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기업 삼성, '일시킬 때는 빡세게, 짜를 때는 가차없이'

삼성SDI 규탄 울산노동자 결의대회 개최

삼성에는 '1초관리'라는 게 있습니다.
1초관리란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 나온 시간을 일일이 기록하고 조금만 오래 걸려도 핀잔을 주며, 한달간 이 시간에 대해 통계를 산출해 게시판에 붙여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듯 삼성은 일을 시킬 때는 빡세게 시키면서 짜를 때는 가차없이 내치는 곳입니다.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 노경진 위원장]

삼성SDI 공장 남문에서 열린 울산노동자 결의대회.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처럼 회사측의 방해를 뚫고 집회신고가 성공하자 이날 아침부터 공장 앞에 모여 그동안 삼성에 맺힌 한들을 토해냈다.

  삼성 SDI 하청업체인 하이비트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삼성SDI 하청업체인 하이비트 노동자 최세진 대표는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키더니 이젠 필요 없다고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와 억울함이 앞선다"며 "초일류 기업인 삼성이 우리에게 자행한 짓이 과연 합법이고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밖으로는 대규모 사원 채용을 외치며 안으로는 구조조정을 자행하는 삼성에 맞서 당당하게 민주노조를 세우겠다"는 굳은 의지도 밝혔다.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하청업체인 삼성코레노 노경진 민주노조추진위 위원장은 삼성자본의 탄압을 '치졸하고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노경진 위원장이 해고된 이후 삼성 앞에서 집회를 하자 '회유'가 들어왔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히다는 것.


노경진 위원장은 "삼성측이 투쟁을 정리할 명분을 주겠다"며 "일단 원직복직을 하되 일을 주지는 않겠다. 대신 복직을 했다는 소문을 낸 이후 위로금을 줄테니 스스로 사직하라는 회유를 했다"고 폭로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삼성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노경진 위원장은 "미행과 협박은 기본이며, 여기에 치졸한 회유책까지 쓰는 삼성자본에 맞서 공동투쟁체를 구성해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반드시 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승리와 패배를 가를 것"

민주노총울산본부는 26일 오후 5시부터 삼성SDI 남문 앞에서 '삼성SDI 구조조정 저지와 하청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울산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아침부터 집회에 결합한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삼성자본의 구조조정과 무노조 정책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민주노총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은 "삼성 자본에 맞선 싸움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투쟁이 얼마만큼 강고하게 연대투쟁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이 싸움의 승리와 패배가 갈라질 것"이라며 울산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노옥희 민생특위장은 격려사를 통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또다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을 시행하려고 한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대사에 나선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는 "지금까지 이 공장에서 쫒겨나간 많은 노동자들이 결국 삼성의 돈에 무릎 꿇고 말았다"며 "인권운동을 하고 있지만 삼성 앞에만 오면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삼성은 우리를 사람도, 짐승도 아닌 마치 상품 보듯 하고,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을 상품취급하는 삼성재벌의 반인권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한편 이날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180여명의 노조 간부들이 아침 10시부터 삼성SDI 정문에서 집회를 가진 이후 언양읍내에서 삼성아파트까지 행진하며,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오는 30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삼성SDI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기금을 결의하는 등 총력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하이비트 등 삼성하청업체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5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에 있는 삼성본사로 상경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본사 집회에는 전국에서 삼성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최대한 조직할 방침이다.(정기애 기자)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성SDI는 올해 브라운관 부분 구조조정으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대규모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위로금을 받고 퇴직했으나 일부 노동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구조조정'이란 유령은 불길한 소문으로 삼성SDI 공장을 떠돌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성SDI 사내기업 그린전자(주) 여성노동자들의 모습
삼성SDI는 지난 3월26일부터 4월 1일까지 브라운관 사업부 전체가 휴무에 들어갔으며, 4월 2일부터 7월 중순까지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3조 2교대 근무를 해왔던 삼성SDI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현재 4조 3교대로 근무가 변경되어 한조가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월차, 연차로 순환휴직을 대체하고 있어 임금도 90여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노사협의회 선거가 끝나는 이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삼성 SDI 부산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 사내기업인 그린전자(주)에 다니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는 "오는 8월 15일 경 하청업체들에 대한 임대계약이 해지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며 "7월말쯤이 되면 또다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직 살아남았으나 결국은 모두 길거리로 내몰리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에 지금 삼성SDI 사내기업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 등에 나서며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를 만들게 되면 직접적인 탄압이 들어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설재훈(28세)씨를 비롯해 그린전자(주)에 다니고 있는 8명의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측의 권고사직을 거부하며 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침묵시위를 벌이다 징계를 받으면서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해고된 하이비트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린전자(주) 노동자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설재훈씨는 "주위에선 삼성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눈앞의 일자리만 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안되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정기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