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접어들 때에~

“문화연대 골목길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골목길 접어 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문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한없이 바라보았지 만나면 아무 말 못하면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에서 골목길은 사랑을 매개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더군다나 골목길의 굽고 일관성 없는 질감이 주는 느낌은 ‘그 사랑’이 쉽지 않은 굴곡을 거칠 것을 예고한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문화연대에서 6월 동안 총 4회에 걸친 골목길 답사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그간 존재하던 기자 조수빈과 개인 조수빈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기자 조수빈의 역할에 대한 결과물도 누군가로부터는 몇몇 어휘의 감정도를 점검받아야 했고, 저널의 객관성에 대한 자기검열을 요청받게 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실 ‘그 경계’라는 것은 ‘단도리’가 쉽지 않은,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일 수 있으나 적어도 골목길 답사에 임하면서는 강을 완전히 건너버리겠노라고 머리띠까지 졸라맸다. ‘오늘은 답사자 조수빈’이라는. 또 일하기에는 억울한 날 좋은 토요일 오후였다.

답사자 조수빈은 지난 9일 낙산공원에 섰다. 문화연대의 두 번째 골목길 답사는 삼선동뉴타운 개발 지역. 1시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사진기는 준비 못했지만,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나쁘지 않았다.

  낙산공원에서 골목길 답사를 위해 이동하는 길목에서 반기는 개들. 개들도 개들이지만, 누군가 크게 써놓은 '천'이라는 글짜가 먼저 눈에 띤다.

그러나 답사자 조수빈이 ‘골목길 접어들 때에~’는 적잖은 혼란을 느껴야 했다. 기자라는 딱지는 어떻게 떼놓았지만, 생활인이 아닌 외부인의 딱지는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목길 한 가운데 선 답사자 이자 외부인 조수빈은 서울시의 신개발주의식 공간정책을 비판하며 진행되는 골목길 답사에서 혹여 눈 앞의 풍경을 대상화하고 바라보지는 않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진행해야 했다.

첫 번째 답사부터 이번 답사에 참여했던 윤지은 씨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 사람들에게는 사는 집인데, 이렇게 답사를 다니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지, 의미가 있을지 하는 고민도 들었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 공원화 사업 진행

문화연대는 이번 답사 기획 취지에서 “골목길은 개발에 의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질적 공간이고, 사라지는 골목길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즐겼던 일상적 공간의 파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며 “뉴타운과 철거가 진행 중인 지역의 골목길 답사를 통해 경제적 논리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삶의 공간으로서의 공간 의미를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골목길 답사는 6월 2일 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한남동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답사지인 삼선동 1가는 지난 97년부터 추진된 낙산 복원 사업의 연장선에서 공원화 작업이 진행된다. 삼선동 1가의 노후한 주택 지역 4만9336㎡는 2008년 말까지 공원으로 조성된다고 한다. 낙산 중턱에 들어서 경관을 해친다던 동숭 시민아파트 등 아파트 30동과 단독주택 176동은 이미 철거되었고 혜화문 밖 삼선동 1가 노후 주택 100여 채가 철거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대문의 질감도 색깔도 다양하다

“북쪽 빛을 배경으로 보고 있어 톤이 많다”

삼선동 1가 골목길은 한산했다. 공원화를 의식한 듯 빈집도 자주 눈에 띄었다. 윤지은 씨는 “한남동보다 이곳이(삼선동) 길이 넓고 밝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삼선동 골목길은 한산한 편이었다. 필요에 따라 계단에서 눈길 미끄럼 방지를 위한 가로 깊게 패인 줄 모양의 길까지 구하기 쉬운 시멘트로 그때그때 만들었을 법한 골목길도 각양각색이다

물론 골목길은 보는 이의 기분, 빛양과 각도, 시간, 날씨 등에 따라 그 느낌과 표정이 다르게 느껴질 터, 같은 시간 답사에 참여한 사람들 각각의 느낌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최성자 씨는 “한남동이 더 후줄그레하고, 골목길도 좁고, 시끄러웠는데 이곳은 사람도 없고 조용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아 씨는 오히려 “비슷한 느낌”이라고 밝히고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적한 느낌이며 자물통으로 잠궈 놓은 것으로 보아 삶의 경계들이 확실히 느껴지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가구일까?다른 집일까?

답사자 조수빈이 본 삼선동 골목길은 배경을 듣고 보아서 인지 몰라도 적막 속에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시멘트로 발라 만들었을 법한 골목길은 심히 굽어져 채 한 치 앞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수 십 년간 오르내리며 켜켜이 사람 먼지를 뒤집어 쓰고 고집스럽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지은 씨는 “집안 내부가 다 들여다보인다. 개방성이 좋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삶의 경계들이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낮은 담벼락,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집과 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는 소유권에 대한 자기구획이라기 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보였다.

두 번째 답사 일일 안내자로 나선 골목여행 저자 호야 씨는 “북쪽 빛을 배경으로 보고 있어 톤이 많다”며 “좋아하는 골목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불편하다’, ‘낙후되었다’, ‘미관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일방적 수사에 익숙해진...

‘골목길’을 한 가지 의미로 규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삶의 짐을 이고 오르내려야만 하는 공간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교통의 수단이요, 매개일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골목길에 대한 부단한 설명은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한다.‘불편하다’, ‘낙후되었다’, ‘미관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일방적 수사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소통의 공간을 파괴하고 획일화된 삶의 방식을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유권이라는 것으로 너와 나의 구획을 나누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스스로 그러한 논리에 빠져들어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사는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스쳤다. 라는 정도의 소회만 밝혀두고.

  모 대학교 끝자락에 위치한 슈퍼, 이곳은 개발계획에 벗어난 곳이라고 한다. 주차금지 표지판 앞에는 사람 엉덩이 주차는 가능한 모양이다.

한편 문화연대는 총 4회에 걸쳐 골목길 답사를 진행한다. 한남동뉴타운 개발지역과 삼선동뉴타운 개발 지역에 이은 세 번째 골목길 답사는 북아현동 뉴타운 개발 지역이다. 북아현뉴타운 개발은 지난 2005년 뉴타운개발지구로 결정돼 2007년 현재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 중이다. 16일 5시 충정로 7번 출구에서 집결해 호반어린이공원을 지나, 능동길, 능화길, 금화길 일대를 둘러볼 계획이다.

마지막 23일은 동대문운동장 주변 철거지역을 둘러본다. 동대문야구장은 올 11월 철거 예정이며 이 부지는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부지 내에 ‘디자인 월드 플라자’를 건설하고 이를 동대문 지역, 청계천과 연계하여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청계천 복원으로 동대문운동장 내로 옮긴 풍물시장 상인들은 이번 사업으로 또다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