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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

[책]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미 협상단이 꺼내 든 ‘쌀’ 카드에 언론이 떠들썩하다. 예상 못했던 일 인 마냥. 쌀이 이미 단독 카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쌀은 한국의 농산물 쇠고기 수입재개와 팩퀴지다.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인가의 가늠선이 남았을 뿐.

한미FTA라는 변수가 아니었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광우병 위험 쇠고기, 자본의 생산시스템의 문제가 이렇게 여론을 탈 수 있었을까.

최근 발표 된 한 논문에서는 소나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결과가 실렸다. 또한 한우가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젖소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국인은 인간광우병이 걸릴 위험이 높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혹시 공포영화 좋아하십니까? 그렇다면 이 책을 보시죠. 마치 추리 소설 같답니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주) 고려원북스)>이 책을 보고 나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도 '안전하다'고 말하는 모든 작자들에게 욕이 절로 나올 것이다. 장담한다. 아니 모든 먹거리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포레 부족의 '쿠루'에서 부터 엘크의 CWD까지

책은 2003년 한쪽 뇌가 도려내지고, 양쪽 눈과 혀 그리고 생식기가 뽑힌 채 처참하게 살해된 소의 시체에서 부터 시작된다. 현장에는 어떠한 흔적 조차 없다. 미궁에 빠진 소 도륙사건.

그리고 유유히 카메라는 파푸아뉴기니의 포레 부족을 관찰하고 있는 빈센트 지가스 박사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평화로운 오지에 신경 이상 증세를 보이는 쿠루(Kuru)에 걸린 여성. 모두들 그녀가 마법에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쿠루 환자들이 곱으로 늘어나면서 지가스 박사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줄을 모른다.

이렇게 알려진 ‘쿠루’는 연구자와 연구자를 거쳐, 수 년에 걸친 실험과 검증을 통해 새로운 이론들이 증명되고 덧붙여 지면서 충격이 배가된다.

사람에게서는 쿠루(Kuru),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reutzfeldt-jacob's disease:CJD), 치명적가족성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FFI)),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잉커병(Gerstmann-Straussler-Scheinker syndrome :GSS) 등으로, 소에게는 광우병, 사슴과 엘크에게서는 광록병, 양에서는 스크래피, 밍크와 고양이 등 많은 동물의 뇌가 스펀지 처럼 구멍들이 생겨 죽어가는 공통 질병이 관찰된다. 이런 질환을 ‘전염성해면양뇌증’이라고 통칭된다. 그리고 이 질병의 공통 인자를 ‘프리온’이라 명한다.

‘프리온’은 핵산이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돼 있는 존재. 모든 생물체의 근본이라고 알려져 왔던 핵산(DNA 또는 RNA)이 없이 존재하고, 복제하여 질병을 일으키고, 다른 생물체에게 전염되어 다시 복제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과 함께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전염물질이다. 그러니 현대의 의학계가 더욱 난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1990년대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이 현실로 등장하면서, 걸리면 100% 사망인 이 질병 앞에 모두가 망연자실 했다.

한국 사람들 걸리기 더 쉽다고 한다

프리온은 수혈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고, 비장과 근육에서도 발견되고, 닭과 돼지도 이 프리온의 위협에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더 걸리기 쉬운 형질이라는 연구 내용도 포함돼 있어 정신이 번뜩한다.

1991년 초,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129번이 혼합으로 존재하는 사람은 쿠루에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이형접합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중략).. 단백질 염기서열 129번 동형접합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CJD나 쿠루병에 걸릴 위험성이 더 높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돌연변이는 현재 동형접합성 Met/Met 129와 동형접합성 Val/Val 129로 알려졌다. 누구든지 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CJD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들이 질환에 걸리면 증상이 빨리 나타났고 사망에 이르는 시간도 짧았다.

(중략).. 쿠루병 또는 CJD는 유전적으로 전염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일어난다는 것. 유럽인과 미국인들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약 40%가 이런 동형접합성 Met/Met 129 의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고, 약 13%가 동형접합성 Val/Val 129의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한국인의 95%이상이 동형접합성 Met/Met 129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p. 137-138)


이 내용은 최근 한국인들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같은 프리온 물질을 먹어도 다른 나라 사람들 보다 한국인들은 형질상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말이다. 아뿔사.

그리고 1996년 4월 캐나다 남동협력 야생동물질환연구소는 미국과 캐나에는 엘크와 사슴의 프리온 질병인 만성소모성질병(CWD)이 널리 퍼져있다는 내용을 발표한다. 캐나다 엘크의 뿔은 한국과 중국 및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돼 왔다. 엘크의 뿔은 전통 의약과 영양 보충제로 사용되어 왔다. 건강제로 먹었던 제품이 오히려 우리의 뇌를 갉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미 수입금지 기간에도 광우병 위험 물질들이 급식을 통해 유통 됐음이 폭로 된 바 있다. 최근 이라는 학술 저널에는 우유를 통해 ‘프리온’이 전염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우리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어도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13%~5%는 CJD 환자

1985년 4월 존퀠이라는 이름의 암소가 BSE로 확인되고, 1993년 3월 영국 정부가 이 광우병이 사람에게 새로운 질병(변종CJD, 인간광우병)을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하며, 큰 재앙의 시작을 알릴 때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영국에서의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해보면 배울 점들이 많다.

현재 전 세계 인간광우병 환자는 총 198명이다. 이중 수혈에 의한 사망자가 3명을 포함해 188명이 사망했고 생존자는 10명이다.

저자인 콤 켈러허 박사는 "북아메리카의 상황은 1990년 영국에서 일어났더 것 보다 더욱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책 서문에 등장했던 도륙됐던 소가 발견된 지역 부근에서 2003년 미국 최초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고, 또한 사슴과 엘크에 확실하고 맹렬하게 퍼지고 있는 CWD가 BSE 발생 지역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루이지애나주에서는 다람쥐 뇌를 먹었던 사람들이 CJD로 죽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미 프리온 질환은 미국 내 야생동물 사이의 풍토병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저자는 "1970년대 말 90년대 초기 오염된 고기를 먹은 것이 감염의 시작이라면, CJD 질병의 정점에 도달하기에는 아직"이라며 시간을 셈한다. 잠복기, 20년이나 30년후를 고려한다면 2010년 경 CJD질병의 최고점에 도달하지 않을까를 전망했다. 미국인들은 안전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 정부와 같은 미 농무부의 무책임함과 은폐 속에서 그냥 먹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왼쪽) 영국 농림부 장관 존 검머와 그의 딸 코델리아가 BBC에 출연하여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 직후 이미 수십 명의 사람이 인간광우병으로 죽기 시작했다. (오른쪽)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경위원장 내정자가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린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연발하고 있다. [출처: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특히 이런 주장은 알츠하이머병과 CJD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가 예일 의과대학에서 알츠하이머 병으로 죽은 환자 46명의 사후 부검을 실시해 이중 6명이 알츠하이머가 아닌 CJD로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피츠버그 의학대학에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54명 환자의 뇌를 검사한 결과 그 중 3명, 5%의 환자가 CJD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미국 질병관리운동본부의 1979년에는 653명의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1991년에는 13,768명에 달한다. 2002년에는 좀더 증가해 58,785명이 알츠하이어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다시말해 24년 동안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수가 8,902% 급증했다. 게중에는 CJD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된 %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심지어 질병관리운동본부의 통계는 실제 발병 숫자보다 훨씬 작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급속하게 증가해서 미국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정도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영국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한다.

영국의 농림부 장관이었던 존 거머와 그의 딸 코델리아는 영국 국민들에게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그 직후 수십명의 사람들이 CJD로 죽기 시작했다. 2003년 5월 캐나다 수상이었던 존 크레티엔도 한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먹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압박했던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의원도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린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직접 시식회를 보이지 않았던가.

공포영화의 끝, 질려있는 사람들을 향해 켈러히 박사는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음"을 호소한다. 저자는 7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며, 영국정부의 실수를 재 반복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한국 정부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수십년 후 인간광우병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그 모든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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