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의약품 분야 협상 결과를 놓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반대 단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직접 나서 주목된다.
그간 보건의료단체들은 한미FTA 의약품 관련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될 시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지금보다 약 5년간 연장되고, 향후 5년간 피해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왔다.
유시민, “특허기간 연장 1년 미만에 불과”
유시민 장관은 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민단체들이 (한국협상단이)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거의 다 들어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의약품 피해규모) 계산을 해왔는데, 그러나 실제 협상이 타결된 내용과 차이가 너무 크다"며 "과거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이해를 하지만, 이제부터는 좀 다르게 주장하라"고 보건의료단체들을 비판했다.
유시민 장관은 보건의료단체들의 ‘특허기간 5년 연장’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가 주장했던 것만큼 그렇게 특허보호기간이 늘어난 게 아니다"며 "특허보호가 실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은 1년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시민 장관은 보건의료단체들이 향후 5년간 피해규모를 총 10조 원 가량으로 추산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는 지난 5년 간 특허보호로 인해 지출되었던 비용의 증가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2007년 이후 2011년까지 5년을 계산했다"며 "그런데 지금 특허보호 약품들 중에서 많은 것들이 금년과 내년사이에 보호기간이 만료되어서 복제약들이 진입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규모가 시민단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형화로 계속 증폭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즉 보건의료단체들의 주장처럼 피해규모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국내 제약기업의 기대매출 감소는 연평균 약 570억원-1,000억원, 5년간 약 2,800억원-5,000억 원 규모”라며 “한미FTA에 따른 제약기업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미국 측 요구 중 받아들인 것은 딱 두 가지 뿐"
이어 유시민 장관은 미국 측의 의약품 분야 관련 요구를 열거한 뒤 "받아들여진 것은 딱 두 가지,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선진 7개국 약가 수준의 최저가격 보장 △의약품 허가 절차에 따른 특허기간 연장 △허가 시 제출된 자료의 보호 △강제실시권 발동 제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약가결정 과정에서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유시민 장관이 이날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언급한 것은 ‘의약품 허가 절차에 따른 특허기간 연장’과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두 가지다.
유시민 장관은 우선 복제의약품(제네릭) 허가 시 신약의 특허권 침해여부를 검토해 허가를 보류할 수 있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와 관련해 "미국제약사의 특허를 침해하는 제네릭 약품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을 때 (미국제약사들이) 소송을 걸면 법원에서 가처분을 하게 돼 있다"며 "가처분 결정이 날 때 까지만 품목허가를 연기하는 것만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가처분 소송 결정이 날 때까지 4-10개월 걸렸다"며 "그런데 이것은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서 실제 소송의 심사기간을 단축하면 6개월 미만 3개월 내지 4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시민 장관은 의약품 허가심사 기간에 따른 특허기간 연장과 관련해 "심사에 3년 이상 걸리면 3년이 넘는 부분만큼만 특허보호를 연기해 주도록 합의가 돼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특허심사가 3년을 넘는 게 0.1%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유시민 vs 보건의료단체, FTA 의약품 논쟁 시작되나
아직 협정문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유시민 장관의 주장대로라면 그간 보건의료단체들이 제기해 온 ‘우려’는 모두 허구라는 얘기가 된다. 한국협상단은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거절했고, 받아들인 두 가지도 부분적이고, 이에 따라 특허기간 연장 효과와 국내 제약산업 등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유시민 장관 주장의 요지였다.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미FTA 협상 결과로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라며 농업과 함께 제약 산업을 대표적 피해산업으로 꼽은 바 있다. 유시민 장관의 이날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노 대통령 또한 필요 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유시민 장관과 보건의료단체들의 간의 한판 논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일 유시민 장관은 보건의료단체들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들도 유시민 장관의 공개토론 제안을 환영했지만, 합리적 토론을 위해 협정문 전문을 비롯한 모든 협상 내용들을 조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혹자의 표현대로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협상결과에 대해 시종일관 자신에 찬 어조로 자평했다. 향후 진행될 유시민 장관과 보건의료단체들의 논쟁에서 결국 누가 웃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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