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열린채널 왜 이러나 불선정 결정 잇따라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불선정 이의제기

지난 2006년 ‘저항을 위한 상상력, NO FTA 미디어 제작 워크샵’을 통해 제작된 영상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가 KBS 열린채널에 불선정돼 시민제작자와 에너지공공성을 주장하는 노조, 단체 활동가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KBS의 불선정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서와 성명서를 내는 한편 KBS시청자소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지난 2006년 여수와 제주 등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작품으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영상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이번 영상은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현재의 전력산업의 구조 속에서 어떠한 피해를 겪고 있는가를 현실의 사건과 해외 사례를 포함하여 설명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고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호주의 빅토리아, 영국 등 해외 지역에서 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받기도 하였다”고 소개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 따르면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일방적이라는 점과 GS 칼텍스, LG 화학 등 특정 기업이름이 들어갔다는 점이 KBS 측의 불선정 사유였다”고 밝혔다.

선정된 뒤 열린채널 쪽의 일방적 수정요구 및 예고 없는 가위질 등이 ‘열린채널’ 운영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문턱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불선정 결정들이 나오면서 ‘선정의 기준’ 등 그 대응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허세황 시민제작자의 ‘지렁이 엄마’가 불선정되었다가 재심을 거쳐 결정이 번복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허세황 시민제작자는 열린채널 정상화를 위한 시민제작자들의 모임 ‘닫힌채널’ 홈페이지에서 “‘불선정 조치’ 는 ‘시민들의 KBS에 대한 접근권’에 대한 ‘제한조치’를 의미한다”며 “권리를 제한하는 문제라면 그 사유가 분명하게 명시되어야하는 것 또한 당연하나 그 충분한 사유를 듣기 어렵다. ‘불선정 사유’가 ‘명시적’이고, ‘구체적’이며, ‘최소한’에 그쳐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불선정 작품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후 상황에 따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시민제작자들의 모임 '닫힌채널' 등 독립미디어단체의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다른 차원의 움직임이 전망된다. 오는 8일에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지역미디어활동가들의 공동행동을 도모해보기 위한 포럼이 미디액트와 'no FTA 퍼블릭액세스프로젝트' 주최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불선정된 이번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어서 이날 어떤 논의들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불선정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 가져와”

KBS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등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 등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에너지관련 노동조합과 민주노동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와 영상 제작자 김우경, 안창규 미디어활동가는 지난 5월 31일 KBS열린채널의 이와 같은 결정에 항의하며 이의제기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들은 이의제기서에서 “공공성을 내용으로 하는 의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나아가 인권의 입장에서의 발언과 의견은 일방적으로 정부와 공기업의 주장만을 나열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며 “우리의 내용이 열린 채널이라는 시청자 제작프로그램에서 충분히 공론화되어야 하며,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에 대하여 새롭고 그리고 올바른 시각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방영되어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등은 “현재의 한국전력공사는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섯 개의 발전회사와 하나의 수력원자력 회사로 분할되었고 이렇듯 분할된 구조에서는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규명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며 “결국 정전 사고 등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침해된 것은 2000년 제정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영상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었다.

이들은 또 “불선정의 이유가 그 동안 지상파 방송이 정부와 기업의 논리를 대변해왔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KBS 시청자소위원들의 불선정 이유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등은 “KBS가 영상에 대한 일정 정도의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불선정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일방적이라는 이유를 드는 것은 퍼블릭 액세스의 근본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며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주류 미디어나 방송에서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보여지는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와 같은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내용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는 점도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연맹,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도 같은 날 따로 성명을 내고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가 방영되기를 적극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나 정치권의 일방적 찬성과 홍보에 대해 언론이 직접 나서서 검증과 비판을 하고, 필요하다면 반대여론도 형성해야하는데 공익을 위한다는 공영방송에서 과연 그런 역할에 충실했는지 묻고 싶다”며 “‘열린채널’의 방송내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KBS가 이러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한다면 이는 공영방송의 최소한의 직업윤리나 열린채널의 편성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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