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요? 근로계약서조차 없는 걸요”

[인터뷰] 김아미 제주관광통역안내사노조 위원장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푸른 바다, 절경의 관광지로 유명한 제주.
제주에 오면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온 무리 진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들과 함께 웃는 얼굴로 제주의 풍광과 정겨움을 소개하는 ‘관광통역안내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아미 제주관광통역안내사노조 위원장
지난 5일 만난 김아미 제주관광통역안내사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경력 17년의 중견 안내사이다. 그녀는 지난 4월 노조를 결성한 후 잠시 일을 접고 노동조합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일비 1만5천원이예요. 기본급은 없어요. 4대보험요? 근로계약서조차 없는걸요. 연장, 휴일, 야간수당 역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왔죠”

하루 일당 1만5천원.
언제부터 이 금액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25년 경력의 선배역시 첫해부터 1만5천원을 받았다고 하니 3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현재 제주에서 일하고 있는 안내사 200여명 중 정규직은 10% 내외.
낮은 일비라도 정규직들은 4대 보험 적용을 받지만 그나마 계약직들은 그런 조건도 없다. 계약직은 전속직과 두세 개 업체에서 비정기적으로 일을 배정받는 프리파트(free part)로 나뉜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물론 4대 보험 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관광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저임금 강요

지난해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인상과 4대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일비를 공개했을 때 가족들마저 의아해 했다.

“남편 역시 관광(호텔)업계에 종사합니다. 남편도 제 일비가 얼마인지 모르고 살아왔거든요. 사실 내부에서도 일비 공개에 대해서 말이 많아요. 많은 분들이 대학에서 관광학이나 일본어를 전공하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어렵사리 국가자격고시를 취득해서 관광통역안내사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면.... 자부심과 희망, 이 모든 것이 무너져버립니다”

김아미 위원장은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4학년 때 자격고시에 합격하고, 현재 17년째 안내사일을 하고 있다. 일비와 수수료 등 부수입을 합하면 평균 1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관광업계의 수수료 관행을 지적한다.

“저희도 남들처럼 떳떳하게 월급 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부수입이 아니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행상품원가구성항목에 안내사임금은 포함조차 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앵벌이처럼 알아서 벌어먹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말 그대로 관광업계는 쇼핑과 옵션상품 수수료를 통해 이윤을 남기면서 안내사들의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관광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비인상요구에 ‘취업 금지 블랙리스트’, 롯데, 한진 등 대형여행사 주도

지난해 안내사들의 일비인상 요구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놀라웠다.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25개 업체가 연판장을 돌려 ‘김아미 위원장을 비롯한 13명의 채용과 배정을 하지 말 것'의 내용을 담은 '블랙리스트’에 서명한 후 이를 제주국제여행업협의회 회원사 50개 업체에 발송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비인상에 강하게 반대하며,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업체가 중소여행업체가 아닌 롯데, 한진, 대한 등 대형여행사란 사실이다. 이런 대형업체들이 나서 무자격자 고용을 확대하는 반면 일부 중소업체들은 일비를 3만원으로 인상했다.

“업체의 부당행위에 대해 ‘진정’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어떠한 (관광객)팀을 배정받느냐에 따라 수입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합원들 역시 불이익이 두려워 공개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오히려 업체에서는 업계를 들쑤셔나 자신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며, 가만 안두겠다는 등 공공연히 협박을 하기도합니다”

김아미 위원장은 정신적으로 피곤해보였다. 지난 8개월간 그녀에게 벌어진 일들은 혼자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어렵지만 우리(업계) 모순을 드러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적당히 하자고도 하지만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모른 척 한다면 월급제도, 질 높은 관광서비스도 요원하다고 생각 합니다”

관광종사자 의무고용제, 금지행위 규정 등 관련법 개정 필요

주변에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는 '작은 관심에도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없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호소말을 덧붙인다.

“배당불이익 때문에, 부수입의 작은 차이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영원히 모순된 구조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함께 목소리를 내기엔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떻게 될지는 조합 구성원들이 결정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3년 1월 관광종사원 의무고용제가 폐지되고, 업체에서 저임금 무자격안내사를 고용하면서 통역안내사의 근로조건은 물론, 관광서비스 질도 낮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김아미 위원장은 요즘 천영세 의원이 발의한 관광진흥법 개정에 힘을 모아 주력하고 있다.

언제일까. 그녀가 다시 웃는 얼굴로 관광객들을 맞이할 때는... 17년 전 자부심과 설레임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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