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직선제 규약개정안 통과

대의원대회, 파견대의원 직선은 무산.. 부위원장 선거 후 또 유회

19일 열린 민주노총 제40차 임시대의원대회가 또다시 회의 중간에 성원 미달로 유회됐다.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가량 늦어진 오후 4시경 시작된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총 대의원 1065명에서 과반수를 50명 넘긴 583명이 참석했으며, 직선제 규약 개정 건과 미선출 임원(부위원장) 선거 건 등을 다뤘다. 4호 의안이던 미선출 임원 선거 건은 회순심의 순서에서 두번째 안건으로 올리자는 안이 제기됨에 따라 350명 대의원의 찬성으로 회순 변경됐다.

  이정원 기자

회순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장의 제안에 따라 감표위원들이 대의원이 거수한 표찰 번호까지 확인, 기록해 대의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석행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대의원 번호를 확인해 특정 안건 심의에서의 부재 여부도 실명과 함께 공개하겠다는 것.

강수정 대의원은 이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어느 단위에서 했느냐"고 물으며 "어느 시간에 누가 자리에 없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성 대의원도 "집행부가 대의원을 감시, 통제하자는 것이냐"며 "대의원대회 불참자 명단 공개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언제 자리를 비웠는지까지 기록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원직선제 통과, 파견대의원 직선제 건은 부결

보고안건에 이어 1호 의안인 '직선제 규약 개정 건'이 상정됐다. 이석행 위원장이 "오래 끌어온 안건인 만큼 더이상의 찬반토론이 필요없을 것으로 생각돼 바로 투표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해 안건설명과 토의 없이 즉각 투표에 붙여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임원직선제와 파견대의원직선제 찬반투표용지를 따로 분류해 두 번 투표하겠다는 진행 방식이 대의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 실시된 직선제 투표에서 총 579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가해 임원직선제에는 찬성 407명 반대 172명, 파견대의원 직선제에는 321명 찬성 258명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규약개정안은 투표인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므로 임원직선제만 통과됐다.

  이정원 기자

전병덕, 박정곤 부위원장 후보 당선

다음으로 미선출 임원 선거가 실시됐다. 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기호1번 전병덕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굴욕적 한미FTA가 민중들의 마지막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며 "허세욱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한미FTA저지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나서는 민주노총, 전체 민중의 희망이 되는 민주노총이 되도록 단결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호2번 박정곤 후보는 "현장을 다시 세우고 단결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총파업을 민주노총이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고민했으며 처음처럼 현장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와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 대의원 542명이 투표에 참여해 기호1번 전병덕 후보는 419표, 기호 2번 박정곤 후보는 422표를 득표해 무난히 당선됐다. 여성할당 감사에 대한 추천과 투표도 실시됐다. 김금자 대의원이 추천돼 514표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아름답게 중앙위로 위임하자" 제안 무산돼

미선출 임원 선거를 마친 오후 7시 40분경 이석행 위원장이 남은 안건을 5월 중앙위원회로 위임해 달라는 깜짝 발표를 했다. 남아있는 의안은 재정혁신 건, 노동운동혁신위원회 설치 건을 비롯해, 백석근 대의원 외 37명이 발의한 재정혁신안 수정안, 김금철 대의원 외 36명이 발의한 노동법개악폐기투쟁결의안, 김성민 대의원 외 33명이 발의한 노무현정권퇴진투쟁결의안 등이다.

이석행 위원장이 "발의된 안들에 대한 더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앙위로의 위임을 설득하자 대의원들의 반발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투표 마친 후 회의 성원이 미달됐다"며 "회의가 또 깨진다는 고민 때문에 중앙위로 위임하고 오늘은 힘있게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성 대의원은 "민주노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렇게 마무리한다고 해서 앞으로의 대의원대회가 유회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조직을 생각하는 각이 모두 틀린 것 같다"며 "아름답고 힘있게 끝내려고 했지만 수정안을 취소하고 3호 의안을 올리겠다"고 선언해, 다시 회의가 재개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정원 기자

이석행 위원장, "투쟁하자면서 대회 결의는 못하나" 아쉬움 표명

2호 의안인 재정혁신 건은 2-1호 안건인 연맹 납부숫자를 100%로 간주하는 맹비 납부율 기준 현실화, 2-2호 2010년부터 정율제 실시, 2-3호 2008년부터 맹비 500원 인상, 2-4호 전략사업비 국가 세수 활용 등으로, 이에 대해 백석근 대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정안 가부 동의를 위해 성원 확인에 돌입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수정안 표결에 앞서서 "이제 이 대의원대회는 여기서 쫑칠 것 같다"며 "현장의 조합원들은 여러분을 파견하고 여러분 몫까지 일하고 있다"고 유회에 앞서 아쉬움을 표명했다. 아울러 "또다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렇게 마치게 되는 부분에 대해 지도부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성원 확인 결과 재석 대의원은 436명으로, 예상대로(?) 과반수 533명에 미치지 못해 오후 8시 20분경 자동 유회됐다. 이날 대의원들이 현장 발의한 '노동법개악폐기투쟁결의안'과 '노무현정권퇴진투쟁결의안' 등도 토론조차 벌이지 못한채 미뤄졌다.

이석행 위원장은 "대회를 사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매일 투쟁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투쟁을 결의하고 혁신해야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대의원대회가 무산되고 유회되는 것은 결코 조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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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용준

    tj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