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8시간 노동을'

[인터뷰]타워크레인분과 이경희 노동자

공사현장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조종사라고 하면 보통 남성노동자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야음동 롯데캐슬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이경희씨는 매일 아침 100여미터 높이의 하늘로 출근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4년 전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경희씨는 7년째 타워크레인을 운전하고 있다.

'성'만 다를뿐 일하는 조건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똑같다는 타워크레인 조종사 이경희씨는 1평도 되지 않은 좁은 조종실에서 하루 10시간을 일한다.

점심시간때만 잠깐 내려와서 밥을 먹고 오전 5시간, 오후 5시간을 조종석에서 일하는 이경희씨는 혼자 하는 일이라 자유로울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노동자 중심의 공사현장 특성으로 인해 초기엔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남자기사들한테 쉽게 말하지 못하면서 여자기사한테는 반말을 하는 등 함부로 대해 대처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죠."

타워크레인 조종사 경력 7년째인 이경희씨는 무엇보다도 하루 8시간 노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사와 임대사가 하루 10시간씩 일을 하기로 계약을 해 조종사들이 2시간 연장근무는 하기 싫다고 말할 수도 없어 강제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경희씨는 8시간 노동은 단지 타워조종사들만이 아닌 공사현장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공사현장에서 막노동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을 일하고도 팀장이 요구하면 그 이상을 일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8시간 노동을 실시하면 그분들도 하루 노동시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이경희씨는 '8시간 노동'과 함께 '건설장비등록'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10년, 20년 된 노후장비가 부식이 돼도 페인트칠만 다시 해서 낡은 부분을 감추고 그대로 쓰고 있어 조종사들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일하는데, 타워크레인을 건설장비로 등록해 안전검사를 받아 노후된 장비는 폐기시켜야 합니다."

고공 강풍에, 육중한 인양물에 휘청거리는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다보면 7년 경력의 이경희씨도 아찔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경희씨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일손을 놓고, 오늘도 하늘이 아닌 지상에 발을 딛고 파업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노조크레인분과는 지난 2000년부터 타워크레인 건설기계로 등록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건설기계법 개정안이 통과돼 건설교통부 주관하에 체계적인 관리와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동부와 건설교통부간 타워크레인 검수권에 관한 이견으로 자칫 건설기계 등록이 무효화 될 위기에 처해 있다.(정기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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