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이민개혁법은 “반 이민법”

“이번 여름 이민자 투쟁 거세질 것”

요즘 미국에서는 새 이민개혁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 주 미 부시 행정부와 상원이 초당적으로 합의해 마련한 새 이민 개혁법안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6월로 처리가 연기된 가운데, 이민자 운동에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합법화를 비롯한 이민자 권리를 쟁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초당적 “반 이민법”
“가족해체하고 이주노동자 노동권 약화시킬 것”


이번 주 처리될 예정이었던 초당적 합의안은 크게 △국경보안강화 △임시노동자 프로그램 도입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제재 강화 △이민 허용여부에 학력, 경력, 기술 등 미국 경제 기여 가능성 기준으로 한 점수제 도입 △ 미등록에 대한 합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미등록 이민자 및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민자 단체들은 일제히 이 법을 “반 이민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우선 이번 법안은 가족 이민 규모를 축소하고 대신 미국 경제의 필요에 따라 학력, 경력, 언어능력 등을 점수로 따져 이민허용 여부를 가리를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규모는 절만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AFL-CIO를 비롯한 미국 이민자 운동 단체들은 이 법안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도 가족초청 관련 한국 이민 대기자는 7만 7천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필리핀의 경우는 22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가족 재결합을 바라고 있는 이민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은 미국에 입국한 후 2년간 일을 한 후에는 고용연장이 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2년을 일한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6개월을 지낸 후 재입국하는 방식으로 총 3차에 걸쳐 이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없으며,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어지는 거나 다름없다는 측면에서 이민자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2년 비자로 입국한 후 재입국 비용이 부담될 경우 오히려 ‘불법체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합법화”로 보기 어려운 합법화 방안

합법화를 빌미로 미등록 이민자 및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지배적이다.
  노동절 열린 이민자 집회 [출처: ANSWER]


가장 큰 문제는 시민권을 얻는 과정이 너무 까다롭게 되어 있어서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민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2007년 1월 이전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현재 고용되어 있다는 점과 범죄사실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벌금 1,000달러를 내고 Z비자를 얻게 된다.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본국으로 갔다가 재입국해야 한다. 현지 미 대사관에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지만, 비자 발급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출국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시민권을 받게 되더라도 다시 4,000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시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민자 투쟁...“뜨거운 여름 될 것”

이주민 운동 단체들은 사실상 이번 여름이 이주민의 권리를 쟁취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9월이 되면 미국은 대선이 중심이 되어,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한 정치행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자 운동을 하고 있는 윤희주 미 현지 민족학교 활동가는 충분히 힘겨루기를 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2005년 12월 미 하원에서 어린이 160만 명을 포함해 모든 미등록 이주민 및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국경안보강화, 반테러리즘 및 불법이민규제법안(센센브레너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민자들의 투쟁이 계속 고조되어 왔다.

윤희주 활동가는 기본적 방향으로 “벌금을 내고 합법적 신분을 사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등록은 ‘불법’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부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비숙련 직이 48만5천개가 필요한데, 현재는 5천개만 허가가 나있는 상태라는 점을 덧붙였다. 미등록 노동자들은 이 자리를 채우면서도 임금체불을 당하고 노동권과 복지혜택도 보장받지 못한다. 결국 이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미국 전체의 임금수준을 낮추는 효과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전국 이민자 연대도 이번 법안을 “반 이민법”으로 규정하고, △국경지역 군사화 반대 △미등록 이민자 범죄인화 반대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 도입 반대 △미등록 이민자 합법화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및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에는 뉴욕과 LA를 비롯한 전국에서 이민자들이 단속 중단과 합법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한 바 있다.

공화당 “국경통제 강화” vs. 민주당 “저임금 노동 활용 쉽게”

이주민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1일부터 시작된 초당적 합의안이 6월로 연기된 것은 이런 입장차의 반영이다.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은 새 법안이 사실상 ‘사면안’이라며 ‘불법’이민자들을 사면하게 되면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더욱 경제적 능력에 가중치를 두기를 바라고 있으며,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도 2년 후 귀국이 아니라 숙련된 노동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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