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대선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해방연대(준) 주최 대선토론회 열려

민주노동당 독자후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당내 좌파 성향 의견그룹 ‘해방연대(준)’는 지난 1일 대선토론회를 열고 좌파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노동자계급, 2007년 대선투쟁에 어떠한 기조와 요구를 갖고 임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이해관 민주노동자연대 회원,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 홍석만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해방연대(준) 측에서는 성두현 대표가 발제하고, 김광수 기관지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토론자들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노동자대중이 대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해결 방안으로는 각각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우경화” 한목소리...활용 여부에는 온도차

성두현 해방연대(준) 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과 진보진영의 선거운동이 과연 얼마나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몇 단계, 몇 박자 같은 용어로 포장을 많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솔한 지적이 없다”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을 꼬집었다.

  성두현 해방연대(준) 대표.
성두현 대표는 대선 시기에 후보들만 분주한 채 당원들에게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수동적인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선거운동 기획 이전에 좌파 내부에서 공론화 단계가 필요하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2007년 대선투쟁에서 반자본운동 및 반제반전운동을 전개하고 사회주의 지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성두현 대표의 주장.

권영길 의원의 ‘진보적 성장론’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하에서 성장론은 어쩔 수 없이 자본의 성장론”이라며 “나라가 성장하고 경제 덩치를 확대하면 나에게도 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대중의 기대와 환상에 대해 틀렸다고 분명히 지적해야지, 우리도 성장 전략이 없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미 지배세력에 굴복하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관 민주노동자연대 회원은 “민중을 주체로 하는 정치투쟁의 장이 아니라 후보 중심의 선거이벤트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며 “투쟁과 멀어질수록 후보들이 진보이미지를 덧칠하기 바빠서 ‘정책 모드’로 선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맞서는 ‘전투적 후보’를 내세우기 이전에 토대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투쟁하는 민중을 주체로 세우기 위해 민중참여경선제(민중경선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관 민주노동자연대 회원.
이해관 회원은 “민중경선제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민주노동당을 노동계급의 정치 조직으로 인정할 지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비판을 통해 당을 견인하는 것도 한계점이 있는 것인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는 “민주노동당 같은 의회주의 정당을 통해 사회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진보정당이 급진적 요구를 제시하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고 ‘성공 신화’에 빠져 있는 노동자계급들을 급진화하기 위해 선전 선동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경수 대표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은 내가 좋아하는 얘기를 하는지 확인하는 수준 밖에 안 되는데, 주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결집해 힘을 모으는 방식이 왜 제기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늦더라도 밑바닥에서부터 논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아주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석만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대중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느냐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후보들 간 반장선거 수준의 정책 대결에서 실제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전망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내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타적지지에 묶여 정치조직 활동에 제한이 따른다”며 “배타적지지로 40%에 가까운 의결권을 점유하고 있어도 민주노동당 우경화에 손도 못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민중경선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을 한다 해도 상황이 달라지겠냐. 후보 선출을 위해 조합원이 동원된다 해서 침체된 현장의 열망을 북돋우고 대선투쟁 과제들을 이끌어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결론 없는 토론회...‘각개약진’이 해답?

성두현 대표는 진보진영에서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모순 해결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진보는 대중에게 열린우리당 같은 개혁세력과 한 묶음으로 여겨져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진보진영이 사회주의 세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며 “사회주의가 아닌 다양한 지향이 진보진영 내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애매한 주장 해봐야 전체 흐름에서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노동자계급이 올해 대선에서 사회주의로 향하는 과도적 요구를 관철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 보장 △최저생활 보장 등을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홍석만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성두현 대표는 “민주노동당 후보 3인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독자후보 선출을 놓고 내부 논의 중이며, 6월 중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좌파 단체에 필요에 따라 논의할 수 있는 ‘연락회의’ 구성을 제안하며 “지금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대선투쟁 이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날 성두현 대표의 제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부정적이었다. 이해관 회원은 “혁명적 강령으로 세력이 커진다고 한다면 한국 자본주의는 바로 셔터 내렸을 것”이라며 “강령으로 갑자기 대중이 급진화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재 좌파의 행로를 보았을 때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덜 망한 데 있고 까놓고 망한 데 있는 차이일 뿐”이라며 “이 국면에서 대중들에게 판을 여는 것에 집중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경수 대표는 “선전선동 문제보다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접목해서 투쟁에 나서느냐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에서 과학적 접근이 중요하다지만 감상적으로는 실패했다. 좌파가 앞장서서 투쟁에 나섬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모아내지 못하는 것은 운동의 문화 문제”라고 지적하며 “내 운동을 통해서 가장 빨리 바꿔낼 수 있는,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석만 중앙집행위원은 대선 과정에서 노동자대중을 주체화하고 후보 중심성을 탈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빈민, 사회적 소수자 등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주체들 모두가 후보로 나서는 ‘내가 후보다’ 운동을 전개할 계획”고 밝혔다. 이를 통해 “좌파 진영이 민주노동당 형태의 의회주의적, 사민주의적 전망을 넘어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노동자계급 단위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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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대선 , 노동자의힘 , 해방연대 , 노동전선 , 민주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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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란

    개나 소나 별 것도 없는 놈들이 모여서 맨날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니까 망하는거야..

  • 좌파란

    그리고 함부로 대중이 어떻네 저떻네 말하지 좀 마세요.. 뭘 안다고 웃기지도 않아서 원.

  • 길손

    이해관 동지가 지적한대로 대선투쟁이 되어야지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런데 대선투쟁이 민중참여경선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거야말로 후보자 중심의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일부 세력이 패권 추구의 도구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정파주의의 해악을 대중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극소수에 그치고 있는 활성당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대중들에게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와 한미FTA 무효화를 대중적 정치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민중의 정치세력화는 대중이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투쟁을 제기하고 실천을 통해서 계급의식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즉자적 이나마 계급적 의식을 체득할 때에 성대표가 말하는 대자적 계급지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가운데서 해대는 선동은 이해관 동지가 지적한대로 먼나라 이야기에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파진영은 이러한 대중적 과제에 헌신적으로 복무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대중의 정치적 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개악, 한미FTA 저지 투쟁에서 좌파는 그리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할때 좌파들의 성장을 위한 귀중한 토양이 주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 당원

    소위 현장파 동지들, 못먹는감 찔러나 본다지만 뻔히 원칙에 어긋나는걸 알면서 남의 당에 민중경선제하라고 말씀하시면 안되죠.
    이번에 현대차 민투위 어용 이상욱이가 민중참여제 하라고 한뒤에 바로 민중참여제 안할꺼면 배타적 지지 철회해야 한다고 까불던데 그게 바로 현장파 동지들의 민노당 박살내기 전략입니까?

  • 노조원

    주둥이 가지고 투쟁하냐
    어디 숨어 있다가 마이크만 내밀면 기어나오는 바퀴벌레 같으니라고
    현장을 보고 고민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