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 할인점, '롯데마트'의 문제

가축방역협의회,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그리고 먹거리 안전성

지난 13일 위험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시판에 나선 롯데마트.

전국의 롯데마트 앞에서는 규탄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고, 광주점에서는 판매대에 쇠똥이 투척되는 등 시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반대 여론 속에서도 판매를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가짜 등심'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확산됐다.

그러나 쇠고기 수요가 급증할 명절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위한 시장 확보, 물량 확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달 사이 미국산 쇠고기의 1200t 수입량이 불티나게 팔렸고, 26일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 대열에 합류했다.

여세를 몰아 미국육류수출협회는 국내 신문들에 '미국산 쇠고기 시판 본격 재개'를 알리는 광고를 비롯해 대형 유통 할인점들은 한미 가축방역협의회 결과에 따라 LA갈비 등 뼈있는 부위가 수입 허용 될 경우 즉시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역 롯데마트 점 앞에서 진행된 국민감시단의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시판 규탄' 기자회견 모습

대형 유통할인점, 먹거리 독점의 'Key'를 잡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허용될 경우 '안전성'에 대한 책임 보다는 '판매'를 통한 '수익'에 더 열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대형 유통 할인점들은 최근 1~2개월 사이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쇠고기 판촉을 위한 각종행사를 진행해 왔다. 대형 유통할인점들은 쇠고기 판촉에 나서면서 재고 정리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위한 시장 정리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 온 셈이다.

1993년 이마트의 1호점이 서울에 등장했지만, 1996년 한국의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 되면서 대형 유통 할인점들이 대거 등장, 대형 유통 할인점의 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판매, 유통 시장을 전면 장악하면서 인근 재래시장 및 소규모 매장들은 줄줄이 도산했고, 시장은 재편됐다.

월마트를 인수한 이마트와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그룹의 등장으로 유통업계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랜드의 홈에버의 Big 4 구조를 형성했다.

2006년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점포 11개를 포함해 총 342개의 대형 유통할인점 점포 중 이마트가 총 110개, 32.3%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하나로클럽의 순이었다.

동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상위 4사의 매출액은 2005년 기준 17.7조원으로 대형마트 매출액의 75.3%로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대형 유통할인점은 서울과 인천 수도권에 160개, 48.3%가 집중돼 있다.

Big 4의 체제가 안정화 되면서 적극적인 출점과 다점포화로 시장점유율을 전국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과 국내의 소비시장은 대형 유통 할인점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유통할인점..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나

미국산 쇠고기 판매로 몸살을 알았던 롯데마트는 Big 4 할인점 중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쌀 이면 합의 논란이 제기됐던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이 2005년 국회를 통과한 후 쌀 값은 어김없이 폭락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롯데마트는 2006년 초와 연 말 '쌀 저가 판매 행사'를 많은 농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경험했다.

당시 롯데마트가 시행한 '저가 판매행사'는 시중가격보다 7~8천원이 낮은 선으로, 대형소비처라는 지위를 이용해 현지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압력을 행사해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 쌀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소비처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장 가격을 왜곡 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마트, 삼성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의 저가판매 행사를 촉발, 도미노 현상을 유도했다. 쌀 비준, 쌀 값 폭락에 이어 농민들 가슴에 '두번째 비수가 꽂 힌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2007년 롯데마트가 다시 도발적으로 나섰다. 한미FTA와 더불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정부의 수입재개 결정에 소비자 단체들의 반대와 감시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월 말에는 수입이 금지된 통뼈가 상자째 발견되는가 하면 6월 초에는 미국 내수용 쇠고기 66.4톤이 위조된 수출검역증을 달고 버젓이 들어오며 미국 검역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급기야 이달 16일과 19일에 수입된 미국산쇠고기에서도 ‘통뼈’가 발견돼 전량 반송 조치 된 것이 뒤 늦게 알려졌다. 고의 은폐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내달을 기점으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는 과감히 치고 나온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검역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던 미국의 스위프트사의 제품을 대표주자로 세워서.

  국민감시단은 지난 13일 롯데마트 서울역 점 매장안에서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대형 유통할인점 시장.. 공백은 외식업체들이

'롯데마트'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내 계열기업 사이의 직접 상호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호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에서 7위를 점하고 있는 '롯데'의 계열사 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방지 대상인 몸집 좋은 재벌 그룹 소속이다.

소속 계열사를 보면 롯데 기업의 41개 비금융 계열사 중 (주) 롯데리아, (주) 롯데햄, 롯데냉동(주), 롯데쇼핑(주), 롯데칠성음로(주), (주)푸드스타 등 먹거리를 책임지고 생산, 판매, 외식 업체 등의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주)CJ푸드빌의 빕스(VISP), 롯데그룹의 (주) 푸드스타 T.G.I.F와 롯데리아, 두산그룹의 (주)SRC 코리아의 KFC과 버거킹 등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이 외식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외식 산업이 다양화 되고 대형 유통 할인점을 중심으로 공급처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 같은 기업집단은 다양한 식품체인과 기업 계열사들을 통해 수직, 수평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롯데'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미FTA에 모든 것을 포기한 정부.. '먹거리 안전성'은?

한미FTA 검역 협상과 더불어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수입, 유통, 판매 되고 있는 현상의 원죄는 '정부'에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결정을 부채질 하고 직접 밥상까지 옮겨 오는 징검다리 역할은 대형 유통할인점이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대형 유통할인점이 놓는 다리의 공백은 다양한 대형 외식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촘촘한 기업집단의 진이 쳐진 상황이다.

정부는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의제로 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한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회의 이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부위 제한을 없애 갈비 등 뼈 수입을 허용하고 현행 ‘30개월 미만’ 월령 제한은 그대로 두는 선에서 정부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육류수출협회와 대형 유통 할인점은 추석의 대목을 앞두고 대대적인 판매, 판촉에 나설 것이라는 자신들의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미국은 여전히 교차위험 가능성이 높은 사료정책을 취하고 있고, 지난 해에도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수입된 쇠고기에서는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도 했고, 반송 조치를 당했음에도 계속 통 뼈가 발견 돼 검역체계의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책임을 포기한 정부와 대형 유통할인점과 외식업체와 유통체인 등 기업 집단의 이익구조 사이에 과연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은 어디쯤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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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 미국산 쇠고기 , 대형유통할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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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프다.

    한달에 120만원 번다. 하루에 4만원... 그런데 쇠고기 한근에 4만원...
    헐.. 이거 너무한것 아닌가? 솔직히 쇠고기 먹고 싶어도 비싸서 못먹는다.
    서민생각 좀 해라.. 미국쇠고기 광우병광우병 하는데 최근에 광우병 걸려서 죽었다는 기사 본적 없다. 그냥 미국쇠고기 들어와서 하루번돈으로 온식구 쇠고기 푸짐하게 먹고 싶다. 이게 내 바램이다.

  • 저기요;

    배고프다//광우병 잠복기가 10년정도입니다; 10년후쯤에 발병하면 그거 누가 책임지죠? 언제 어느날 어느 고기 먹었는지 기억하실수 있나요?
    그때가서 다 발병하면 누가 책임지죠? 10년전일인데 '나는 모른다'하면 어떡하죠? ... 싸다고 다 좋은게 아니라 광우병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정말 안좋으니까 반대하는거죠..

  • 나나나

    아무리 푸짐하게 먹고 싶다고 해서 상한 우유는 먹으면 안됩니다. 먹으면 생명이 위험해 질 수도 있거든요. 아무리 배부르게 먹고 싶다고 해도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마구 먹어선 안되는 거죠. 값이 싸다고 해서, 마음껏 먹고 싶다고 해서 먹고 나서 아플 가능성이 높은 음식을 먹어서도 안되고, 정부가 권해서도 안되고, 판매자들이 팔아서도 안되는 거 아닌가요. 이걸 보니 옛날 만두파동이 생각나네요. 문제 생기면 철수시켰다가 스리슬쩍 판촉 세일해서 재고 정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