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우리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가"

사회운동포럼, 동성애자.성노동자와 함께 하는 에이즈 운동

8월 31일, 사회운동포럼의 둘째 날 첫 프로그램으로 '에이즈는 우리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가'가 열렸다. 오전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은 이번 토론회는 에이즈 운동의 고민들을 처음으로 운동진영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나 에이즈 운동과 동성애자, 성 노동자 운동 사이의 접점 찾기가 이번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1부 행사에서는 '기사 흔들어보기'를 통해 에이즈를 다룬 네 가지 신문 기사를 읽고, 참가자들과 느낌을 나누어 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에이즈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어떤지를 참가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올해 초 문제가 된 ‘에이즈 요리사 사건’에 대해 한 참가자는 마치 범죄 기사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강제검진 조항 삭제 권고'에 대한 동아일보 사설을 다함께 읽어보았다. 한 참가자는 “사설의 내용이 아주 터무니없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인권과 전염 통제가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지가 더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 사회에서 남과 다른 것을 혐오하는 의식이 팽배한데, 에이즈 역시 위험한 병이므로 통제해야 하다는 의식이 큰 것 같다”고 지적하였다.

동성애자. 성노동자는 에이즈 확산의 주범?

2부에서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장병권 활동가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의 정숙 활동가의 발제가 이어졌다. 장병권 활동가는 에이즈가 감염인 그 자신은 물론 동성애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고취시켜 왔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동성애자 운동 내부에서 90년대 일어난 ‘순결 논쟁’을 언급했다.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바라볼 때 순수한 게이/더러운 게이의 구별이 무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를 통한 내부의 구별 짓기가 만들어졌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퀴어 퍼레이드는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를 자신들의 문제로 전면에 내세우는 성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정숙 활동가는 성노동자들의 감염율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에이즈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에이즈를 문란한, 정상적이지 않은 성행위의 결과로 매도하면서, 성노동자들을 에이즈를 퍼트리는 주범으로 범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에이즈는 성의 위계화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주장하면서, 성노동자들의 불법적 위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에이즈 운동이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인 이성애자 정상가족 이외의 사람들을 사회에서 소외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에이즈는 물론 성매매의 불법화에 모두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종헌 활동가는 자신의 동성애자로서 정체성을 가장 먼저 강조하였다. 종헌 활동가는 “에이즈를 이야기해기 위해서는 섹슈얼리티 해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적 취향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에이즈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의 김정은 활동가는 성노동자 운동이 처한 현 상황에 주목하면서, 성노동자들의 몸에 대한 권리 주장과 에이즈 문제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성매매에 부과된 낙인은 에이즈 운동과 성노동자 운동이 결합할 수 있는 지점 중의 하나이다. 성노동을 범죄화하는 현 상황과 에이즈 감염인들을 낙인화하는 방식은 모두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어렵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또한 콘돔 사용이 성매매의 증거로 사용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에게 업주들이 "경찰이 덮치면 콘돔을 삼켜라고 시킨다"고 전했다. 콘돔 사용이 성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범죄의 증거로 억압받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 없는 세상이 아닌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마지막 토론자인 나누리+의 권미란 활동가는 에이즈 활동가로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에이즈 운동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에이즈 운동은 에이즈 없는 세상이 아니라 에이즈에서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적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발제와 토론이 다소 지루했다는 총평에도 불구하고, 전체 토론에서는 에이즈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콜레라부터 결핵까지 자신이 지금까지 본 전염병의 경험을 전해준 한 참가자는 “과거에 고립되어 있던 결핵 환자들이 현재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듯, 에이즈 문제 역시 사회체제에 대한 더 큰 고민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보여줬다.

또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이 자연스런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만큼 에이즈도 지방간 같은 병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며 든든한 지원을 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로 참여한 한국감염인연대(KANOS)의 영진 활동가가 자신이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마무리되었다. “감염인들 역시 동등한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영진 활동가의 강조는 이날 함께 했지만 앞에 나서지 못한 여러 감염인들의 발언을 대신했다.
덧붙이는 말

보경 님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