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표’ 계산 속 노인요양법 졸속통과 논란

“정치적 성과물 남기기 위한 '생색내기법'”


한미FTA 논란 와중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노인요양보험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재석의원 260명 가운데 255명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같은 날 논란 속에 결국 부결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는 대조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셈이다. 모든 것이 ‘표계산’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노인들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법안 제정에 반대키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제정된 노인요양보험법이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 도모’라는 거창한 목적과 달리 실제로는 이를 뒷받침할 실내용이 담보되지 않아 ‘생색내기용’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 정치적 성과물 위해 노인요양보험법 졸속 통과시켜”

간병노동자노동권확보와사회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간병인공대위)는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기요양센터 등 공공인프라 구축 △수혜대상의 보편성 △요양서비스의 보장성 △간병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이 어떻게든 정치적 성과물로 남기기 위해 졸속으로 법을 통과시켰다”고 정치권을 강력 비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노인요양보험법은 요양서비스 적용 대상을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치매․뇌혈관성질환 등의 노인성 질병을 가진 이들로 한정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장애인의 적용대상 포함 여부는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노인요양보험법은 구체적으로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자의 범위를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또 이 범위에 해당하는 수급자라고 하더라도,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의 15%(재가서비스 이용 시) 내지 20%(시설 이용 시)를 본인부담금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간병인공대위는 “노인성질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의학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정 질환만 한정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실제 장기요양서비스의 필요가 훨씬 큰 장애인은 노인이 아니거나 노인성질환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제외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6개월 360만 원 낼 수 있는 노인들만을 위한 법?

간병공대위는 이어 보장 수준과 관련해 “월 시설비용이 300만 원 정도라고 했을 때 60만 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급여가 제공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동안 360만 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누구나 서비스를 받으려면, 본인부담률이 10%를 넘어서는 안 되며, 보험대상자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문제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며 “실제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범사업을 하면서 본인부담금을 내지 못해 서비스를 회피하는 노인들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통과된 노인요양보험법이 담보하고 있는 보장 수준이 낮아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이라는 목적과 배치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종의 ‘부자노인’들만을 위한 법이라는 얘기다.

"요양서비스 위한 구체적인 제도설계 없어"

간병인공대위는 또 이번에 통과된 법이 장기적으로 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요양서비스 시설의 대부분이 민각위탁 될 것은 불보듯 뻔한 현실”이라며 “요양․간병서비스는 엄연한 보건복지서비스이며,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절대로 시장에 맡겨선 안 되는 공적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인요양보험법은 요양서비스 공급기관인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의 구체적 방식과 공공적 역할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태다.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할만한 공공적 인프라가 전혀 구축안 된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되었다”며 “사실상 이는 민간위탁 요양시설 등의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시설에서, 어떤 방식으로 노인들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설계가 전혀 없다”며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서비스 제공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어디에...

간병인공대위는 현행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요양서비스는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공급이 되고, 이에 따라 간병인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를 통과된 법에는 직접적으로 요양서비스를 담당하게 될 간병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간병인공대위는 “간병노동자들은 어떤 노동법의 적용도 못 받고 하루 24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은커녕 월 50만원에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간병노동자들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지 않은 채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 이 제도는 공공성을 절대로 가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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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 노인요양 , 요양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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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국본짱

    정말 갈수록 어두워져 가는 세상입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