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민주주의에 증가하는 구속노동자

[87항쟁 20주년 토론회] 구속노동자 실태와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

한국진보연대(준)은 87항쟁 20주년 기념 기획으로 '형식적으로 완성됐다고 평가 받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점검'하기 위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했다.

민주주의의 척도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신고'제 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허 되는 현실, 폐지는 커녕 여전히 살아 숨쉬며 활동의 족쇄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도 짚어 봤다.

그리고 4일. 마지막으로 구속노동자석방및사면복권을위한공동행동, 한국진보연대(준), 민주노총의 공동 주최로 '구속노동자의 실태와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감옥에 있는 동지, 가족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참가자들, '무더기 구속'과 수십 억에 달하는 벌금 등 법원의 판결이 과도하다는 항변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치를 떠는 증언 등, '저 멀리 떨어진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구속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고민을 나눴다.

  조기현 대구경북건설노동조합 전 위원장이 대구지역 탄압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투쟁했다는 이유로' 내 가족, 내 동지들은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노동자를 감옥에 가둔다는 것은 신체만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사람이 가진 생각, 투쟁 정당성까지 가둬버리는 것"이라며 "정당한 투쟁, 선봉에서 헌신적으로 투쟁했음에도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서 격리시키면서 배제되고, 일상의 모든 것이 통제되는 억압적인 감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더욱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속노동자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 안과 밖이 같이 싸워 감옥과 획일적 지배에 맞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공동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구속노동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더욱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이 더욱 격렬해 지는 양상도 있으나 구속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구속 유형도 '업무 방해' '공갈' 등 다양화 되고 있다.

노태우 정부 당시에는 1년 평균 395명으로 총 1,973명이, 김영삼 정부 시기에는 1년 평균 126명으로 총 632명이,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1년 평균 178명으로 892명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2007년 5월 31일까지 총 958명으로 1년 평균 217명으로 닷새에 세 명 꼴로 구속노동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울산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투쟁 이후, 구속자 50명, 손배 24억, 벌금형 150명에 1억원, 2006년 대구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구속자 31명, 벌금 32명에 4200만원,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투쟁 이후에는 구속자 71명, 손배 16억 3천만 원이 떨어졌다.

조기현 대구경북건설노동조합 전 위원장은 "투쟁지도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 노동조합및투쟁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합법적인 집회 신고 반려 및 집회 불허, 폭력집회 유도, 해산목적이 아닌 폭력진압, 단순참가 조합원까지 무더기 구속"의 형태로 탄압 유형이 비슷 해 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경찰의 폭력 집회 유도, 대량 구속사태와 실형선고, 손배소, 엄청난 벌금형, 설령 집행유예로 석방된다 하더라도 2중의 족쇄를 채우는 보호관찰 명령 등 유독 노동자들에게만 가중되는 처벌 사례를 들으며, 이미 법의 형평성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법원,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특히 2006년 구속노동자 비율을 보면 구속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74%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남을 지적하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노동귀족으로 몰아세우며 '비정규직을 생각하라' 말하던 노무현 정권이 오히려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3권 보장, 계약해지에 반대하여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투쟁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구속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속 유형별로 보면 '업무방해'(152명)가 압도적으로 많고, 폭력 108명, 집회 시위 92명 등의 순으로 공갈죄로 인해 구속된 노동자들도 1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국 변호사는 1차 적으로 노동법제의 한계와 법원 협소한 법리해석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법원은 파업의 대상과 목적을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으로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정리해고, 사업부 폐지 등은 경영권의 고유사항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고용이라는 근로조건과 아무리 밀접한 사항이라 해도 그 자체는 파업이나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어 근로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한 노동관련법 개악 저지 파업조차 불법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노조법의 경우 다수의 쟁의행위 규제 조항들을 두고 있어, 이를 위반하면 그 즉시 쟁의행위 불법으로 간주해 업무방해로 처벌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특히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법률위반죄의 적용에 있어서의 '공모공동이론'을 남용의 예를 들었다.

이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 상해 등을 범한 경우 각 형법 규정에 정한 형의 2분의1까지 가중하도록 규정으로 직접적인 실행행위가 없는 노조 간부들에게 막연한 예견 가능성만을 가지고도 폭력행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고,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06년 7월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기간 동안 노사간의 교섭과 중재를 주선하고, 중재를 통해 점거 사태를 조속히 해소할 목적으로 점거 현장에 함께 체류했던 민주노총 경북 본부장의 경우 재물손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에 대한 공모사실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묵시적, 순차적, 승계적 공모가 있었다고 간주,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공갈죄의 경우도 2006년 검찰은 원청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전임비를 지급받은 경기건설노조를 비롯한 지역건설노조 간부들에게 '공갈갈취'혐의를 적용, 수십 명을 구속하고 수배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조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노동법의 특수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 노동법원의 필요성과 검찰 공안부 폐지 및 노동전담부 설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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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노동자 , 공동행동 , 87항쟁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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