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여권 도입까지 '미국시계' 맞춰가나

무비자면제 받은 27개국 생체여권 도입 가시화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담은 전자여권, 즉 생체여권 도입에 대한 논란이 아직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생체여권(전자여권) 도입은 불가피한 상황으로까지 와 있는 단계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각국의 생체여권 도입이 미국 일정에 맞춰 도입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38개 인권시민단체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각국이 생체여권을 도입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제정된 하나의 법 때문”이라며 “미국의 요구 때문에 27개국의 법과 제도가 변경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토안보부 비자면제국 방문자를 위한 안내서 [출처: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38개 인권사회단체는 주장의 근거로 미국의 ‘국경 보안과 비자 개혁법안’을 꼽고 있다. 38개 인권사회단체는 “이 법은 미국의 비자면제를 받는 국가들에게 생체여권을 도입할 것을 의무화하였다”며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가는 총 27개국으로 이 법이 제정된 후 미국의 비자면제국가로 남기 위해 일제히 생체여권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가는 아니지만 최근 한미FTA 타결로 무비자입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르면 내년 7월 생체여권을 소유한 한국인에 한해 미국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데, 공교롭게도 외교통상부에서 생체여권(전자여권) 발급 개시 일정을 내년 6월에서 7월까지로 잡고 있어 한국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진보네트워크 등 38개 인권사회단체는 “미국은 2004년 비자비면제국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를 시작, 2005년에 비자면제국으로 확대했다”며 “이는 생체여권 도입시한을 연기해달라는 EU의 요청에 대한 미국의 답변이었다”고 지적했다. 생체여권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셈이다.

미국은 애초 2004년 10월 26일까지 생체여권을 도입하도록 시한을 정했으나 2005년 10월 26일, 2006년 10월 26일로 두 차례 도입시한이 연기되었다.

인권사회단체는 가능한 논의테이블을 모두 활용해 생체여권의 문제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김승욱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 질의를 비롯해 국회 관련 위원회 의원들을 만나 생체여권의 위험성, 인권침해 요소를 설명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 직접 개입해 나가는 한편 12회에 걸친 연속 기획 보도물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정해주는 도입시한에 맞춰 도입된 생체여권(전자여권)

38개 인권사회단체 보도자료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체여권(전자여권)의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생체여권을 도입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제정된 하나의 법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이후 ‘국경 보안과 비자 개혁 법안(Enhanced Border Security and Visa Entry Reform Act)’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미국의 비자면제를 받는 국가들에게 생체여권을 도입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가는 총 27개국으로, 대부분이 EU의 국가들이며, 일본,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다. 위 법이 제정된 후 이 국가들은 미국의 비자면제국가로 남기 위해 일제히 생체여권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미국은 2004년 10월 26일까지 생체여권을 도입하도록 시한을 정했으나, 각 국의 반발 및 국제 표준의 미확정 등으로 두 차례 도입시한이 연기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미국의 요구 때문에 27개국의 법과 제도가 변경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여권법 개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은 2004년 비자비면제국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를 시작했는데, 2005년에 비자면제국으로 확대하였다. 이는 생체여권 도입시한을 연기해달라는 EU의 요청에 대한 미국의 답변이었다.

미 국토안보부의라이트 미국방문(US-VISIT) 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지난 6월 EU의 관리들을 만나, 기존에 검지지문만 채취하던 것을, 올해 말부터는 열손가락 지문을 채취로 확대하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테러리스트, 범죄기록 등을 미국이 조회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EU는 프라이버시를 문제 삼아, 이를 거절하고 있지만, 데이터보호기간이나, 독립적 프라이버시 보호 기구 설립 등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결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테러리즘을 명분으로, 비자면제를 무기로 한 미국의 요구는 끝이 없다. 한국이 새롭게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한다하더라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국의 법과 제도가 수없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태그

비자 , 전자여권 , 생체여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수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