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맑스주의 전파 계속 힘쓸 것"

사회과학대학원(준) 2학기 개강, 자본론 강의

사회과학대학원 준비모임이 9월 10일부터 2학기 개강을 한다.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자본론 수업을 맡고 있는 김수행 교수를 만났다. 올해 퇴임을 앞두고 있어 후임 교수 채용 문제를 두고 최근 언론에서도 부쩍 관심이 많다.

"오늘(5일) 교수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좋아졌다."

서울대 강단에 마르크스 경제학자의 대가 중단될 상황인지라 내심 불편해보였다. 지난 달 29일 서울대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가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둔 김수행 교수의 후임 채용 문제에 대해 '전공을 특정하지 않고 경제학 일반'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후임이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이 김수행 교수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5일 전체교수회의는 올해 뽑게 될 교수는 경제학 일반으로 하더라도, 내년에는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를 뽑는 방향으로 하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행 교수. 2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떠난다.

김수행 교수는 지금 학부에서 현대마르크스경제학을, 대학원에서는 고급마르크스경제학연구 강의를 하고 있다. 학부는 약 200명 정도 되지만 박사과정과 석사과정은 각각 9명, 3명으로 마르크스경제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숫자도 열 손 안에 꼽히는 실정이다. 연구자가 재생산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간명한 답이다.

"취직을 못하니까... 지금 공부하는 친구들도 힘들 거다. 노동운동을 하든가 민주노동당 같은 데로 갈 수는 있지만.. 국책연구소로 가기도 하고......"

사회과학대학원 활동은 퇴임 후에도 마르크스경제학을 전파하기 위한 연구자로서의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난 6월 맑스코뮤날레 상임대표를 김세균 교수에게 맡긴만큼 사회과학대학원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사회과학대학원 준비모임은 이야기 나온 건 벌써 5년이 되었다. 연구자들이 수차례 만나 사회과학대학원 설립 문제를 의논하기도 했지만 당장 설립이 쉽지는 않다. 설립은 교육부 인가 문제인데 인가 조건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설립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되었지만 현재로서는 설립 자체보다 교육운동, 학술운동의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수행 교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교육운동의 차원에서 맑스주의를 가르치고 전파하고 거기서 학생들간의 유대관계를 만들고 세력화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원은 지난 학기 5일간 7시30분부터 10까지 문학과경제, 노동과정론, 역사와혁명, 정치경제학, 욕망과혁명 등 다섯 과목 강의를 개설 운영했다. 8학기 과정을 두고 오는 9월 10일부터는 1-2학기를 시작한다. 김수행 교수가 맡은 과목은 '자본론', 모든 학생이 들을 수 있도록 필수 과목으로 선정했다.

1-1학기에는 학생 40명이 수강했다. 40명 중에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몇 명 안 되고 오히려 일반인들이 많았다.

"노조 조합원, 교사, 일반 직장인도 있고... 대학원이므로 '석사' 과정이라 봐야 하는데 사회과학대학원이 그걸 해주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쨌든 프리랜서가 많이 온다. 여러 분야에서 맑스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학생들이 학생회 조직을 잘 만들고 있다. 1학기 학생들과 강화도로 엠티를 갔는데 강의에 대한 평은 좋아보였다. 다만 교육 행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힘이 부친다."

사회과학대학원도 누군가 전념할 인재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제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수행 교수는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행정 체계가 불안정한 문제 해결을 우선 꼽았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을 고려하면서 퇴임 후에도 이 일에 힘을 쏟겠다는 생각이다.

"일단은 경험을 쌓고 조금씩 해나가며 푸는 게 좋겠다. 규모가 크면 행정을 못하니까 그건 나중에 하는 것이 어떠냐 싶다. 서울에 사회과학대학원이 있고 다른 연구소나 학회 친구들과 연계를 맺든가 사회과학대학원 준비모임1, 2, 3... 식으로 해서 여러 지역에서 제각기 운영하면서 협력하는 식으로 확장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르크스경제학과 타 분야 학문과 운동에 대한 연계에 대한 관심도 비쳤다.

"내가 볼 때 인터넷도 발달하고 이런 과정에서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조류는 많이 발달하고 있다. 여성운동, 문학, 환경도 그렇고 맑스에 의지한다고나 할까...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보는데 하나로 뭉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학과 경제가 연결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그런 게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각 분야가 연결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더 많아지지 않겠나."

재정 기반은 녹록치 않다. 현재로서는 학생의 등록금이 주된 수입원이다. 김수행 교수는 "강사료, 사무실 운영하고 나면 빠듯하다. 여유가 생기면 적립도 하고 계속 유지를 해나가야겠지... 무엇보다도 운동 차원에서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회과학대학원이라는 교육운동에 관심있는 사람들한테 매달 얼마씩이라도 회비를 받아 일정한 수입을 확보할 생각이다.

운영은 강사모임에서 하고 학생은 학생모임을 한다. 강의 과목과 강사 운영 문제와 등록금 문제 등을 교사학생 협의체에서 한다. 등록비는 3만 원이고, 한 과목 수강료는 15만 원, 두 과목은 30만 원, 3과목 이상은 40만 원으로 되어있다.

김수행 교수는 11월 22일 정년퇴임 기념식을 갖는다.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를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처럼 앞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개혁하고 변혁하는 것이 옳은지 연구를 더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곧 강단은 떠나지만 맑스주의를 전파하는 일을 중단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퇴임하는 김수행 교수에게 있어 사회과학대학원은 마르크스주의 전파의 연장에 있는 연속된 공간인 셈이다.

"살아온 길을 보면 운이 대통하다 싶다. 마르크스 공부하고 한국 들어왔지만 안 잡혀가고 지내기도 했고, 89년에 서울대 들어오는 것도 주류경제학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데 학생들이 데모해서 받아주었고, 건강하니까 자본론 번역도 하고 책도 많이 쓸 수 있었다. 다만 밖으로 운동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좌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정치세력화도 잘 되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데 대해 미안하고 능력부족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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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대학원 , 마르크스경제학 , 김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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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dlp

    김수행 교수님 같은 '스승'이 많아져야 하는데..... 젠장 한국 교수의 99%는 너절하고 조악한 미제 쓰레기들...

  • 수강생

    2004년에 수업 수강했던 학생입니다. 카랑카랑하던 목소리가 아련하군요. '자네들이 운동좀 했다꼬, 시험공부안하면 못 풀 거라꼬.', '경제학이 과학이거든? 맘대로 하는게 아니라고'. 돌이키자니, 메이데이 집회때는 결석 좀 해야 된다 하시던 말씀이 새삼 사무칩니다.

  • 상상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입니다.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좋은 스승

    좋은 스승님이 퇴임을 하시는군요. 선생님의 책을 통해 자본론을 읽다가 졸다가 한 노동자입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전도(?)활동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이 좌파운동과 함께하지 못하였다고 말씀하지만 실제 선생님의 세례로 많은 사람들이 개종을 하였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덕입니다. 운동한답시고 얼마쯤 알짱거리다가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 자기 운동이 진짜운동인양 큰 소리치다가 개량으로, 적들의 품으로 사라진 수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현실입니다.
    선생님의 후임이 없어진다는 것이 다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것도 서울대에서...

  • 모피어스

    정말 마음이 아푸고 답답합니다 ...조선일보에서 "서울대에는 더이상 맑스가 없다" 고 하는데 그것은 ..서울대에는 더이상 지성은 없다 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한쪽만 공부하는 학교에서 무슨 지성이 나오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