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이 무너진다

"시민의 삶과 유리된 거점 상품화"

최근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일대에 ‘디자인 월드 플라자’를 건설하고 이를 동대문 지역, 청계천과 연계하여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디자인 인력양성계획 및 브랜드화 작업과 연계하여 ‘디자인 월드 플라자’를 매개로 서울을 세계 5대 패션도시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 11월 경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할 계획임을 밝혔다.

‘청계천’복원에 이어 들고 나온 ‘세계 5대 패션도시 건설’은 철거와 개발, 환경보존과 생존권 파괴 등 양날의 칼을 활용하며 사회적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청계천’ 복원이 그러했다. 청계천 복원은 환경개선의 차원에서 환경단체 등의 입을 막고 여론의 힘은 얻었지만, 청계천 주변 노점상들의 생존권은 철저히 무시했다.

이후 청계천 주변 노점상들은 동대문운동장 내 축구장으로 옮겨와 ‘풍물시장’을 이뤄냈고, 이 풍물시장을 세계적 명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도 받아냈지만, 서울시는 또다시 ‘디자인 월드 플라자’ 사업이라는 개발이데올로기로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종용하고 나섰다.

"서울시민의 삶과 유리된 공간 개발을 통한 거점 상품화 계획에 불과해"

이러한 가운데, 문화연대와 전국빈민연합은 14일 동대문운동장 내 축구장에 마련된 대책위 교육실에서 ‘동대문운동장 철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어 동대문운동장 내 1천여 명의 노점상들의 생존권 보장과 근대체육의 산실이자 문화유산인 동대문운동장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 등은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서울시민의 삶과 유리된 공간 개발을 통한 거점 상품화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이번 사업은 동대문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문화˙역사적인 의미를 신개발주의라는 포크레인으로 묻어버린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는 소외계층의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논의/합의 과정마저 부정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서울시민에게 도심 속에서의 생태적˙문화적 공간을 돌려주겠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무관하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인기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과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등이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현안 및 과제와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 및 보존 필요성에 대한 발제를 맡았으며,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류제홍 시각예술 전문가, 한기석 동대문풍물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동대문운동장 역사 문화적 가치 있다

황평우 위원장은 “동대문운동장은 조선 건국과 아울러 서울 도성이 있던 곳이고, 그 안에 도성을 경비하던 훈련도감이 있었던 곳이고,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사건들도 많았던 역사의 현장”이라며 “동대문운동장의 모든 공과 오를 기록하여 역사교육의 자료로 활용해야 하며, 공공시설로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설명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또 “서울시의 디자인센터는 또 하나의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며 “디자인센터를 지은 후 서울시는 이 일대를 다시 재개발하려 할 것이고 동대문운동장 일대는 개발주의에 신음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서울시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시 동대문운동장 내 노점상들 생존권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추진

최인기 사무처장은 “2003년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서울시와 노점상간의 한판 대결이 있은 이후 동대문운동장 내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구두 약속과 더불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제반 기반시설은 물론 홍보와 선전까지 맡아 주겠다고 약속한지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그러나 사실상 장사터전도 절반밖에 내주지 않은 상태이며,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디자인센터 건설을 위해 운영된 동대문풍물벼룩시장과 서울시 간의 발전협의회는 면피용에 불과하며,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지난 1월 16일, 2월 27일 두 차례에 걸친 발전협의회에는 서울시의 일방적 주장만 나오거나, 심지어 2차 회의에는 당사자인 전국노점상총연합의 참석을 배제시킨 채 진행돼 “기만적인 운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인기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일방적 주도로 대규모 사업을 관철시키려는 태도에 대하여 단호하게 반대를 하고 대외적으로 알려내야 할 것”이라며 △동대문 풍물 벼룩시장의 긍정적 측면 홍보 △내부 역기능 최소화 △서울지역의 주요 이슈 공론화 등을 대응방향으로 제시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한기석 위원장은 “당시 청계천 복원도 주변 상인들의 생계대책에 대한 협의 없이 진행되었으며, 이번 동대문운동장 철거, 디자인센터 건설 계획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담당자들을 바꾸며 노점상 등 당사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서울시의 행태을 지적했다.
태그

동대문풍물벼룩시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