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섹슈얼리티)'도 '밥'처럼 얘기되어야 한다

성소수자 인권강연회 열려

성소수자/진보적 성정치에 관한 주제로 민주노동당울산시당, 전교조울산지부, 민주노총울산본부,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노동뉴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울산지부 등이 공동주최한 성소수자 인권강연회가 열렸다.

전교조울산지부 교육관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은 24살에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던 수년전 어느날, 한 여자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뒤늦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고, 이어 커밍아웃을 하면서 성소수자 운동을 시작했다는 민주노동당 중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최현숙 위원장은 성소수자에 관련된 용어와 상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사회적 현상과 진보적 성정치 담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최현숙 위원장은 국가와 자본이 시민의 성을 통제하며 "정상의 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있다며 진보진영에서도 성을 핵심적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지향'에 따라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 무성애자, 성전환자로 나뉠 수 있으며, '성별정체성'은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무엇으로 확신하는가의 인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 정신적, 사회적 성별이 동일하지만 성전환자(트레스젠더)들의 경우는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확신하는 사람을 'FTM트레스젠더(성전환자 남성)', 그 반대의 경우를 MTF트레스젠더(성전환자 여성)라고 한다.

이러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적 상황과 관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확립되어가는 것을 '성정체성'이라 표현하다.

성정체성 형성에 관해서는 '태어날때부터 변하지 않는다는 '생물학적 본질론'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사회적 구성론' 등 두가지 학설이 존재한다.

최현숙 위원장은 남성간의 사람을 아름다운 것으로 칭송했던 그리스 시대를 소개하며, "사회, 문화, 역사적 특징에 따라 성정체성은 다르게 표현된다"고 말했다.

  강연에 앞서 '성소수자'에 관한 영상물이 상영됐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얘기할 데가 없어 그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상담과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노동조직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 내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는 그 조직이 커밍아웃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성애는 이성애와 같은 애정의 한 형태일 뿐'

'동성애'는 같은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는 성적 정체성을 말하는 것으로, 단지 육체적 결합만을 지칭하는 용어인 '동성연애'와는 차이가 있으며,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등이 그들을 가르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최현숙 위원장은 "동성연애라는 용어는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애정의 한 형태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이성애라는 하나의 성정체성을 유일하고 절대적으로 보고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성애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며 '동성애 공포증'을 조장하기도 한다"며 "이는 현대사회에서 확산된 현상으로 유럽의 의학계에서는 '동성애공포증'을 정신병적 증상으로 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한다.

최현숙 위원장은 "이성애만이 정상적인 성적지향으로 간주되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것은 수많은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감수하는 중차대한 결단"이라며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비성소수자들의 지지와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아웃팅)는 성소수자에게는 사회적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일종의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웃팅을 매개로 한 성폭력과 금품갈취 등은 물론, 살해 등의 심각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내에서도 서로 실명 등 개인의 신상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간혹 의도하지 않는 아웃팅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당신의 성정체성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는가?

최현숙 위원장은 "국가권력과 생산수단을 소유한 국가와 자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의 성'을 통제하며 '정상의 성 이데올로기'를 생산,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보진영은 반국가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을 전개해 오면서 '성'과 '가족'을 철저하게 사적영역으로 은폐해 그 안팎의 차별과 억압, 나아가 성권력 관계를 간과한 채 소위 노동, 정치, 시민사회 등 공적영역에서만의 담론과 실천을 진행해 왔다"고 비판했다.

최현숙 위원장은 "국가와 자본이 체제유지를 위해 국민의 '성'을 통제하는 성권력의 장치들 중 특히, '가족'의 경우는 그들의 권력유지의 근간이 되는 '노동력'을 생산하는 '정상가족'만을 가족으로 치부하고 법제와 정책에 포섭하는 방식을 통해 '가족이데올로기'를 유지,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장애, 노인, 동성애, 혼외의 성 등은 비정상적인 성으로 간주하거나 불법화해 '정상의 성 이데올로기'를 생산, 유포하고 있으며, 이런 사회에서 소위 '비정상의 성' 영역(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은 헌법에나 존재하는 조항에 불과하며, 그들의 인권은 말살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현숙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의 몸과 욕망과 일상 속에 내포되어 있으면서 권력과 자본의 이익에 포섭되어 있는 '성'에 대한 진보진영의 무관심은 '성'의 공론화에 대한 포비아(공포증, 혐오증)에 기인하고 있다"며 "성(섹슈얼리티)은 밥(경제)처럼 진보진영에게는 핵심적 의제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보진영은 '성의 사적 영역화'에 저항하지 않고 성권력에 순응하며, 그 순응을 진보주의자의 '도덕과 윤리'로 치부하면서 '성'의 진보적 의제화에 눈을 감아왔다"고 지적하며 진보진영에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진보적 인물로서 사회의 젠더에 얼마나 갈등하며 저항하고 실천하였는가?'
'당신의 성정체성은 주체적인 정체화 과정을 통해서 확립되었는가? 혹은 학습되었는가?'
'당신의 성정체성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는가'"

(정기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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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 성소수자 , 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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