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유령?

[한상진의 레바논 통신](13) - 지도에도 없는 레바논 파병지

파병지 ‘디반’ 아는 이 없어
UNFIL, "주둔지 결정된바 없다"


레바논 한국군 파병지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지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파병지라고 알려진 디반(Debban)이라는 마을을 찾아가고자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발표된 대로라면 티르 반경 3~5km 이내에 디반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나 소읍이 있어야만 하는데 티르 인근에는 그러한 이름을 가진 마을이나 소읍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았고, 혹시나 지도에도 안 나온 조그마한 곳인가 해서 티르에서 운전을 하는 운전기사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지명을 아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택시 기사 한사람이 ‘딥빈’이란 도시가 있다며 혹시 그곳이 아니냐고 해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티르에서 30여 km 떨어진 곳까지 데리고 가더군요. 그곳은 NIFIL의 활동 영역 밖에 해당되는 곳이었습니다. 티르 인근 5Km이내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곳은 타이르 딥바(Tair Debba) 단 한곳 밖에 업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곳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UNIFIL본부에 전화를 했더니 한국군 주둔지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어디선가 행정상의 착오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한국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UNIFIL 본부에서 확인을 해본 후 이메일을 보내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군 선발대로 들어온 사람들이 현장을 가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파병지가 결정되었다고 군 당국이 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도시에 군대를 보내겠다는 발표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곳에도 들어갈 수 있는 한국군은 유령군대겠지요…

레바논 경제는 미국에 종속
"헌 달러는 취급안해요"


이스라엘과의 작년 여름 전쟁으로 반미 감정이 확산되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레바논 경제는 철저하게 미국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시중에서는 달러화가 레바논 화폐와 함께 유통됩니다. 환율을 살 때와 팔 때 상관없이1:1,500 레반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웃지 못 할 촌극이 발생합니다. 시중에서 달러는 레바논 화폐와 함께 통용되지만, 달러화를 발행하고 폐기할 권한이 레바논 국립은행이나 정부에 없다보니 오래된 낡은 달러화는 기피하는 분위기가 대단히 강합니다.

한번은 물건을 사면서 레바논 화폐가 없어서 100달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50달러지폐 한장과 나머지 잔돈으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 50달러로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이 돈을 받는 가게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서툰 영어로 다들 ‘(질이)나쁜 돈(bad money)’라고만 말할 뿐이었습니다. 혹시 환전소에서는 바꿔줄까 해서 가봤더니 역시 안 바꿔 준다고 합니다. 마침 한 환전소에 영어를 제법 하는 친구가 있어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왜 안 받겠다는 거냐? 만약 이 돈이 위조화폐라서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할 것 같으니 정확한 이유를 알려 달라.” 그랬더니 이 친구 하는 말 “ 돈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돈이 낡아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이 비록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단 한군데도 파손된 곳이 없는 멀쩡한 돈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바꿔줄 수 없다. 저기 길모퉁이에 있는 환전소를 가봐라. 거기서는 바꿔줄지 모른다.” 그래서 그곳으로 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 돈을 사용하거나 바꿀 수 없다. 니네 집에서 바꿔줄거라고 해서 왔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한참 돈을 들여다보던 이 친구 하는 말, “40달러로 쳐서 환전을 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10달러도 그냥 버리기에는 큰돈이기에 일단 환전을 포기한 후 나중에 이 돈을 내게 거슬러준 가게로 가서 이 돈을 바꿔줄 것을 요구하거나 이 돈으로 물건을 하기로 하고 일단 다른 돈으로 물건을 구입하였습니다. 마침 친구가 그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줄 수 있느냐고 해서, 돈도 바꿀 겸 그렇게 하기로 한 후 그 가게로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자기네도 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을 하더군요. “무슨 소리냐? 니네가 나한테 준 돈이다. 니네는 나한테 사용할 수 없는 돈을 주고 이 돈을 이제는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라면서 높은 언성으로 강하게 항의를 하자, 그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잠시후 종업원이 그 돈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더니 거스름돈을 가져오면서 “미안하다.” 고 하더군요.

은행에서 환전을 해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저 역시 레바논 사람들과 똑같이 낡은 달러화는 거스름돈으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레바논을 여행하실 분들은 절대 낡은 달러화를 들고 오시면 곤욕을 조금 치르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한상진 활동가 후원계좌 하나은행773-910053-98605, 제일은행250-20-440303, 국민은행063301-04-054340, 농협205035-56-033336 예금주: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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