고 폐사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인 회사는 폐사 전에 퇴직수당을 지급해 오는데, 회사는 퇴직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또 사업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D사와 S사는 모두 가압류 조치를 받고 있어서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받기 위한 법정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S사 공장 사무실을 안내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


  빈 공장을 지키고 있는 경비들


“오타쿠무! 오타쿠무!”
노동조합 만들려다 감금당해


2003년 민주노총 현지조사 프로젝트 팀이 수출자유지역 내의 한국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만났다. 섬유봉제업체인 ST삼보의 노동자였는데, 이 기업의 사장도 어느 날 갑자기 밀린 임금을 주지 않은 채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갈 차비조차 없었던 노동자들은 전기도 끊어진 어두운 공장을 점거하고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ST삼보의 한 노동자는 프로젝트 조사팀에게 “노동조합에 대해서 화내지 않는 한국 사람은 처음이다”라는 말로 현지 한국 기업의 반노동자적 행태를 고발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현지 한국 기업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K 봉제업체 노동조합 대표인 ‘인드라(가명)’는 회사 내에서 언어폭력은 일상적이라고 했다. 그녀는 칠판에 '오타쿠무(Otakmu)'라는 말을 크게 쓰면서 약간은 격양된 어조로 한국인 관리자들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뇌가 부족하다, 바보’ 정도로 번역되는 말을 매일 같이 소리치면서 일을 채근한다고 했다.

  공장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오타쿠무"라고 외친다


K 봉제업체에서 일을 한지 10년 정도 된 이 여성은 “8년 전 인도네시아 관리자가 가위를 던져서 눈 위가 찢어졌는데 회사는 이것을 모른 척 했다. 2002년에는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지만, 회사가 사전에 발견해서 주도자 10명을 방에 가두기도 했는데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었다. 할당을 다 마치지 못하면 잔업을 해야 하지만 잔업수당 지불을 회사에 요구하면 회사는 해고위협을 하고 다른 직책으로 전환시켜 버리기도 했다”며 현지 한국기업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비난했다.

  K 기업의 여성노동자가 노동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리휴가 요구에 "직접 증명해라"

한국 현지 투자 기업 중 섬유봉제의 비중이 높고, 이 산업 내 여성노동자의 비중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거의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권 유린의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K업체 여성노동자 인드라도 “생리휴가는 기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생리수당은 이틀간 3만루피아를 지급한다. 우리 회사는 나 혼자 이야기해서 휴가로 받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용기가 없어 이야기를 못한다. 나는 이전에 생리를 증명하기 위해 팬티를 벗어야 했다”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노동자 상담단체인 변호사연합(LBH) 스마랑 지부 한 활동가는 “다른 일부 한국 기업들에서는 여전히 생리휴가를 쓰기 위해서는 생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생리대를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부분 주거지역과 떨어진 수출자유지역에 고장들이 위치 해 있지만, 통근 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잔업이 끝난 시간에도 위험한 길을 혼자서 귀가해야 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초국적 기업의 하층구조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K기업은 주로 브라우스, 티셔츠, 단추 등을 만들어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 업체는 리복과 월마트 하청을 하고 있다. 최근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에서 노동착취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지자 노동기준을 계약 조건 중 중요한 하나로 삼고 있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인드라는 “사측에서는 하청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시나리오를 외우게 한다”고 했다. 무작위로 뽑혀 초국적 업체 감시자들과 인터뷰를 하더라도 노동기준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밀폐된 공간에서 사측 담당자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 2-3명과 초국적 기업의 감시자들과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대답 한마디에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어쩔 수 없이 사측에서 준 시나리오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함께 조사연구를 진행한 박근호 박사는 이런 한국 기업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한국 기업의 인종 차별적 인식과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초국적 기업의 하층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인종적 편견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들을 기본적인 노동권, 인권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풍토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하고 반노동자적 행태가 개선되어야 하는 점이 가장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초국적 기업들이 이런 반노동자적 행태를 하층구조를 통해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목소리
“한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통해 연대를”


K기업의 여성노동자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직접 와서” 인도네시아 한국 기업의 반노동자적 행위에 대해 눈으로 보았으면 좋겠다며,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직접 방문해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가 폐사한 뒤 퇴직금을 받아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 스포텍, 동조 노동조합 상급단체인 전국산업노동조합총연맹 활동가 아흐마드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같은 노동자로서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표명한다.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은 긴 투쟁이 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이 일방적 노동억압행위를 하지 않도록 한국에서도 싸워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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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 노동권 , NINDJA , 현지 투자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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