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논쟁은 허구다!” 교사,교육활동가 17인의 목소리

[책]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 출간

17인의 진보적 교사와 교육활동가가 교육 문제를 진단한 책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도서출판 메이데이)이 출간됐다.

최근 2007년 대선을 앞두고 ‘3불’(고교 등급제 불가. 본고사 불가, 기부금 입학 금지) 논쟁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3불’이 한국 교육을 수호하는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3불 정책’이 한국 교육을 망치는 것이라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불 정책’을 둘러 싼 논쟁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왜곡된 논쟁이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막연한 믿음에 기초한 허구적 신화를 둘러 싼 논쟁이다.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은 이러한 왜곡된 논쟁을 바로 잡고,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7인의 일선 교사와 진보적인 교육 활동가들의 실천적인 고민과 비판과 제언을 정리한 책이다. 이들은 ‘3불 논쟁’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모두 한국 교육의 현실을 잘못 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현재의 교육 정책은 기득권층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다양한 처방은 학교 교육을 통해 수많은 탈락자를 발생시키고 엄청난 국민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수의 경쟁력 있는 인재가 육성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이 현 교육제도 아래서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신화에 사로잡혀 내린 잘못된 처방은 일시적인 고통을 완화시키는 진통제와 같은 효과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갈등은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다.”(머리말 가운데서, 11쪽)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은 한국사회 교육 신화의 뿌리 깊은 근원에는 ‘학력에 의한 사회 불균형’문제가 가로놓여 있음을 주목한다. ‘학력에 의한 사회 불균형’문제가 대학간 불평등, 더 나아가 일류대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현실이 내신과 수능, 그리고 본고사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교육을 둘러 싼 한국사회의 자화상은 다음과 같다.

“교육으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이 형성되고 계승되어가는 지금, 우리 모두는 교육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년, 가르칠 기회를 방송에 빼앗겨 버린 교사들,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체된 가족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다시 대입이나 편입이나 고시 준비에 들어가는 대학생들, 서열화 시험인 수능만 치르고 나면 도무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지식들, 스스로에 대한 절망을 견디지 못해 떨어져 내리는 꽃잎들”(머리말 가운데서, 11쪽)

노무현 정부는 ‘3불 정책’을 사수함으로써 한국 교육의 마지노선을 수호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3불’은 이미 현실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미 껍데기만 남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자립형 사립고의 확장, 교육 개방화, 대학 구조조정, 교원 평가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화하면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왔던 교육신화만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신화인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그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것은 분명하다. 왜곡된 신화가 유포되고, 자본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여 민중의 교육권이 억압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머리말 가운데서, 30쪽)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의 17인 필자들은 한국 사회 교육신화에 대한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교육은 그 활동과 과정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교육은 상호과정이기에 교육활동에 참여자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다음 세상을 그려나가는 현재의 활동이기에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상의 전망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17가지 거짓 신화를 벗겨내기 위한 17인 교사와 진보적인 교육활동가들의 목표는 바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 입시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를 철폐하는 것, 대학을 평준화하고 국공립 대학으로 전환하는 것, 무상교육제를 실시하는 것, 교육과정을 정하고 운영하는데 민주적 논의구조를 세워내는 것, 학교 운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세워내고 교사와 학생들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 학생들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의 17인 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입시 경쟁’ 속에서 ‘내 자녀만을 위한’ 교육에 더 이상 휩싸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녀를 위한 교육’이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은 1부 한국 교육, 왜곡된 신화의 뿌리, 2부 교육을 부정하는 신화들, 3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허구적 신화 만들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서출판 메이데이에서 발간하는 ‘물고기학교’의 두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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