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인권의 감수성을 불러보아요~

[인터뷰] 김정아 '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뭐든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임은 틀림없다. 오죽하면 평택 대추리 지킴이였던 문정현 신부는 ‘평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논술에 가까운 장문의 답을 늘어놓았을까. 그렇게 엮어진 ‘평화’는 멀지 않은 ‘훗날’ 조약골이라는 한 노래활동가의 의해 쓰임받으며, 65억의 세계 속에 한바닥 노랫말로 엮어도 시원찮을 이 있을 것을 감안, ‘장안’에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 까닭에 어찌 보면 ‘평화가 무어냐’, ‘인권이 무어냐’라는 질문은 우문일 경우가 많다. 열 한번째 인권영화제를 맞으며 새삼 ‘인권이 무어냐’는 물음을 던지면서 돌아올 타박까지 염두하고 ‘요즘 세상이 워낙 험악해서’라며 1차적으로 사회로 원망을 돌리고 문정현 신부의 평화에 대한 정의를 곁들였건만, 21일 영화시작 30분을 남겨둔 ‘러시아워’에 만난 김정아 ‘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에게 결국 ‘너무하다’는 항변을 듣고 말았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김정아 상임활동가는 “(문정현 신부가 말한 평화) 그거 인권인데”라며 웃고 “너무 어렵다”는 혼잣말까지 덧붙이고야 “‘인권’은 차별과 가난의 네거티브한 언어”라는 ‘네거티브’ 대답을 내놓았다. 이 시점에서 복기하면 문정현 신부는 평화란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라고 또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라고 말했다.

  김정아 상임활동가가 관객에게 판매하고 있는 상영작 DVD를 소개하고 있다.

‘유연하게’ 생각해보면 문정현 신부가 밝힌 그 내용은 김정아 활동가 말대로 ‘평화’ 이면서 ‘인권’ 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정현 신부에게, 또 2차 활용자 조약골에게 약간의 양해를 구하고 가치 절하해 말하자면 어디든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는 말씀.

결국 영화제는 영화로 말하고, 프로그램 구성으로 그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맞다. 조각난 이라크에서 미국의 의미 ‘조각난 이라크’, 영화를 볼 보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시선 ‘그림의 떡’, 가정폭력 안의 여성들의 이야기 ‘이야기해 봅시다’, 성전환자의 일상 ‘레오 N이라는 사람’ 등 11회를 맞은 인권영화제에는 어김없이 여성, 성전환자, 한센병 환자 등 소수자의 인권과 전쟁 중인 세계를 조망하며 반전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단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인 만큼 ‘인권영화제’의 운동성도 남다르다. 김정아 활동가는 이번 인권영화제의 특징에 대해 “‘소수자의 날’, ‘반전평화의 날’ 등 스페셜데이를 지정한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하겠다. ‘소수자의 날’을 지난 20일 진행하여 ‘이주노동자’, ‘한센병’, ‘제일조선인’ 등 ‘소수자 운동’에 복무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분들이 영화제에 다녀갔다”고 밝혔다. 그간 단체활동가 및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주로 다녀갔지만 그 폭이 다소간 넓어졌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난 20일 ‘소수자의 날’에는 ‘고스트’, ‘동백아가씨’, ‘우리학교’, ‘레오 N이라는 사람’, ‘사랑의 정치’ 등이 상영, 이주노동자와 한센병 환자, 성전환자, 민족에 따른 차별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공유했다. 한 중국 여성이 영국으로 밀입국해 위험한 노동현장으로 내몰린 ‘고스트’는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오는 24일 ‘반전평화의 날’에는 ‘조각난 이라크’, ‘내 사랑 블레인’, ‘땅,비,불:와하까 보고서’, ‘전쟁 기지 필요 없다’,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 등 전쟁 속 민중의 삶을 다룬 영상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11회 인권영화제가 열리는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 '평택 대추리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타 영화제에도 진행되고 있는 ‘감독과의 대화’도 인권영화제로 오면 의미가 달라진다. 김정아 활동가는 “‘감독과의 대화’를 이번 11회 인권영화제에서는 영상 내용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진행해 의견이 오고가게 하는 새로운 시도도 기획해봤다”며 “지난 ‘소수자의 날’에는 루인 성전환자인권연대 활동가, 장병권 동성애자인권연대, 나숨 이주노동자 등이 참석해 관객과의 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및 더빙, 청각장애인을 위한 우리말 자막 및 문자통역 등 장애인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도는 진행되고 있고, 지체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과 극장시설 미비에 대한 자괴도 엿보인다.

남모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무료상영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운동’의 하나다. 김정아 활동가는 인권을 영화로 말하는 것에 대해 “무료상영원칙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문화공공성을 이야기 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고 무료상영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무의미하지 않다”며 “‘반딧불’이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미디액트가 중심을 갖고 가져가는 기획으로 인권영화제 끝나고 찾아가는 영화제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로 인권을 이야기하는 묘미에 대해 김정아 활동가는 “자료집 한 권, 성명서 한 장에서 말할 수 없는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다”며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선언 등 앙상한 원칙이 이런 것들로 풍부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려진 많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감하게 하고 이것이 연대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힘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추리 지킴이 들이 만든 컵과 '사진전' 모습.

한편 ‘인권영화제’는 ‘인권영화제정신’에서 영화를 통한 인권교육, 영화를 통한 인권의 감수성에 대해 강조한다. 인권을 영화로 만나는 영화제 ‘인권영화제’에서 인권의 감수성은 영화제 밖 평택 대추리 사진전, 대추리 지킴이들이 만든 '평화는 밥이다' 등 컵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인터뷰 전문] 김정아 '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11회 인권영화제만의 특징은?

매회 열리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웃음) 이번 회는 ‘소수자의 날’, ‘반전평화의 날’ 등 스페셜데이를 지정한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하겠다. ‘소수자의 날’을 지난 20일 진행하여 ‘이주노동자’, ‘한센병’, ‘제일조선인’ 등 ‘소수자 운동’에 복무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분들이 영화제에 다녀갔다.

타 영화제에서 진행하는 ‘감독과의 대화’를 이번 11회 인권영화제에서는 영상 내용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진행해 의견이 오고가게 하는 새로운 시도도 기획해봤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라서 이번 회를 통해 평가가 될 것이고, 이후에도 진행할 지 여부는 그 때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소수자의 날’에는 루인 성전환자인권연대 활동가, 장병권 동성애자인권연대, 나숨 이주노동자 등이 참석해 관객과의 소통을 진행했다.

무료상영원칙에 대해서

‘공짜’라는 의미와 다르다. 공공성 개념이다. 아웃리치 작업에서 만났던 분들이 대체로 쪽방생활을 하시는 분들인데, 이분들 극장에 언제 가봤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처럼 극장 문턱을 낮춰 소외되고 문화적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무료상영원칙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문화공공성을 이야기 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무료상영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무의미하지 않다. 1년 동안 못했는데, ‘반딧불’이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미디액트가 중심을 갖고 가져가는 기획으로 인권영화제 끝나고 찾아가는 영화제를 하는 것이다.

또한 인권영화제에서 장애인접근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인디다큐페스티벌 등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우리말 작업을 하는 등 접근권 제고를 위한 기능도 하고 있다.

인권영화제 관객은 소외받고 차별 받는 대중이지만, 무료상영원칙은 그것만이 아니라 소외와 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일반 대중과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대중까지 끌어안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 인권을 다룬 영화를 통해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차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처럼.

인권을 영화로, 영화제로 만나는 묘미에 대해서

묘미,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할매꽃’ 상영 이후 활동가 뒷풀이 자리에서 너무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이런 게 바로 영화의 힘이구나를 느꼈다. 자료집 한 권, 성명서 한 장에서 말할 수 없는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을 보여주기 아주 적절한 도구인 것 같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겪고 있는 어려움, 행복 등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힘이다.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 등 앙상한 원칙이 이런 것들로 풍부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가려진 많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감하게 하고 이것이 연대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힘이 있다고 본다.

아마도 그런 힘이 운동의 성과가 보이지 않고, 결과로서 드러나지 않아도 한 번 온 관객이 인권영화제를 또 찾고 찾게 되는 힘이 아닌가 싶다. 인권의 저변을 확대하고 공감대를 키워가는 것이 영화의 힘이고 인권영화제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인권영화제 말고도 세분화되고 특화된 영화제가 많이 개막하고 있다. 장애인권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 등. 인권영화제가 회를 거듭할수록 공론화되지 않은 인권의 발견, 확장의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는가

인권운동의 변화와 흡사하다. 국가폭력, 피해당사자의 권리로서 사회 각인이 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 노동, 환경 등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모두 얘기할 수 있다.

유태인 등 후일담 영화가 많았고, 이를 많이 다루기도 했지만, 이제는 선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선정기준은 지금의 현장, 동시대의 현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인권영화제에서 선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화가 가져다준 인권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인권영화제에서 다루게 된다. 예를 들어 유태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인종차별의 문제를 연결하면서 이야기하는 것과 과거의 이런 일이 있었다고만 다루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활동가로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있다

활동가로서 영화제를 기획하는 것이 좋다. 신자유주의 관련 작품, 노동현장에 대한 영화들을 인권영화로 명명함으로써 인권현장에 기여하고 함께 하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권은 무어냐고 물어본다면?

‘인권’은 차별과 가난의 네거티브한 언어. 그것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도 인권이라고 본다. 인권영화제는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엿보기, 거리두기, 동정이 되면 또다시 네거티브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