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철폐! 대학평준화!"

[특별좌담 전문] 교육, 더 일그러지기 전에

한국 사회 신자유주의 10년, 오늘날 자본운동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을 경쟁과 효율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연대와 공동체의 원리,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곳곳에서 침해당하고, 사회구성원의 삶의 기초가 되는 교육, 의료, 공공재조차 상품 논리에 휩쓸리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식 경쟁 교육은 양극화의 재생산을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고,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인적 자원'으로 재단하고, 시장의 상품과 같은 처지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한다. 신자유주의 경쟁으로 내몰린 우리 교육의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경고의 붉은 등이 껴진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또한 올 대선을 앞두고 3불 정책 등 교육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대선 시기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과정에서 교육의 참된 가치 정립과 교육 현안 문제를 올바로 잡을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과정을 통해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전 사회적 공감을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민중언론참세상>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교육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함께 진보적이고 보편적인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8일 민중언론참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된 '교육, 더 일그러지기 전에' 특별좌담에는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참석했고,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교육, 영어교육, 대학입시 등 교육 문제를 짚어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이하는 특별좌담 전문이다.
  특별좌담 참가자. (왼쪽)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강내희 중앙대 교수


[제1주제 : 사교육]


사회자(유영주): <참세상>은 신자유주의 경쟁에 내몰린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특별 좌담을 준비했다. 영어교육의 문제, 대학입시, 공교육 정상화 등 현재 한국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주요 내용으로 뽑아 봤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교육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 보자.

홍세화 : 사교육은 양이나 질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고, 범위로도 고등, 중, 초등에서 다시 유치원, 미취학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상 범위도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 전 도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아동의 사교육화 라고 해야 할까. 이런 양상은 국내 열풍뿐만 아니라 국외 연수나 유학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한국적 현상, 괴물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교육이 강화됨으로 인해 사교육비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연이나 친구들과 벗함이 없어 억압을 내면화 하고, 지나치게 경쟁의식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교육적 억압이 내면화 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타자에 대한 억압이나 인권침해와 같은 것에 무감각해 지게 되는 가치관, 의식형성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반수 가까이가 아이들 사교육비 때문에 돈 벌러 나왔다고 답하고 있다. 교육의 형태, 비용의 문제 등 사교육이 민중의 생존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고, 강력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럽밖에 못 봤지만, 한국의 이런 교육 형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만의 괴물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장혜옥 : 괴물적 현상이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초등학생들이 보통 2개에서 5개의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고, 학원이 끝날 때가 되면 보통 밤늦은 시간이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신 없이 시간에 쫓긴다. 기가 막히고 참혹한 현실이다. 공교육비가 20-23조 원이라 하는데 사교육비는 35조 정도 추정된다. 사실상 60조의 돈이 교육의 이름으로, 밑 빠진 독에 쏟아 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이 교육 자체를 시장화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세화, "사교육 열풍. 유례없는 한국만의 괴물적 현상"
강내희, "개인들이 자기들만의 삶을 구조화 하는 방식"
장혜옥, "서열의식과 단선화 된 서열구조가 사교육을 부추긴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강내희 : 한국 자본주의의 특징이 아닐까. 사교육하고, 사교육을 유지해 가는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투기를 조장하는 메커니즘과 상호보완 작용을 하면서 한국의 일반적 보통 사람들, 서민, 민중들이 우리 자식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내집 장만의 꿈'과 '내 자식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환상이 같은 이치인 셈이다. 교육의 환상 속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교육이다. 한국의 대중, 민중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공동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길을 찾기 보다는, 개인들이 자기들만의 삶의 길을 찾아 구조화 하는 방식으로 더욱 탄력을 받은 것이 사교육시장이지 않겠는가.

홍세화 :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다. 서민 일수록, 자식에게 '넌 나처럼 살면 안 돼'라고 말하는데 중요한 함의가 있다. 서민들이 민중의 삶을 살면서 자기 삶을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자체가 서글픈 상황이다. 그럼에도 모든 서민들이, 민중들이 내 자식만의 계층 상승을 도모한다는 것. 모두 똑같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특히 최근에는 불안요인도 같이 결부되고 있어 보인다. 과거에는 판검사, 의사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면, 지금은 '내 자식이 뭘 해 먹고 살 수 있겠나' 하는, 남들도 시키니까 내 아이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불안이 더욱 이데올로기화 되면서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계급의식의 부재와 불안이데올로기가 겹쳐지면서 사교육 열풍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장혜옥 :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까지 사교육이 확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측면도 봐야 한다. 사교육을 들이면 '뭔가 된다'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교육을 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서열의식이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단선화 돼 있으니, 그것만 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투자해서 저 대학만 가면, 이 단계만 넘어서면 된다는 기본적인 서열의식과 단선화 된 체제가 사교육에 몰려들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자 :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사교육 문제가 심각 하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양적, 질적으로 더 커진 것 같고, 피해사례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교육 문제가 확산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강내희 : 사교육 시장이 성립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어야 한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민중과 대중이 수요자다. 공급자는 자본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1990년대 초반 이후 지니계수가 내려갈 무렵 소비자본주의가 확장 됐고, 사실상 사교육시장도 이런 자본의 회수작전 중 하나 아니겠는가. 지금의 사교육은 개인들이, 가난한 대학생, 취직 못한 사람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수준이 아니다. 1년에 돈이 풀리는 돈을 고려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시장이다. 분명 자본의 논리가 작동하고, 사교육 상품 제공하는 자본 측은 돈을 회수해 가서 자본 축적의 논리로 작동 하는 거다. 사교육은 비과학적 투자로 예측도 안 되고, 연 1000만 원 투자해도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부동산 보다 더 막연한 투기와 투자다. 그럼에도 이런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본이 독특한 한국적 축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혜옥 : 사교육이 시장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 졌다는 점 보다, 국가 정책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놓쳐서는 안 된다. 95년 5.31교육 개혁안이 제출되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이라고 하면서 교사는 서비스 공급자, 학생들은 교육의 소비자이기 때문에 서비스업으로 해석되는 담론이 형성, 확산됐다. 이와 더불어 서열체제가 더욱 공고화 됐다. 입시 교육에 몰입하는 사회전반의 분위기 확산과 더 많이, 더 어릴 때 투자해야 거기에 도달한다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강내희 : 공교육의 신자유주의적 해체와 사교육의 비대화가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장혜옥 : 맞다. 사교육을 팽창시키기 위한 논리와 공교육에 대한 투자, 전망에 대해 올바른 그림을 그리지 못한 가운데, 국가가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결국 학교 교육, 공교육의 정상화가 안 되는 이유와 사교육의 확대가 같이 맞물리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교육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축소하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 측면의 과제로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장혜옥 : 뒷부분 토론 주제인 입시나, 대학평준화에서 같이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국가가 공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해 가야 한다. 90년대 중반 이후로 엄청난 사교육 재벌들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방과 후 학교, 활동 등에도 기업의 논리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고, 교사의 임용 구조까지 치고 들어오고 있다. 국가가 개입해서 바꿔 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흐름이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 점이다.

강내희 : 교육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사교육 문제도 조절, 극복, 조장 되니까 다른 문제와 같이 보자.

강내희, "공교육의 신자유주의 해체와 사교육의 비대화가 맞물려 돌아갔다"
장혜옥, "사교육은 국가 정책 속에서 키워진 측면 간과해선 안 돼"


장혜옥 : 정부가 사교육이 늘어난다, 줄이자며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것이 오히려 사교육이 된다. 대표적 예로 EBS를 들 수 있다. 지금은 엄청난 사교육으로 팽창하지 않았는가. EBS 문제지와 방송시설, 전문 강사 배출 등 물적 자산을 탄탄히 키워가는 기회가 된 상황이다. 마찬가지다. 참여정부가 방과 후 활동으로 사교육을 잡겠다고 했지만 기업화된 재벌들이 학교로 들어오고 사교육이 더욱 늘어나는 지경이 됐다.

강내희 : 정부가 케인즈주의를 지향한다면 최소한의 사민주의적 정책을 포함시키고, 국가가 공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현재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전환, 모든 정책이 이 원리에 따라 공교육이 무너지고, 해체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 체제에서 모든 정책은 공교육을 와해시킬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제2주제 : 영어교육]


사회자 : 사교육의 가장 큰 범주이기도 하고, 유별나게 극심한 영어교육의 문제를 살펴보자. 문화, 지리, 언어적 측면도 있을 거 같다. 북유럽 등 외국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지위와 한국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영어 교육, 영어 광풍을 진단해보자.

장혜옥 : 사교육비의 다수가 영어교육에 투자되고 있다. 사교육과 영어교육은 밀접하게 관계 돼 있고, 우리 나라 학생들이 미국에 유학을 많이 가는데, 대학원에서 학문적 연구를 추구하는 형태보다, 영어를 어릴 적부터 잘하기 위한 조기 유학이 붐인 상황이다. 약 9만 명이 유학 또는 단기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가고, 유학 비자만 5만 명에 이른다. 아시아권에서 1위다. 인도, 중국, 일본하고 비교해 봐도 많다. 국민수를 놓고 보면 그 인원이 엄청난 거다. 한국은 말 그대로 영어에 미쳐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영어에 대한 광풍이 지나치다. 초등 영어가 들어오면서 영어 광풍이 더 심해졌다. 이런 열풍은, 영어가 외국어, 기능적인 언어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권력, 권력을 차지하는 욕구의 매개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나친 광풍이 일고 있다. 여기에 대한 제동이 필요한데, 아예 영어를 공용으로 쓰자며 듣기에도 답답한 말을 사회적으로 쏟아낼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영어 광풍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홍세화 : 물론 영어 공부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집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필요하다는 논리겠지만, 싱가포르처럼 도시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공용어'를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영어에 대한 종속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광풍이 한국 사회의 역사, 문화, 정치, 군사적인 모든 면에서 예속, 종속 상태의 반영 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북유럽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지만, 정작 공용어는 아니다. 공용어인 요르단의 경우 오히려 영어를 할 줄 아는 1등 국민과 영어를 못하는 2등 국민을 만들어내는 사회 현상을 빚는다. 우리가 싱가포르와 같이 전 국민이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일이다. 영어가 권력이 됐고, 계층 상승의 계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광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견제할 수 있는 힘이 내부에서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된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 대한 종속, 사교육 등 기득권이 영어를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세화, "영어가 권력이 됐고, 계층 상승의 계기가 되고 있는 상황"
강내희, "다른 문화를 알자는 취지이지, 영어 문화권으로 넘어가자는 것은 아니다"
장혜옥, "최소한 초등 교육, 공적 채용 과정에서 영어 시험 비중을 낮춰야"


강내희 : 영문학 하는 사람들의 경우 영어 교육 대중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이권 작용의 심리도 있지만, 전문적 영어 교육이 일반 대중적 영어 교육과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의 영어 교육은 일본의 독자적인 학문 정책이었다. 영국과 미국 등 제국의 언어로 영어가 갖는 국제적 지위가 있다. 현 단계 중요한 정보, 지식을 이해하는 데 영어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영어 능력은 피할 수 없는 갖춰야 할 이유가 있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갖추느냐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는 신식민지 수준에서 미국에 대한 종속, 영어에 대한 종속이 너무 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자본주의가 영어교육을 매개로 해서 사교육 시장을 가동하는 형태까지 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형태로, 영어가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영어의 접근, 능력 수준에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지위가 결정되는 단계 까지 갔다. 외국 유학 많이 가는데, 옛날에 비해 유럽은 줄고 미국이 절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미국 중심으로 이익들이 재편되고 편재되니, 유럽도 미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 한국은 더욱 심하게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 속에 서울대학교가 일류가 아니라,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하버드, 예일, 스텐포드 등으로 가고 있다. 당연히 영어가 계층 상승의 확실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고, 이 잣대를 갖기 위한 전 국민적 열망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장혜옥 : 그렇게 정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막연해 진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주의, 민족주의 강조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독특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언어체계를 인지하고, 습득한 후에 외국어 교육을 해야 하지 않겠냐. 최소한 초등 교육에서는 영어를 하지 말자. 영어 평가 시험에 미친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미FTA를 통해 미국의 시험제도들이 들어오면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 질 것이다. 최소한 공적 채용 과정에서 영어 시험 비중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

강내희 : 영어 문제는 영어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조직하고 국제 관계 어떻게, 우리 사회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따라 결과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국제 경쟁강화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생각하게 하는데, 단순히 시험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적 자본주의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한국식 자본주의도 변화시킬 것인가와 결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장혜옥 : 그렇게 크게 그림을 잡으면 혁명하고, 정치권 진출만이 길이라 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미력하나마 개선점들을 마련하기 위한 단초들은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홍세화 : 가까운 일본만 봐도 우리처럼 영어 광풍이 심하지 않다. 대학 교수들을 봐도 유수 대학 교수들이 본 대학 출신이거나, 일본 국내 대학 출신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가 신자유주의 체제라 하더라고 전 국민 모두에게 영어가 필요한 게 아니라, 1/10이 제대로 해도 충분히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번역본이 많다. 한국의 경우 그런 것에 투자하기 보다는 영어교육만 확대시켜 놓고 있다. 견주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을 영어교육의 광풍으로 몰아넣게 돼 있는 경쟁, 특권화 구조를 어떻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가를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 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령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교육을 하지 말자 등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강내희 :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다른 문화를 알고자 하는 취지이다.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영어 광풍은 영어 문화권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영어도 잘하고, 타문화를 수용할 능력이 자체적으로 축적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영어로 저장된 정보, 지식, 문화, 철학적 식견 등 영어로 저장된 정보를 우리 것으로 전환시키는 영어 능력은 오히려 실제로 강조가 안 되거나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인이 되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전후가 바뀐 상황이다.

글로벌 스텐다드의 논리에서 나오는 것, 민족문화 프로젝트에 큰 위기가 닥치는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중국이라는 문화권에 있었지만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해 왔다.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서도 한국이 그동안 독자적 문화를 유지해서 자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문화에 동화돼 간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제3주제 : 대학입시]


사회자 : 영어교육과 관련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것에서부터,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제외시키자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다. 교육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단선화 된 체계로 간다는 점에서 사교육 팽창과 영어 광풍의 핵심에는 결국 입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거 아닌가

홍세화 : 프랑스의 대입 제도를 예로 들어 보겠다. 한국과의 차별점은 공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이 국립이라는 점이다. 대학 자격시험이 있는데 20점 만점에 평균 10점이면 합격한다. 합격률이 75%-80% 정도 되는데,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보는 그 나이 또래의 80% 정도가 시험을 보고, 55-60%가 국립대학의 1학년이 되는 구조이다. 물론 학년이 올라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프랑스가 보여주는 상징적 예는 20점 만점에 10점은 반점이다. 12점에서 14점 까지 잘한 편, 14점에서 16점 good 이다. 그런데 16점을 한국과 비교해 보면 80점이다. 한국에서의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80점이 뭘 의미하나? 한국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몇 등이냐가 중요하다.

입시, 입시의 평가가 서열화된 구조에서 교육 자체가 왜곡돼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등수에 메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프랑스는 절대평가로, %로 합격률을 가릴 수 있으니 고등학교 때까지 교육이 자유롭고 독서나 토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노골적으로 1-9등급 만들어 놓아 등수와 등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차제로 야만적이다. 미성년자들에게 석차를 주고, 등급을 매기는 교육 철학. 바로 이것이 근본적인 차이 이고, 결국 지배계급이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로 연결될 수 있는 관점이다.

프랑스에서는 국가 구성원으로서, 공화국 구성원으로 어떻게 하면 같이 갈 것인가, 인간을 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면, 우리는 철저하게 국민을 수단으로 바라보고, 국가 경쟁력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근본적 차이가 이런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홍세화, "노골적으로 1-9등급으로 등수와 등급을 매기는 구조...그 차제로 야만적이다"
강내희, "이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기득권을 갖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장혜옥, "시험을 위한 대기 인생.. 그래서 사교육은 더 커지는 것이다"


강내희 : 입시문제는 교육을 입시 중심으로 형성시키고, 유용하게 만드는 문제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교육을 입시로 형성한다는 것은 홍세화 선생님 말씀대로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위 경쟁의 활동으로, 교육을 시키고 받는 활동이 순위경쟁 참여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다. 원인 지적에 동의한다. 아울러 학생들만 놓고 본다면 지금의 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인생을 대기인생으로 만드는 것이다. 16살, 12살도 각자 나름의 인생이 있는데 그런 인생을 시험 치는 그 시기 까지 대기하는 인생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활동이 순위를 받는 그 순간을 위해 대기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교육이 경쟁 중심으로 가면서, 올바른 경쟁이 아니라 왜곡되고 잘못된 경쟁으로 교육을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입시의 기본적인 과목들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은 배제되게 된다. 몇몇 소수의 과목으로 등위를 만들게 되는 구조다. 체육활동에서 종목 경기를 하게 만들고, 100m 달리기, 넓이 뛰기 등 종목에 들어가는 것만이 전체 체육 활동인 것처럼 축소하게 되게 되고 교과목으로 중심으로 환원되게 된다.

한국에서 입시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등수가 높을수록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다운 인간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인간적으로 경멸할 사람들만 나오게 된다는 거다. 의사, 판검사가 된들 소용이 없다. 판검사가 다른 구성원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거나, 판단을 정당하게, 윤리적 사회 문화적으로 판결하지 않는다. 자신이 배운 좁은 세계관과 자신의 입장에서만 결과가 나온다.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기 입장밖에 모르고, 이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형태로 그렇게 독식해 온 사람들이 기득권을 갖게 되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한국인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입시에 달려 있는데 이런 식의 문제가 많은 교육과 입시 제도가 계속 유지되면 될수록 소위 사회적 의식이 낮은 사람들이 입시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더욱 높은 곳에 있게 되니 교육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근본적인 기회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장혜옥 : 암담하고, 참담하고 그렇다. 교육이 곧 입시인 게 맞다. 교육이 총체적으로 길러내는 프로그램이 있을게 아니니, 입시는 곧 입시일 뿐. 입시는 그대로 서열일 뿐이다. 하나의 단계, 서열을 올라가기 위한 투쟁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 인생이 되고 사전 학습은 아래로 내려가고, 그래서 사교육은 커지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학은 100% 갈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대학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처럼 쉽게 졸업할 수 있나?

홍세화 : 한국과 다른 구조다. 대학에 들어가면 성년인데, 성년이 되면 가차 없다. 들어갈 때는 석차도 없고 절대 평가만 하지만, 대학에 일단 들어가면, 니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기조다. 예를 들면 의과대학의 경우, 국립대학의 생물계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해서 1학년을 다니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는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열어놓은 상태에서 들어오게 하지만 그 안에서 수급조절 된다. 2학년 올라 갈 때 제대로 된 의사 되는 시험을 통해 실력이 없는 사람은 과락을 시키는 것이다. 경영학과의 경우도 2학년 진학률이 25% 정도 되는데, 통계학과 같은 어려운 과목으로 과락을 시킨다. 대학의 2년 과정을 2년 안에 마치는 비율이 25-30% 정도 된다. 1번의 낙제를 용인 해 3년에 2년 과정 마쳐야 하고, 마치지 못하면 퇴학이다.

'대기인생'이란 지적이 중요하다. 한국은 대학에 들어가 전, 18살까지는 대기인생이다. 프랑스의 경우 18살까지 자기 인생이 있다. 통계를 보면 자신의 일생 동안 제일 바쁜 시기에 대한 질문에 '15살'이 제일 높았다. 연애하고, 여행가고, 수영 취미활동 등 가장 바쁜 시기가 15살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15살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공부를 안 하면 안 되게 돼 있다. 공부를 해야 대학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상이다. 한국이 서열화 되고 있고, 등록금 체제라는 것이 맞물려 있지만, 오히려 대학에 가면 대충 공부해도 졸업장 받고 그 졸업장이 죽는 날 까지 유효한 시스템이다. 강내희 선생님이 인간적으로 못된 사람들이 사회 상층으로 가는 가능성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 한국의 입시, 교육 구조에서는 당연히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입시 구조를 통과해 이 사회의 엘리트가 된다. 엘리트는 어떤 사회에서나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의 엘리트는 인간적이고, 전인적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남을 누르고 소수에서 뛰어난 점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의식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책임의식만 없는 게 아니라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일단 그 자리에 올라가면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끊임없이 긴장을 통해 성숙하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엘리트층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식과 능력 모두 없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개인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황당하다.

사회자 : 그런 측면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120여개 특목고, 6개 자사고가 고교 경쟁체제를 부추기고 있다. 특목고, 자사고에 최근에는 국제고까지, 나름대로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그게 오히려 입시와 서열화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시와 관련해 특목고, 자사고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장혜옥 : 교육=입시라고 했다. 입시로 중학교가 몸살 앓았을 때 평준화 했고 덕분에 중학교가 편안해 졌다. 고등학교 입시 문제가 됐을 때 고등학교도 평준화를 했다. 70% 정도가 평준화 상태다. 지금은 대학입시에 집중하는 형태가 됐는데, 대학 입시를 집중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를 특화해서 대학입시에 좀 더 유리한 고지로 삼고, 자리들을 만들기 한 것이 특수목적학교이고, 자립형 사립고 이다. 이제는 국제 중, 고, 유치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립형 사립고와 국제고를 포괄하면 전체 학생수의 10-12% 규모가 된다. 그 아이들이 그대로 일류대학을 간다고 보면 된다. 특목고가 목적에 맞는 교육을 했는가 보면, 그게 아니라 입시 교육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아이들이 그대로 상위 서열 대학교들로 진학하게 되고 결국 입시 기능밖에 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만들려고 하는 여타의 자립형 사립고나, 국제고도 결국은 입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구조 속에서는 입시를 깨야 한다. 입시 철폐만이 우리 교육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은 대학 100% 다 갈 수 있다. 대학을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 초점이 된다. 이런 문제를 부분과 총체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고리를 끊어갈 국민적 합의들이, 이제는 사회적 여론이 퍼져 나가야 한다. 입시의 고리를 끊어내고 진짜 교육이 교육다워질 수 있는, 나름대로 사회적 존재로 커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존재에서 커나갈 수 있는 기초 교양으로써의 교육으로, 우리가 뭔가 열어갈 수 있지 않겠나.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사회자 : 입시 철폐라는 방향은 대체로 동의되는 분위기다. 현재와 같은 입시는 문제지만, 입시의 형식적인 측면은 보다 정교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의 경우 들어가기 쉬워도 나오기 어려운 구조를 타산지석으로 삼거나, 최근 범국민교육연대가 과도적으로 주장하는 수능 30%, 내신 70% 형식도 검토될 수 있겠다. 입시 철폐를 대안으로 가져감에 있어, 구체적인 방안 논의가 많이 요구된다.

장혜옥 : 대안을 고민하면 현실 가능성을 집중하게 된다. 현실 가능성을 고민하게 되면 다양한 욕구들에 부딪혀 오히려 내용이 잘 안 풀린다. 입시 철폐 하겠다고 해서 현실화되기 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민중통제가 가능한 사회 구조로 만들어가는 구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원리 자체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현실화 시키는 방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방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느끼고 깨닫고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당장은 국제고 만들지 말자. 자립형 사립고 하지 말자, 고등학교까지 국민 공통 교양으로 하자는 차원에서 판단해 보자면 이는 금방 현실화 할 수 있다. 외국어고 폐지하자,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 입시 철폐하자는 결정을 한다면 오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제4주제 : 대학평준화]


사회자 :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도 많지만 오늘은 입시 교육에 있어서의 평준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해 보자는 취지가 있다. 과거 중등, 고교 평준화 시행됐던 사례가 있고, 최근 강하게 제기되는 대학평준화는 하나의 대안 모델로 제시되는 시점이다. 입시문제의 연장이고, 사교육 문제의 처방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평준화 문제를 지금 어떻게 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를 함께 이야기 나눠보자.

홍세화 : 우리 교육의 궁극적 해법은 대학평준화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현실에는 엄청난 벽이 있다. 변혁적 국면이 조성되지 않는 한, 정치 제도의 바꿈이 필요하기에, 진보정당의 약진 없이는 거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대학평준화 논의가 활발해 졌던 것은 68혁명의 변혁적 국면을 타고 온 분위기가 있다. 물론 우리처럼 서열화 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내부 편차 자체를 완전히 없앴던 것이 68년 국면을 타고 진행됐던 것이다. 물로 그 전에 교육사회학적으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과연 교육을 통해서 계층 순화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피에르 부르디외 등이 참여 했지만 결론으로는 교육을 통해 계층 순환이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계층의 재생산 합리화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다는 반성이 일어났다. 이 기류가 68혁명과 접목되면서 프랑스에서 평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것으로 보면, 평준화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힘은 약하지만, 연구를 해 가면서 한 편으로는 진보정당의 약진을 기대하고 다른 편으로 변혁적 국면을 맞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그다음에 프랑스의 경우는 대학평준화를 이루면서 부과 물로 획득한 것이 소득 편차에 대한 사회적인 질문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대학이 서열화 돼 있기 때문에 의과, 법과 가는 것과 엄청나게 소득을 버는 것에 대해 인정, 받아들이게 되는데. 나는 패자니까. 저들이 높은 소득을 받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평준화의 부수적 효과라는 것은 저 사람이랑 같이 입학해서 공부했는데 왜 저렇게 많이 받아? 이런 식의 생각, 사고가 가능해 진다. 우리처럼 계층 간에 소득편차가 심한 사회에서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에 있어서도 대학 평준화가 부차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혜옥 : 입시 철폐와 평준화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다. 함께 굴러가야만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입시 중심의 교육, 입시 중심이 서열을 얻고자 하는 과정이어서, 서열체계를 부수기 위해서 초기에는 서울대 없애자는 얘기들이 있었다. 초기에는 반감들이 있었다. 왜 서울대를 끌어내리려 하느냐는. 그런데 나름대로 정서적으로 소통되기도 했다. 우리 대학은 80%가 사립대학이다. 사립대학은 사유재산이라는 개념도 있다. 이를 어떻게 평준화 하냐. 그럼 우리 국공립대부터 평준화 해 보자고 해서 뜻 있는 분들과 얘기가 되기도 했다.

국공립대 평준화 얘기하다 보니 서열 1위의 서울대와 다른 국공립대들의 통합이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근본적으로 되냐 안 되냐를 떨쳐 버리고 대학 평준화, 대학을 다 평준화 하자는 것이다. 고등학교 평준화 할 당시, 고등학교도 70%가 사립이었는데 평준화 하니 문제가 해결됐는데 대학도 같은 얘기 아니냐. 그렇다면 다만 정부가 강력히 재정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정부, 재정지원해라. 서울대에 재정지원 하는 것처럼, 다 지원해라. 같이 평준화 하겠다는 데 묶어서 하면 되고, 하지 않겠다. 하는 곳은 그냥 놔두고, 국가가 재정지원 구분해서 하면 되지 않겠냐.

대권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교육 공약을 보면 GDP 7%를 내놓겠다고 하는데, 계산해 보면 대학평준화 까지 소요되는 재정이 GDP 7%면 다 된다. 사교육 얘기도 했는데, 사교육비까지 포괄시키면 60조까지 평준화 시킬 수 있는 돈이 된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 재원은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풀리길 바란다. 이번에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을 하면서 사학재단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느끼면서 이후가 지난하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교육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홍세화, "프랑스는 68의 혁명적 분위기 속에 평준화 실현"
장혜옥, "입시철폐와 대학 평준화는 동전의 양면"
강내희, "획일화,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 다양한 형태로 전환 시켜야"


강내희 : 약간 다른 맥락에서 접근해 보겠다. 대학평준화라는 표현을 보면서, 고교 평준화는 어떤 맥락이 있을까. 고교평준화 보다 대학평준화가 더 많은 저항을 받을 거 같다. 그러면 대학평준화를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목표 설정인가? 그렇지 않지만 이를 제출하는 사회적 구호로 내걸기에는 지금 조건이 아주 좋지 않다. 고교평준화는 됐지만, 사실 군부 독재 시절에 강제로 했으니 우리의 과제를 많이 덜어준 상황이었다. 반면 대학평준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평준화의 목표는 설정할 수 있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교육과 대학교육은 동일하지 않다. 중고등 교육은 기본적인 교육이라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부분이다. 대학교육의 교육은 훨씬 더 많은 실현이 가능해야 하고, 다양한 세력들의 학문 방식이 실현 돼야 한다. 사실을 그렇지 않지만, 비슷비슷한 것들을 모아 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경우 분과학문 체계로 해 놓고, 그렇게 쭉 나열하는 것이 평준화로 볼 것인지, 각 학교의 수준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을 평준화로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데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본다면 어느 것도 우선 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장혜옥 : 그 지점에 있어서 이런 고민이 있다. 우리 대학들은 내용적으로는 평준화 돼 있다고 본다. 학문분과 체계로 돼 있고, 대학생들이 직업 교육하고 있고, 4년만 다니는 게 아니라 6년 다니면서 취직 공부만 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평준화 돼 있다. 형식을 평준화 시켜서 오히려 내용을 다양하고,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어 대학이 대학으로 살아나게 하자는 것이다.

강내희 : 그렇다면 평준화의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의 특권적인 대학 간 서열화가 형성되는 것을 없애자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서울대, 연대, 고대 등 관할 교수노조가 교수를 배치하고, 학생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수업 들을 수 있는 흐름이라면 가능하다.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평준화의 경우 학문의 내용과 제도가 따로 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문 구도에 대한 평준화로 의식되고, 그렇게 되면 다양화, 특성화 등과의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 입시 문제, 불평등 문제 등 평등의 관점에서 풀어서 말한 셈인데, 교육의 질 제공의 문제는 평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의 문제들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평등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교육도 좋아지고, 질도 좋아지고, 대학도 좋아진다는 것에 대해 어떤 주제를 갖고 논의할까가 중요하다.

장혜옥 : 명명이 중요한데 평준화는 끊임없이 이데올로기적인 공격을 받는다. 평준화 앞에는 보통 하향이 앞에 붙어 사회적인 개념이 '하향평준화'라는 개념이 있다. 고교 평준화를 흩어버리려는 공격 속에서 하향평준화라는, 1/n 똑같이 만드는 형태의 부정적인 개념화가 이미 형성돼 있다. 대학평준화 하려 하니, 고등학교까지는 일반 국민들의 교양교육 차원에서 이해가 되는데, 대학에 평준화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에 저항적인,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명명화된 방식을 고민해 봤는데, 현재 사회화된 용어 중에 이만한 용어가 또 없었다. 그래서 이 말의 개념을 바꿔 보는 다양한 내용들을 함의하는 말로 언어의 확장이 필요다고 생각한다.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강내희 : 다른 측면에서 입시 문제가 중요한 것은 초중등 교육을 획일화 시켜버리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초중등 교육은 뭔가. 교육만이 아니라 학문의 재생산 구조, 가장 기본적인 재생산 구조이다. 초중등 과정을 거쳐야 대학에서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기본이 잘 돼 있어야 한다. 입시 중심으로 하다 보면 교육 내용의 심화된 내용이 아니라 성적과 관련된 등수와 관련된 교육만 시키기 때문에 깊이 있는 교육은 받을 수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에 와서도 대학이 서열화 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학문, 교육을 받는가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한국 교육은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적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

내용 차원의 문제는 학문 정책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국가적인 상황에서 학문 정책을 써 본적이 없으니 고급 인력을 외국에서 배우고 오게 하는 형태로 하고, 대학 평준화나 교육문제 전반을 놓고 접근해 갈 때 평준화가 어떻게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의 상을 현재는 획일화, 서열화 돼 있는데 다양한 형태로 전환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려대의 경우 조치원에도 캠퍼스가 있고, 서울에 본교가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울 본교나 조치원 분교가 똑같다. 이런 곳은 인가를 내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분교들의 경우 본교의 학문체계로는 인가해 주지 않아, 분교들의 체계가 다 다르다. 우리 교육 운동 진영에서도 그와 같은 요구, 우리 교육운동이 실제 한국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경쟁에 뒤처지는 사람들이 자꾸 불평하는 형태로 비춰진다.

한국 지배계층은 사회적 책임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우리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교육 운동 좌담의 경우도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고,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개혁이 꼭 필요한데, 그런데 현재 구도로 신자유주의 구도로 가거나, 반대하는 식으로 가는데, 여기서 빠진 부분이 학문을 발전시키는 식의 고민,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졸업 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학생들의 일자리 문제처럼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가는데, 노동시장에 들어갈 때 학생들이 어떻게 되는지 등과 같은 고민이 빠져 있다. 교육운동 전반에 있어서 이렇게 하면 더 나은 교육이 된다는 방식으로, '무엇을 하지 말자'는 형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접근해 보자.

장혜옥 : 중요한 과제다. 대학평준화 문제가 학문의 질의 향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핵심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 아울러 초중등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학이 분과체계로 나눠져서 어디나 반복되고, 그것이 어떤 개념으로 평등화 된 것 아니냐고 했었는데, 사실 중등교육도 그렇다. 기본교과가 15개 정도 되고, 선택 교과까지 치면 60여 개 되는데 이것이 그대로 대학의 학과로 연결된다. 이 학과들이 초등교육까지 그 분과 체계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은 그 나름대로 등급을 주고 있는 형태에도 문제가 있지만, 아이들이 폭넓게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교과가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형식들도 깨서 초등은 초등대로, 중등은 중등대로의 체계를 갖고, 자기에 걸 맞는 교육과정을 가질 수 있고 거기서 꽃피울 수 있고, 대학은 대학대로 학문체계의 질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 입시체계가 철폐 돼야 하고, 대학 평준화는 그런 내용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 것을 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회자 : 대학 평준화가 한편으로는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고, 대학평준화가 제시되는 과정이 사회운동적인 측면에서 의제의 대중화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과제를 짚어줬다. 사교육, 입시 등 빠진 이야기나 덧붙일 이야기들, 오늘 다루지 않았으나 더 구체화 할 내용들이 있다면 마무리 차원에서 얘기해 보자.

홍세화 : 학문 정책 차원에서 참고해 볼만한 개념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학문학교와 권력학교에 대한 개념이다. 권력학교는 소위 영재학교, 전문지식인 양성 학교이다. 아주 소규모이고, 한 학년에 50-60명 정도 규모이다. 대신 권력학교는 학문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학위가 없다. 그 사람들이 학위를 받으려면 대학으로 가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요는 국가 정책으로 전문 분야별로 능력 있는 엘리트층을 형성시키는 과정에서, 학문학교에 대한 보완적인 개념으로 분야별 전문인 양성소와 같은 국립분야별, 국립 전문인 양성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학교의 일부가 권력학교이지만, 학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권력학교는 학교대로 역할을 하고, 학문은 학문대로 신장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는 참조해 볼만 하다.

그리고 대학평준화 도입은 변혁적인 상황이 오기 전에는 도입이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사실이다. 적어도 민주노동당이 국회 80-100명 입성해, 제 2야당 정도는 돼야 논의라도 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는 전망이 안 보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준비하고, 싸우면서 파행, 괴물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계급적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는가.

장혜옥 : 개인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말을 들을 때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교육이 도구적 자원을 길러내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다. 교육과 문화,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는 시스템화 되고, 거기서 명명화 되고 그렇게 가치관 자체가 바뀌어야 할 텐데 고민 속에서 사실은 교육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해결 되고, 사회, 국가, 사회적인 교육을 고민하는, 어떤 지위를 갖는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위원회도 그렇고, 교육 국가 정책 기구화 되고 있고, 교육부 행정부가 관리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교육, 사회, 문화 등 문제의식 속에서 국민 모두가 합의하고 정책화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체제였으면 좋겠다.

프랑스의 경우 68의 혁명적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앞으로의 정세전망을 봤을 때 그런 시기가 쉽게 오겠는가. 현실이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들이 그런 의식, 담론, 가치 등 이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운동이라 생각한다. 운동적 차원에서 논의들을 만들어서, 교육은 행정 관리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학문에서부터 교양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과제로 하는는 의미를 만들어 가자. 그런 의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각적인 접근이 '대학평준화', '입시 철폐' 등 논란을 벌이면서 지평을 넓혀 가는 것이다. 대선, 총선 등 정치적 언술들이 확장되고 꽃피우는 시기에 교육에 대한 논쟁들을 대 사회적으로 제출해서 논쟁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2003년 서울대 철폐를 얘기했을 때는 언론도 그렇고, '웬 돈키호테라냐?' 는 분위기였는데 1년 얘기해 보니, 서울대에서도 긴장 하고, 불러서 설명회도 하고 그랬다. 이렇게 논쟁적인,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논쟁들을 사회화 시키는 과제가 중요하고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모두가 열심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내희 : 일전에 문화연대와 범국민교육연대 등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하며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교육의 내용에 대해서 지배계급이 자기들 멋대로 정해서, '이거 교육 받아라' 하는 것이 지금까지 교육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사회적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사회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런 것들은 요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따른 사회적 장악,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은 학문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학문 문제를 교육 문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을 분리해서 교육과 관계 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국가학문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운동으로 해 보자고 제안해 본 적도 있다. 국가학문위원회가 신자유주의 국가 체제 안에서 만들어져 봐야 별 소용은 없겠지만, 우리가 만든 아이디어들이 받아들여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했지만, 사회 변혁이 가능한 시점에서야 제도로 구축될 것이다.

입시 문제뿐만 아니라 영어 문제, 미국에 대한 종속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나도 미국 유학을 갔다 왔지만, 대학의 경우 미국 학위 의존도가 지나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제대로 된 사회라면 외국 학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더더구나 미국 유학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검증 작업의 요구가 제출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 교육 운동이 제창할 수 있는 구호는 '입시철폐'이다. 대학 평준화도 구호라는 측면에서 검토해 본 것인데, 지금은 입시철폐가 가장 강력한 구호다. 입시 철폐를 말하면 여러 사안을 말하면 동시 다발적 논의가 가능하고, 대중적으로 피해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중적인 지지도가 가능할 것 같아서, 입시 철폐가 3불 정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3불 정책을 지키는 수준이 아닌 입시철폐를 중심으로 교육운동을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시철폐의 경우도 장기적인 전망인데, 교육에서의 '대기 인생'을 말했지만, 운동은 대기 운동을 하면 안 된다. 과거에 비해 운동가들이 명확한 상들을 갖고 있고, 대안도 나름대로 있지만, 아쉽게도 대중적 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거 같다.

홍세화 : 모두가 경쟁력에 세뇌돼 있다. 대학평준화하면 경쟁력 떨어뜨리겠다는 거냐 라는 식으로 나온다. 그런 내용들이 그대로 먹혀들어가니 우리가 짚어줄 게 있다고 본다. 대학에 들어가는 시점에 경쟁이 이완되는 구조에서 경쟁이 나오느냐, 대학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와 들어가는 구조와 경쟁이 이완되는 구조는 결과가 다르다. 대학이 평준화 되면 대학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이다. 어느 쪽이 경쟁과 질을 담보할 수 있겠는 가는 설명하면 가능하다.

연장선에서 한국 사회구성원들은 일생에 딱 두 번 공부한다. 대학입시와 취직하려고. 이런 사회에서 학문 경쟁과 학문적 성과가 나오겠는가. 사회 구성원이 자발성에 의해 자기 성숙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생산해 내는 사회적으로 인적 받는 구조가 될 때 그것이 경쟁력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서울대, 연고대 구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특히 한국 사회, 노동운동이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타 사회, 노동운동 보다 중요 한 것이 교육 문제이다. 실제로 따지고 보면 현재의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반노동자성을 교육하고 있고, 사교육 시키고 있다. 엄혹한 상황에서 야간 연장 근로해서 받은 돈으로 사교육시키고, 제 자식이 자신을 모멸하거나, 반노동자적인 감수성을 갖도록 하는 교육에 힘들게 번 돈을 쓰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 노동운동에게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자 : 참여정부 들어서고 2003년 WTO 협상하면서 농업에 이어 교육개방을 제일먼저 들었고, 그해 7월에 경제자유구역에 교육개방 명시 등 개방으로 쭉 가는 맥락이 있었다. 오늘 사교육과 입시 문제 등이 교육개방 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좋은 정부가 수립되고 정부 차원에서 변혁적 교육을 실현하는 방법도 생각 안할 이유는 없을 거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민중의 사회적인 합의, 여론 형성, 사회운동적 측면이라 할 수 있겠다.

교육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 사회적인 여론형성, 사회 운동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아닌가. 입시철폐, 대학 평준화를 던졌을 때 서울대 폐기처럼 대중적 호소력이 현재로는 많지 않다고 본다. 교육에서의 이런 주장과 실천은 자본 중심으로, 신자유주의로 가는 정부 정책의 고리를 끊어내는 실천의 의미를 갖는다. 입시 철폐와 대학평준화를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를 교육 여론을 다수화하는 방식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교육 개혁 뿐만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상당히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대선 국면에서도 입시철폐, 대학평준화 주장을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여론을 만들어 가는 운동이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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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대학입시 , 사교육 ,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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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이 좋은 기사가 너무 빨리 메인에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좋은 특집기획 기사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쉽게 볼 수 있게 배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하은화

    좋은 내용이네요. 많은 걸 배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