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입장을 두고, 범여권 내부에 미묘한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10일 집회에서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진압으로 언론사 기자를 비롯한 집회 참가자 수 십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 폭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한나라당 조차 진상규명과 현장지휘관 문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탈당한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준비모임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두문불출해온 김근태 전 의장이 한미FTA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근태, “도무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
김근태 전 의장은 12일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기본인 집회결사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한 채 무슨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인지 심히 유감”이라며 “폭력시위 가능성을 이유로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것을 넘어서 시위 참가자뿐만 아니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폭행했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찰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경찰청장에 대한 사과 요구에 멈추지 않고, 비판의 화살을 정부에 정조준했다. 그는 “집회시위의 자유는커녕 언론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정부라고 규정해도 할 말이 없다”며 “정말로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근태 전 의장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협상의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협상기술의 ABC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미국협상단은 의회 한 두 사람의 목소리까지 전달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무력과 폭력으로 국민들의 한숨까지 가로막고 있으니 도무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찰의 폭력진압은 물론, 무리수를 둔 정부의 한미FTA협상 자체에 대해서도 칼을 꺼내 든 셈이다. 때문에 그간 한미FTA에 대해 비교적 ‘신중론’을 보여 온 김근태 전 의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FTA ‘반대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생정치모임, “폭력 행사한 경찰청장 파면하라”
한편,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 등이 포진되어 있는 민생정치준비모임은 “국민을 불법감금하고 폭력을 행사한 경찰청장을 파면하라”며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집시법을 남용하여 한미FTA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집회를 불허하고 있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규탄한다”며 “경찰의 이번 행태는 국민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불법 감금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와 민간인을 겨냥한 노골적 폭력, 원천적인 집회봉쇄,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경찰의 악행들은 87년 6월 항쟁 이후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며 “이는 결코 정부의 값싼 사과 몇 마디로 무마할 수 없다”며 △경찰청장 즉각 파면 및 현장 지휘책임자 처벌 △재방방지대책 마련 △한미FTA 비판 여론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범여권 내 개혁세력들이 향후 한미FTA ‘반대론’을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카드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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